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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책
클라이브 바커 지음, 정탄 옮김 / 끌림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어린 시절이었다.  그러니까, 13일의 금요일이라던가, 나이트메어라던가, 그런 호러영화들이 아이들에게 아주 중요한 이야깃거리로 떠오르던 시절. 당시 헬레이저라는, 뭐라 설명하려해도 딱히 설명할 말을 찾기는 어렵지만 상당히 매력적인 것만은 의심의 여지가 없던 영화가 한 편 있었다. 아는 사람은 다들 알겠지만...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그 영화의 원작소설에 대한 소문도 아주 어렴풋이 떠돌았던 것 같다.  그리고 끝내... '피의 책'이라는 작품이 우리 앞에, 그야말로 '강림'했다. 뭐, 지금의 이 책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미드나잇 미트트레인'이 '한밤의 식육열차'라는 아주 정겨운 제목으로 소개됐던, 지금은 절판됐을 뿐 아니라 헌책방에서도 그다지 자주 눈에 띄지는 않는 그 책을 말하는 거다.

사실 호러장르는 상당히 대중적이고도 상업적인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지만 실제로 그렇지는 않다. 호러작가이자 대중작가인 인물을 꼽자면 스티븐 킹 정도, 대중작가의 아주 기준을 너그럽게 잡아도 거기에 많은 수가 보태지지는 않을 것이다. 즉, 호러의 미학에 대해 공감하고, 그에 충성을 바칠 의사를 가진 특정 독자계층 내에서 공유되는 그 무엇에 가깝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의 내용과 수준과 기타등등을 논하는 것은 무척이나 소모적인 일이 될 것이다. 그다지 많이 생산되지도 않고, 요샛말로 '개념이 탑재된' 작품은 더더욱 만나기 힘든 호러팬들에게 이런 책이 소개된 것은, 그야말로 선물이다.  그리고 나 역시 이 선물을 두고두고 즐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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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와 슈퍼 복숭아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20
로얼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화되어 큰 인기를 누렸던 '찰리와 초코렛 공장'보다 더 위에 두고 싶은 작품이다.

그다지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살아가고 있던 소년이 뜻밖의 행운(혹은 기회)를 통해 기상천외한 일들을 겪고 결국 행복한 삶을 찾아낸다는 구조에서는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지만, 이 작품의 경우엔 좀 더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거대벌레들과의 교감. 즉,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이 오직 인간들만은 아니라는 것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초코렛공장장 찰리 씨가 움파룸파족을 착취(?) 하는 것에 비하면 이는 얼마나 더 아름다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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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미인 - MBC 김지은 아나운서가 만난 스물한 명의 젊은 화가들
김지은 지음 / 아트북스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서늘하다고 하지만, 사실은 따뜻하다.

아직은 신인 내지 무명인 미술가들을 무척이나 성실하게 발굴해서 그들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가감없이 표현하고 있는 책.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을 두고 하는 이야기들은 무척이나 따뜻하지 않은가.

그 마음이 주는 따뜻함을 받아들이다 보니, 이 가을이 지나기 전에 미술관에 한 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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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 - 2006년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이당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아내가 결혼했다, 라는 기막힌 상황에 대한 발상도 재미있기는 했다.

또한 축구에 대한 마니아적인 삽화들도 흥미를 끌기에는 충분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소설에 한 가지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그래서 어쨌다는 것인가?

물론, 소설가에 자신의 작품 속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대해 확실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별다른 의견개진을 하지 않음으로써 그 사건을 더욱 부각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에 있어서 작가의 태도는 왠지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보이는 것은 왜일까?

과감한 소재를 선정했음에도, 결국은 '에라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 식으로 물러나는 바람에 소설의 여러 기능 중 하나가 될 담론으로서의 자격은 크게 훼손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꽤 읽을만한 글에 속한다.

우선 재미있기 때문이다. 재미란 말이 무척이나 모호하긴 하지만, 책을 읽어내려가며 이제 그만 접어야겠다는 생각을 들지 않게 하는 힘, 조금 고상한 말로 가독성 정도로 칠 때, 꽤 훌륭하다. 그리고 작가가 방기해버린 문제을 독자의 몫으로 받아들여 진지하게 고민해본다면, 꽤 심도깊은 사유의 소재를 제공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즉, 작가는 부정적으로 말하자면, 충격적인 소재를 이용한 말초적 소설 한 편을 썼다고도 할 수 있고, 긍정적으로 보자면, 보편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그래도 한 번쯤 생각해볼만한 문제를 소설 속에 얼핏 내비쳤다고도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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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가볍다.

하지만 이런 간단한 수식어로 이 책을 설명해 보리고 나면 왠지 무성의 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지금껏 많은 소설과 영화에서 보아왔던 모든 삼각관계 중 가장 가볍고 유쾌하고 멋지게 느껴지는 삼각관계이다. 이런 일이 현실에서 일어난다, 라고 생각하면 그 일상은 얼마나 고되고 힘들 것인가? 하지만 소설 속의 일이다. 그저 가볍게 가상의 상황을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어느 새인가 소설은 현실과 멀어져 가고 있다고 느껴졌다. 이 소설도 그런 흐름을 분명히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가벼운 가상공간에 대해 구경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 등줄기가 서늘해 질 때가 분명히 있다. 아직 문학이 세상을 완전히 등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른바 문학도 조금씩 쿨, 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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