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생활
필립 길버트 해머턴 / 장락 / 1993년 4월
평점 :
절판


도서관을 서핑(?)하다가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하고 읽게 되었습니다. 이런 주제를 다루고 있는 책은 흔치 않은 것 같습니다. 아마도 한국에서는 이런 류의 책은 시장성이 없기 때문에 잘 출간되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한국인들은 대체로 놀고 먹고 마시는데 정신이 집중해 있기 때문입니다. 조용히 방 안에 들어 앉아 해야만 하는 지적활동은 도무지 낯설죠. 돈이 좀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싸돌아 다니기 바쁩니다. 한국에서 '여가(餘暇) 생활' 이라는 단어는 '야외활동이나 놀이' 와 거의 같은 의미를 갖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서간문(書簡文)의 형식을 빌어서 구체적 사례를 들어가며 각자가 처한 경제적-사회적 환경에 따라 적합한 지적생활의 방법을 저자가 제시하는 형식으로 씌여져 있습니다. 예를 들면 커피나 포도주등의 음료가 지적활동에 미치는 영향이라던지, 야외활동에만 전념하는 자녀들 둔 부모에 대한 충고등입니다. 19세기 프랑스 시골에 거주하는 영국인이 쓴 글입니다. 당시의 역사적 상황-주로 유한계급(有閑階級)에 속하는 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재미입니다.

비교되는 것은, 한국의 유한계급(有閑階級)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골프나 술, 쇼핑, 여행등으로 시간을 소진(消盡)하고 있는 것과 달리, 19세기 유럽인들은 라틴어로 된 고전(古典)을 읽거나 각종 자연과학을 공부하는 식으로 여가 시간을 보내는 게 하나의 주류(主流)문화 였다는 점입니다. 한국에서 왜 이렇게 지적문화가 뿌리채 실종되었을까요. 가장 큰 원인은 해방후의 한글전용책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추상적 개념이나 학술어(學術語)는 모두 한자로 되어 있는데, 한자교육이 부재하다 보니 학술서적이나 전문서적은 읽는게 대단히 불편하고, 이해도 어렵게 되었습니다. 한자로 표기되면 읽을 수가 없고, 한글로만 한자어를 표기하면 의미전달력과 가독성이 크게 떨어지게 됩니다.

p.s 저는 바로 이 책이 아니라, 역시 같은 책을 '지적 생활을 위하여' 라는 제목으로 자유문학사에서 번역-출간된 책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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