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이커 래빗홀 YA
이희영 지음 / 래빗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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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살의 나우. 유독 생각이 복잡하던 어느 날, 안주머니에 프러포즈 푸른 눈을 가진 까만 고양이를 따라가다 우연히 칵테일 바를 마주한다. 논 알코올 칵테일만 판매한다는 그곳에서 바텐더가 권하는 신비한 칵테일을 마신 나우의 시간은 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 이 상황이 혼란스럽기만 한 열아홉 나우의 곁에는 고삼 때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난 15년 지기 절친 이내가 살아있다. 과거를 고치고 이내를 살리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시간까지는 단 5일. 그토록 그리워했던 친구를 다시 만났지만 나우의 마음은 싱숭생숭하기만 한데, 자신의 첫사랑이자 이내의 여자친구였던 하제 때문.
32살의 하제는 나우의 연인이지만, 과연 이내가 살아있더라도 하제가 자신의 곁에 있을지 확신할 수 없어 갈등하던 나우는 다시 칵테일바를 찾아가 바텐더를 만나고, 새로운 칵테일을 마시게 된다.
이번에는 더 멀리 15살로 돌아간 나우는 하제와 이내의 첫 만남을 자신과의 인연으로 바꾸려 하지만 결국 실패한다. 정해진 운명과 인연은 바꿀 수 없는 건가 하고 절망하는 나우의 앞에 또다시 바텐더가 나타나고 나우는 점점 더 혼란스러워진다..

처음에는 이 소설이 단순한 판타지 장르인 줄 알았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타임슬립 판타지 로맨스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만 들으면 가볍게 느껴질 수 있지만 생각보다 훨씬 많이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며 힘들어하는 나우를 보면서, 분명 반듯하게 직진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돌아보면 구불구불한 철로가 마치 우리의 인생과 닮았다던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다.
인생은 늘 선택과 후회의 연속이지만 그 모든 순간순간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현재 나의 선택들이 모여 또 미래의 나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생각하니 지금이 얼마나 소중한 순간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나도 나우처럼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과연 나는 그 모든 일을 다시 견뎌낼 수 있을까? 지나고 보면 별거 아닌 일이라도 그때는 세상 전부인 것만 같았을 텐데.
그 시절 어렸던 나에게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보내며, 대견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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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라는 위로 - 불안과 두려움을 지난 화가들이 건네는 100개의 명화
이다(윤성희) 지음 / 빅피시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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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수록 소중해지는 책. 긴 하루를 사느라 애쓴 당신에게 보내는 그림의 위로”라는 진병관 작가의 추천사를 보고 관심이 생겼던 책. 더불어 ‘이탈리아 미술품 복원사이자 공인 문화해설가’라는 저자의 이력을 보자 더욱 읽어보고 싶었다.

총 4파트로 이루어진 이 책은 가만히 위로받고 싶은 날의 그림들을 담은 ‘위로의 미술관’, 주저앉고 싶은 순간, 나를 일으켜주는 그림들인 ‘희망의 미술관’, 유난히 마음속 상처가 아픈 날에 보면 좋을 그림들로 채워진 ’치유의 미술관’, 보는 것만으로도 걱정과 슬픔이 사라지는 그림들을 담은 ‘휴식의 미술관’까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넘길 수 있는 책장이 없다.

책에는 총 19명의 화가들의 작품이 담겨 있다. 그림을 쭉 보여주기 전에 그들의 생애나 특징에 대한 간단한 해설을 곁들여 따뜻한 위로를 건네기도, 밝은 희망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각각의 그림에는 별도의 특별한 해석을 덧붙이지 않아 마치 나 혼자 미술관에 방문해서 고전 명화를 조용히 감상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그랜마 모지스, 클로드 모네, 폴 고갱, 칼 라르손,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등 책에 등장하는 많은 화가들이 다 인상 깊었지만, 그중에서도 내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사람은 귀스타브 카유보트였다.
사실 카유보트는 이 책을 접하기 전에는 처음 들어보는 화가였다. 하지만 <예르, 비의 효과> 작품을 보자마자 뭔가 잔잔하게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고, 이어서 등장하는 <산책하는 두 사람>과 <위에서 내려다본 도로>도 마음에 쏙 들었다.
게다가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 많은 인상파 화가들의 재정적 후원자가 되어주고, 자기 자신도 예술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그림을 그렸다는 점도 멋지게 다가왔다. 특히, 1894년 정원에서 풍경화를 그리다 쓰러져 눈을 감은 후, 공개된 유언장에는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하는 것을 조건으로 인상파 작품 70점을 국가에 기증하겠다는 내용이 있었다고 한다.
마지막까지 대중에게 인상파 작품을 알리려고 노력했던 카유보트의 이야기를 읽고 작품을 보니 더 멋져 보이기도.

미술에는 문외한이라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작품을 제대로 다 느끼고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저자의 설명을 따라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그림에 한 발짝 더 다가선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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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김 영감네 개가 수상하다
서메리 지음 / &(앤드)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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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책 소개를 읽다가 ‘김꽃순(♀), 몸길이 26센티미터, 체중 6킬로그램, 김 영감의 하나뿐인 딸이자 장연재의 사랑스러운 여동생, 특기 : 인터넷으로 사람 뒷조사하기’라는 등장인물 소개를 보고 대체 무슨 책일까 싶어 읽어보게 되었다.

