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본드 27 (적색)
이노우에 다케히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요시오카 도장 일문 70명과의 싸움도 막바지에 이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쳐가는 미야모토 무사시의 검은 위력이 더해진다. 본능 밖에 남지 않은 몸이 흘러가는데로 흘러가기 때문일까.
이 만화, 상당히 함축적이고 여운이 많아 두고두고 곱씹을수록 맛있는 만화다. 다음은 27권에서 내가 가장 많이 곱씹어본 부분으로 무사시의 머릿 속에서의 두 노인의 대화인데 번역에 대해 약간의 불만을 말하고자 한다. 문제의 대화를 소개하자면 이렇다.
˝이제 부드러워졌구먼. 부드러워 질수록 깊어지는게... 뭐어게ㅡ?˝
˝응? ㉠자신?˝
˝딩동댕˝
˝응?˝
˝부드러워지는 것은 ㉡자신... 굳어지는 것은 오기...˝
˝자기(自)를 믿는다(信)는 ㉢자신인데... 여기도... 이 언저리도... 더욱 더... ㉣자신을 둘러싼 공기마저 믿을 수 있을 듯이 말이야.˝
˝이 부드러운 공기에 감싸여 있는 한... 베인다는 생각은 안 드는 법. 그러다가 그 공기는 상대마저 감쌀 만큼 뻗어나가ㅡ 그러면 어떻게 될 것 같으냐, 무사시...?˝
(이거 무슨 언어영역 문제같긴 하다만...)
(그리고 사실 두 노인은 대립하는 입장이 아니라 같은 입장에서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큰따옴표의 의미는 크지 않다. 그리고 큰따옴표로 구분은 해 놓았는데 만화라는 특성 상 누가 말하고 누가 대답했는지도 확실치 않다. 요컨대, 상호보충해가며 완성해가는 대화이다.)
처음 읽었을 때 5번째 줄이 마음에 들어 계속 되뇌어보고 그 의미를 생각해보려 노력했었다. 나는 ㉠과 ㉡의 자신을 自身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 문장을 보니 ㉢ 때문에 앞의 ㉠, ㉡도 自信으로 읽어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은 自身인게 틀림없다.) 원문을 봐야지 확실히 이노우에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겠는데 번역가는 그런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여담이지만 일문번역가로서는 양윤옥 씨를 완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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