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의 눈으로 보면 과학 고전이 더 재밌어진다 - 어려운 과학 개념부터 뜻밖의 뒷이야기까지, 술술 읽히는 과학 고전 가이드 ㅣ 지식의 눈 4
박균호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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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를 쓴 사람이 서평(또는 독후감)을 써서 올려도 되는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다시 읽었고 책으로 나오기 전에 읽었던 느낌과는 또 다른 느낌이 있으니 써도 되지 않을까 싶다.

27권의 책, 즉 과학 고전을 다루고 있다. 처음 읽을 때부터 궁금했던 것은, 영어 교사인 이 분이 억지로 어쩔 수 없이 지구과학까지도 가르치긴 했었다고 했는데 이 책들을 어찌 다 읽었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냥 주워들은 풍문으로, 혹은 어디서 베껴온 해설로 이런 내용을 쓸 수는 없다(그런 짓을 할 분은 아니란 걸 잘 알고 있기도 하다).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한참의 고투가 필요했을 것이다. 박수와 함께, 엄지척을 드린다.

이 책에서 겉으로 중요하게 보이는 것을 얘기한다면, 27권의 과학 고전이 어떤 한 분야로 치중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만약 ‘이과의 눈’으로 이런 책을 쓴다면 분명 자신의 전공이 있기에 어느 정도의 편향이 끼어들기 마련이다(종종 그런 경우를 봐왔기에 하는 말이다). 거기에 《프랑켄슈타인》이나 《멋진 신세계》와 같은 고전 SF를 이런 자리에 끼우는 것은 ‘문과의 눈’이기에 가능한 것이란 생각이다.

좀 더 들여다보면, 과학에 대한 믿음을 읽을 수 있다는 점도, 나로서는 의외였다. 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전문가들이 과학을 대하는 태도는 결국엔 우려나 비판, 충고 등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내가 그런 책을 읽는 이유는 나의 편향을 조금이라도 바로 세우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런데 박균호 선생의 글에는 과학을 세운 이들, 즉 과학자에 대한 존경이 듬뿍 들어 있다. 물론 과학을 무조건 믿고, 과학만이 살 길이다는 식은 절대 아니다. 과학이, 과학 고전이 과연 무엇을 이야기하고,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이루어왔는지를 차분히 설명하면서 동시에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지를 덧붙이는 식이다.

다른 과학 교양서와 차이가 나는 가장 중요한 점은, 그런 과학에 대한 설명과 경계는 나의 삶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각 글 꼭지마다 두 개씩 들어 있는 ‘더 깊이 생각하기’라는 코너를 통해서다. 이것은 과학 교양 수업 등에서 볼 수 있는 퀴즈 같은 것이 아니다. 어떤 것은 과학의 내용을 묻고 있기도 하지만, 과학에서 뻗어나온 유추 같은 것도 있고, 과학과는 전혀 상관없을 듯한 나와 사회에 대한 고민도 있다. 책을 읽는 행위가 단순히 지식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란 것은 박균호 선생의 이전 책에서도 충분히 보여줬는데, 이것을 과학 교양서에서도 보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그 생각거리라는 게, 대체로는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것처럼 보이지만 잘 보면 나와 같은 중년의 과학자, 생활인에게도 충분히 의미 있는, 아니 쉽지 않은 질문인 경우가 많다. 과학이 현대의 교양이라고 외쳐온 나였지만, 과학 교양서를 이렇게 읽게 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앞에서 모두 27권의 과학 고전이라고 했는데, 정작 소개되고 있는 책은 거기에 4배다. 각 과학 고전마다 더 읽을 책을 ‘더 넓은 과학의 세계로’라는 타이틀로 3권의 책을 덧붙이고 있다. 각 장을 거의 읽을 때마다 궁금했다. 이번 장에서는 추가로 어떤 읽을거리를 덧붙일까. 사실 책의 형태가 아닌 상태로 읽을 때는 유심히 보지 않았던 부분인데, 책으로 다시 읽으면서는 이 부분도 흥미로웠다. 과연 본문의 내용과 관련이 있는 내용의 책인가 싶은 것도 있는데, 이를테면 하이젠베르크의 《부분과 전체》의 뒤에다 붙여놓은 호프 자런의 《랩 걸》 같은 경우다. 그런데 이것도 어쩌면 ‘이과의 눈’이 가진 한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넓게 보면 연결되는 것을 굳이 분해해서 서로 다른 분야의, 서로 다른 내용의 책이라 지레 규정해 버리는. 아무튼 흥미로운 선택들에 가끔 놀랐다.

과학은 중요하다. 과학이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것은 그냥 과학을 안다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 더 많은 사람이 과학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또 과학을 알게 되는 것으로 이어지는 데 이 책이 중요한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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