충청북도 청원군 운랑리. 중학교 3학년의 연재에게는 피는 안 섞였지만 가족보다 가깝고, 나이 차이가 엄청났지만 동갑 친구보다 편한 ‘김 영감’ 할아버지가 있다.
두 분 다 서울 출신이었던 부모님은 가세가 기울자, 연재를 임신한 채로 운랑리로 이사할 수밖에 없었다. 어려운 형편에 아이를 낳자마자 일을 해야 했던 연재의 어머니가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전전긍긍할 때, 천사처럼 나타난 김 약사 할아버지. 그렇게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던 김 영감네 약국에 맡겨져 자란 연재가 내뱉은 첫 마디는 엄마도 아빠도 아닌 ‘영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레 닥친 김 영감의 부고 소식과 함께 대기업 대표인 김현호가 김 영감의 아들이라며 나타난다. 그 충격이 가시기도 전, 주인을 찾지 못하면 꽃순이가 안락사 위기에 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연재는 꽃순이를 데려오려고 애쓰지만, 어려운 형편에 부모님을 설득시키기가 쉽지 않다.
절망에 빠진 연재에게 같은 반 친구인 ‘안이양’이 한 줄기 빛처럼 나타나고, 이양이 돈을 빌려줘 간신히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꽃순이를 데려올 수 있었다.

꽃순이는 천재견의 면모를 보여주며 금세 연재네 가족의 복덩이가 되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이상함을 느낀 연재는 꽃순이의 비밀을 밝히려 하고, 우여곡절 끝에 마주하게 된 꽃순이가 인간의 말을 알아듣고, 문자로 소통까지 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게다가 사실 김 영감은 파킨슨병으로 자연사한 것이 아니라 살해당했다는 사실과 꽃순이가 그 장면의 유일한 목격자라는 것을 알게 된 연재는 이양, 꽃순이와 함께 김 영감을 살해한 범인을 처벌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어느 것 하나 특출난 것 없이 평범해 보이지만 그 누구보다 선한 에너지를 가진 연재와, 상위 0.001%의 초고도 영재이지만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사는 이양, 그리고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뒷조사의 달인인 천재 견 꽃순이까지.
두 명의 사람과 한 마리의 강아지가 펼치는 추리극 속에서 범인이 누굴지 추리하며 읽는 재미도 있고, 함께 성장해나가는 세 아이들(?) 간의 우정이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이다.

책은 서메리 작가의 첫 소설이라고 한다. 솔직히 표지와 제목을 보고 아주 가볍게 읽기 시작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더 흥미진진하고, 감동 서사까지 담겨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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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보았어
돌로레스 히친스 지음, 허선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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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출간된 돌로레스 히친스의 미스터리 소설로, 일흔의 독신 할머니 레이철 머독과 고양이 서맨사가 살인사건에 휘말리고, 사건의 수사를 맡은 스티븐 메이휴 경위와 스스로 탐정이 되기로 한 레이철이 범인을 밝혀나가는 이야기라니..
셜록 홈즈 같은 고전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내 취향에는 정말 딱 들어맞는 책이었다.

소설은 레이철이 동생 제니퍼와 아침을 먹던 중 걸려온 릴리의 전화로 시작된다. 어딘지 모르게 불안해 보이는 목소리로 자신에게 와달라는 요청에 레이철은 조카를 향한 걱정과 자신의 무료한 일상을 깨트릴 수 있다는 기대감을 살짝 더해 릴리가 있는 브레이커스 비치로 간다.
레이철이 도착하자 릴리는 언제 불안했냐는 듯이 행동하며,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무슨 일이 있는지 도통 말해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 릴리가 도박으로 스컬록 부부에게 큰 빚을 진 것을 알게 되고, 레이철이 도와주려 하지만 릴리는 괜찮다며 다 방법이 있다고 거절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릴리는 방에서 무참히 살해당하고, 레이철은 모르핀 중독으로 사경을 헤매다 깨어난다.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는 레이철이 데리고 온 고양이 서맨사뿐. 레이철은 조카를 죽인 범인을 밝히기 위해 사건에 뛰어들고, 서프 하우스의 모든 입주민이 용의자가 된다.

비록 나이 일흔의 할머니지만 레이철의 날카로운 관찰력과 추리력, 위험을 무릅쓰는 행동력은 물론,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창틀에 꽂아두었던 핀까지. 사건 담당인 메이휴 경위에게는 꽤나 멋진 조력자이지 않았을까 싶다.

낡은 서프 하우스 안의 그 누구도 믿을 수 없게 하는 스토리와 알고 나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게 되는 진범의 정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결말까지 삼박자가 잘 어우러진 소설이었다.
거기다 나이와 성별은 물론, 성격까지 너무나 다른 33세 메이휴와 70세 레이철이 보여주는 예상 밖의 파트너십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우아한 할머니 탐정 레이철과 사건의 목격자인 반려묘 서맨사, 그리고 한 번 문 고기는 놓지 않는 불독 같은 메이휴 경위가 풀어나가는 살인사건이 궁금하다면 어서 읽어보시기를.
특히 고전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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