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의 정원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13
사라 스튜어트 글, 데이비드 스몰 그림, 이복희 옮김 / 시공주니어 / 199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2~3년 전, 텃밭 딸린 집에서 살았던 기억은 평생 가도 잊지 못할 것이다.

사먹기만 했던 채소들을 커가는 모습 들여다보며 수확하는 기쁨이란.......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한 며칠 게으름을 피우거나,

비라도 한번 내리고 나면 어떤 게 풀이고 어떤 게 상추인지, 땅콩인지, 고구마인지

구별이 안 갈 정도가 되어 모기들만 왕창 들끓었던......^^

이 책을 읽고야 생각했다.

나는 리디아처럼 간절한 사랑과 정성으로 그것들을 대하지 못했었구나..라고...

 

 

리디아네는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온갖 채소와 꽃들을 가꾸며 살아간다.

그런데 때마침 경제공황기라 엄마, 아빠가 일자리를 잃게 되자

리디아는 큰도시에서 빵집을 하시는 외삼촌네로 더부살이를 하러 가게 된다.

외삼촌은 좀처럼 웃지 않는 무뚝뚝한 분이시다.

하지만 리디아는 외삼촌과 빵집이 있는 시멘트 건물에 봄을 틔워내기 시작한다.

할머니가 우편으로 보내주신 꽃씨를 심고 가꾸어

6월이 되자 건물과 비밀장소를 온통 꽃으로 뒤덮인 아름다운 정원으로 탈바꿈시킨다.

(비밀장소가 어디냐구? 궁금하면 책을 보길!^^)

 지나는 사람마다 행복한 미소를 짓고,

 빵집을 들여다 보고 올려다 보고,

가게도 손님으로 꽉 차고,

흐흐....심지어 강아지 두마리의 뽀뽀씬도 곁들어있다.^^(얼마나 행복했으면....)

솔직히 꽃은 가꿔본 사람만이 안다.

보기에는 무척 아름답고 화려하지만,

그 꽃을 피우기까지의 과정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첫 페이지는 짐을 싸는 리디아와 할머니의 우울한 표정으로 시작하는데,

어린 나이답지 않게 정말로 당차고 야무지게 주어진 상황을 헤쳐나가는 것을 보며

야아~역시 희망은 아름답구나~

그 희망이 이 꽃을 피워냈구나 ~ 싶었다.

음..... 리디아가 큰 도시의 역에 내렸을 때의 장면 또한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오래 남는 부분 중 하나이다.

이 책은 시종일관 밝고 가벼운 붓터치로 독자를 경쾌하게 만들지만,

이 페이지에서만은 지극히 황량하고 우울한 흑갈색톤으로

큰 구조물 한쪽 하단에 아주 작고 초라한 리디아를 대비시킴으로써

리디아가 낯선 도시에서 느끼는 중압감과 두려움을 시각적으로 아주 잘 연출했다.

 

 

이 책은 드물게도 처음부터 끝까지 리디아의 편지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외삼촌에게 보내는 편지로부터 시작해

가족과 헤어져 살면서 생긴 에피소드들을 엄마, 아빠, 할머니에게 쓴 편지들이 바로 그것이다.

음....그래선지 작가가 이야기를 직접 이끌어가는 여느 책들과는 달리,

왠지 한 소녀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 같은 짜릿함(?)과 가슴 설렘이느껴지기도 했다.

 

 

뭐...암튼 다시 스토리로 돌아가서......

그 뒤로 리디아는 다시 집에 돌아가게 된다.

다시역에서(처음 내렸던 그 황량한 역과는 달리 이번엔 리디아를 꼬옥 안아주시는 외삼촌이 계신다.)

리디아와 포옹하는 무뚝뚝했던 외삼촌의 표정도 눈여겨볼만 하다.

진정으로 사랑을 느끼는 이의 얼굴이라고나 해야 할까?

적어도 내가 보기엔 말이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서 리디아는 또 그녀의 꿈을 키우겠지?

책의 겉표지에 그려진 한손엔 모종삽을, 다른 손엔 지 키만한 화분을 들고 있는

리디아의 자신감 넘치는 얼굴만 봐도

리디아는 언제 어디서든

그렇게 당당하고 활기 넘치고 부지런하게 꽃을 가꾸고 꿈을 가꾸고 삶을 가꾸겠지하는 생각이 든다.

그녀가 고향에 돌아가서 가꿨을 또 다른 정원이 자꾸자꾸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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