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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움과 해변의 신
여성민 지음 / 민음사 / 2019년 5월
평점 :
보들레르가 사랑한 것은 잔 뒤발의 아름다움은 아니었어. 무너지는 선을 사랑했던 거야.
- 「 부드러움들 」25쪽 -
저물면 형태는 사라져 . 선만 남지. 물론 최후에는 선도 사라지겠지만. 형태는 사라지고 선이 남아. 그때가 가장 아름다워. 그래서 사람들은 해변으로 오는 거야. 우린 기다리는 거야. 이제 곧 사람들이 해변으로 나올 거야. 해변과 사람들이 함께 아름다워지겠지. 우린 총을 사겠지. 해변. 해변에 앉아 있는 사람. 총. 그러면 되는 거야. 모래는 따뜻하고. 이토록 아름다운 해변. 최후의 선을 보며. 우린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어.
말할 수 있지.
한 번 더 말할 수 있지.
- 「 부드러움들 」27쪽 -
소설을 읽으며 작가의 언어와 작가의 감정을 이해했다. 구름을 쫓는 사람들은 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노을에 물든 구름은 분명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분명 유혹적이다. 마법인가? 환상인가? 구름을 쫓아 바다로 달려간 사람들. 해변에 선 정적의 순간. 그 순간에 형태는 흐려지기 시작한다. 선이 남는다. 그리고 선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극치다. 무너지는 모든 것을 사랑한 것처럼, 무너지는 모든 피를 기억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