일본에 가기 전부터 조금씩 읽던 책.
그리고 일본 다녀와서 다 읽은 책.
읽다가 중간이 조금 끊기긴 했었지만
이 책을 읽고 꽤나 내 뇌가 늘어난 것 같다.
#1.
세상에는 많은 종류의 오타쿠가 존재하는 것 같다.
뭐 하나에 푹 빠져서 모든 세계가 자신이 빠진 그것의 틀로만 재단이 되는 사람.
저자인 사이먼 가필드는 지도 오타쿠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 사람의 세계는 지도 빼놓고서는 돌아가지 않을 것 같고
지도를 빼놓고서는 이 사람과 이야기도 나눌 수 없을 것 같다.
지도에 빠진다는 것은 마치 고서적을 모으는 것과 조금은 맥락을 같이 하는 것 같다.
또 고서적을 모으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가면 골동품을 모으는 것과 같을까?
사실 나는 책을 좋아하긴 하지만 고서적을 모으는 것에 열을 올리는 경지에까진 가지 못했기에
여기서 많은 고지도의 발견과 이것이 어떠한 가치가 있는지 등에 대한 감동까진 오진 않지만,
인류의 세계관이 고스란히 지도에 옮겨져 있는 사실들을 책을 읽으면서 알아갈 때마다 신기하기는 했다.
#2.
많은 고지도가 나오는데, 그 중에서 제일 신기했던 고지도는
헤리퍼드의 '마피문디'
마파문디라는 이름부터가 범상치 않다.
오래된 교회건물에서 발견된 이 지도는 교회의 보수를 위해 경매로 넘어갈 뻔 했지만
유물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자발적인 도움으로 교회에서 팔려가지 않고 남아있을 수 있게 되었다.
지도는 광란적이다. 무수한 활동과 업적으로 붐빈다.
일단 그 광경에 익숙해진 사람은 도무지 시선을 뗄 수 없다.
1100여 개의 지명, 그림, 글귀는 대 플리니우스, 스트라보느 솔리노스에서 성히에로니무스, 세비야의 성 이지도르에 이르기까지
성서, 고전, 기독교의 여러 텍스트에서 가져왔다.
지도는 지리적, 역사적, 종교적 지식을 종합하고 증류함으로써
일종의 여행 일정, 지명 사전, 우화, 동물 우화집, 교육 보조 도구로 기능한다.
사실 지도라는 것의 개념을 나는 길을 알려주는 것으로만 생각했는데,
이 책에 나온 마파문디에 대한 설명 그리고 그 그림을 보니 지도란 것은 그냥 그 당시 사람들의 세계관을
하나의 좁은 공간에 포괄적으로 다 담아놓은 것이구나,, 싶었다.
그 당시의 지도가 그려져온 변천사를 보며
사람들이 생각한 세계의 중심이 예루살렘에서, 자신의 나라에서
중심이란 곳이 없는 실제적인 동그란 지구본 모양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오차와 시간을 거쳐왔는지,,,
하지만 그 당시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보고 있는 그 사실이 정말 사실이라고만 믿었겠지
그렇게 보면 인간이 무엇을 '안다'라고 하는 사실이 어찌보면 참 제한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내가 사실이라고 알고 믿는 많은 것들도 어쩌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
#3.
책의 구성이 너무 재미있게 되어있다.
후크를 잘 만들었다고 해야하나?
일반인이 잘 모를 것 같은 사실 중 흥미로운 사실을 떡밥으로 던지고 계속 풀어나간다.
내가 몰랐던 세계관들의 배경들이 속속들이 드러나는 것이 참 재미있기도 하고 흥미진진하기도 하다.
난 이런류위 책이 참 좋다.
잡지식이 늘어나는 듯한 ㅋㅋㅋㅋㅋ
그러면서 내 세계관도 넓어지고, 인간의 다양성과 한계 또한 가늠할 수 있게되는 것 같다.
몇 번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
#4.
그런데,, 두께가 너무 두껍다.,색인빼고 텍스트가 끝나는 페이지가 565.!!!
이거슨 사전.
아무리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한 자리에 앉아서 다 읽을 수는 없겠다.
이런 두꺼운 책을 엮기 위해 저자가 참 많은 자료를 뒤지고, 고증을 해야했겠구나,, 생각하면
저자는 역시 지도 오타쿠임이 틀림없다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