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부부 1
서미선 지음 / 자음과모음 / 2005년 2월
평점 :
품절
이런류의 글을 좋아하는 편이다.바보스러울만큼 착하게 살면서 고통받다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는 여자들의 이야기는 항상 나의 흥미를 자극한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코드는 항상 피해자와 더 밀접하게 연결된 듯한 느낌이든다. 그것은 스스로 생각해도 참 이상스러운 일이다.
이 글의 여주인공도 착하고 아름다운 ,남자들이 누구나 탐낼만한 정숙하고 밝은 여자이다. 하지만 결혼은 그런 여주인공의 성격까지 바꾸어 놓았다. 밝고 따뜻했던 성격은 세상을 향해 벽을 세우는 성격으로 변했고 그래서 가까이 다가오려는 사람들에게 경계의 시선을 보내게 된다. 심한 고통을 겪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고통의 시간이 지나간 후에도 예전의 밝음을 찾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사랑하는 아기를 잃고서야 비로소 지옥에서 빠져나오는 여자는 여전히 고통속에 남겨져 괴로워한다.외면은 성공한 여자의 당당한 자신감으로 포장되었지만 아직도 그녀의 내면은 아이를 지키지 못한 아픈 엄마일 수 밖에 없다. 그런면에서 그녀의 고통이 너무 잘 전해진다. 아직 아이는 없지만 지나가는 아이마저 예쁘게 보이는 나에게는 하물며 자신의 아이가 죽어가는 현실은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일것이므로,상상하기도 끔찍하다.
하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하는 비정한 생의 순리대로 여자는 살아서 다시 돌아온다 . 아이를 죽게하고 자신을 몰아낸 이땅으로....
그렇게 복수라는 이름으로 나타난 여자는 여전히 아파하지만 결국 로맨스 소설의 법칙대로 남자와 결혼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룬다.
하지만 현실이라면?자신의 아이를 죽인 사람을 여전히 시어머니로 인정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여자를 불신 혹은 회피한 남자와 다시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나라면 그러기는 좀 힘들것 같다. 작가는 남자의 입장에서 많이 생각했다 한다.확실히 그런것 같다.남자는 여자가 자신에게 사실을 말하지 않고 멋대로 오해해서 아무 설명없이 자신을 기만했다지만 여자 입장에서 볼때 남자는 이미 여자가 아닌 자신의 어머니를 선택했다.그리고 여자 역시 선택을 한 것이다.그 지옥에서 빠져나오기로... 아직 생에 대한 의지가 남아있어 살아서 지옥을 탈출할 것을 선택했다. 그뿐이다. 남자의 입장에서 그것을 비난할수 있을까? 그것이 정당한 것일까?
여자가 여전히 남았다면 상황은 어떻게 되었을까 ?글쎄....아마도 상처없이 살아남기는 힘들었을 것 같다.
어쨌든 소설은 해피엔딩이었지만 <현실이라면?>이라고 가정하는 바람에 생각이 좀 많았던 책이다.덧붙이자면 재미있었고 슬픈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