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숨진 김 영감네 개가 수상하다
서메리 지음 / &(앤드) / 2024년 4월
평점 :
신간 책 소개를 읽다가 ‘김꽃순(♀), 몸길이 26센티미터, 체중 6킬로그램, 김 영감의 하나뿐인 딸이자 장연재의 사랑스러운 여동생, 특기 : 인터넷으로 사람 뒷조사하기’라는 등장인물 소개를 보고 대체 무슨 책일까 싶어 읽어보게 되었다.
충청북도 청원군 운랑리. 중학교 3학년의 연재에게는 피는 안 섞였지만 가족보다 가깝고, 나이 차이가 엄청났지만 동갑 친구보다 편한 ‘김 영감’ 할아버지가 있다.
두 분 다 서울 출신이었던 부모님은 가세가 기울자, 연재를 임신한 채로 운랑리로 이사할 수밖에 없었다. 어려운 형편에 아이를 낳자마자 일을 해야 했던 연재의 어머니가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전전긍긍할 때, 천사처럼 나타난 김 약사 할아버지. 그렇게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던 김 영감네 약국에 맡겨져 자란 연재가 내뱉은 첫 마디는 엄마도 아빠도 아닌 ‘영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레 닥친 김 영감의 부고 소식과 함께 대기업 대표인 김현호가 김 영감의 아들이라며 나타난다. 그 충격이 가시기도 전, 주인을 찾지 못하면 꽃순이가 안락사 위기에 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연재는 꽃순이를 데려오려고 애쓰지만, 어려운 형편에 부모님을 설득시키기가 쉽지 않다.
절망에 빠진 연재에게 같은 반 친구인 ‘안이양’이 한 줄기 빛처럼 나타나고, 이양이 돈을 빌려줘 간신히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꽃순이를 데려올 수 있었다.
꽃순이는 천재견의 면모를 보여주며 금세 연재네 가족의 복덩이가 되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이상함을 느낀 연재는 꽃순이의 비밀을 밝히려 하고, 우여곡절 끝에 마주하게 된 꽃순이가 인간의 말을 알아듣고, 문자로 소통까지 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게다가 사실 김 영감은 파킨슨병으로 자연사한 것이 아니라 살해당했다는 사실과 꽃순이가 그 장면의 유일한 목격자라는 것을 알게 된 연재는 이양, 꽃순이와 함께 김 영감을 살해한 범인을 처벌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어느 것 하나 특출난 것 없이 평범해 보이지만 그 누구보다 선한 에너지를 가진 연재와, 상위 0.001%의 초고도 영재이지만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사는 이양, 그리고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뒷조사의 달인인 천재 견 꽃순이까지.
두 명의 사람과 한 마리의 강아지가 펼치는 추리극 속에서 범인이 누굴지 추리하며 읽는 재미도 있고, 함께 성장해나가는 세 아이들(?) 간의 우정이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이다.
책은 서메리 작가의 첫 소설이라고 한다. 솔직히 표지와 제목을 보고 아주 가볍게 읽기 시작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더 흥미진진하고, 감동 서사까지 담겨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