쳇 베이커 -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 현대 예술의 거장
제임스 개빈 지음, 김현준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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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 베이커를 알게 된 건 가주 가는 음반 가게에서였다. 그즈음 재즈가 유행이었는지 그의 앨범은 가게 구석구석에 전시되어 있었고, 호기심이 생겨 앨범 하나를 덜컥 샀던 것 같다.

그의 곡들 중에서도 ‘everything happens to me’를 가장 좋아한다. 나쁜 일은 모두 자신에게 일어난다는 자조적인 가사가 이어지는데 듣고 있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간다고 해야 하나. 약한 곳으로 시선이 흐르는 그 묘한 기분을 뭐라고 정의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 책은 쳇 베이커의 전기로 음악 뒤에 숨어있던 ‘인간 쳇 베이커’를 이야기한다. 그는 수없이 아름다운 곡을 세상에 발표했으나 자신을 사랑해 준 사람들의 마음을 늘 산산조각 내는 사람이자, 마약으로 자기 삶 조차도 완벽하게 파괴한 사람임을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오죽 했으면 에필로그에 ’애증’이란 제목을 붙였을까 싶기도 하고. 책을 덮고 나서야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라는 부제를 이해하게 된다.

음악 너머의 쳇 베이커가 궁금하다면 한 번쯤 읽어보길 권한다. 무려 1074p라는 두꺼운 벽돌 책이지만,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매료되어 그의 음악을 찾아듣게 될 것이다. 그러며 ‘그는 잊을 만 하면 한 번씩 유령처럼 나타나 사람 마음을 헤집어 놓는다(p. 1017)‘라는 옮긴이의 말에 공감하게 된다.

더불어 책 물성 자체가 굉장히 멋지다. 이 책은 을유 출판사의 ‘현대 예술의 거장’ 시리즈 중 하나로 20세기 문화 예술계에 큰 영향을 끼친 아티스트 평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빌 에반스, 찰스 밍거스, 코코 샤넬 등 이름만 들어도 매력적인 이들의 삶을 조명한다. @eulyoo

🔖
우리는 그의 유령을 곁에 두고 살아왔다. 재즈는 몰라도 쳇 베이커는 알 만큼, 예술에 대해 최소한의 관심을 거두지 않은 이들에게 그는 하나의 통과의례였다. 이제 다시 쳇 베이커를 마주한다. 그의 음악을 느끼고, 삶을 듣는다. 유령은, 유령의 존재를 믿는 사람에게만 보인다. - p.1019, 옮긴이의 말 중에서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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