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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어떻게 바꿀 것인가? - 공정하고 균등한 입시제도를 위하여
노기원 지음 / 살림터 / 2018년 7월
평점 :
“입시,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제목을 보고 현직 고등학교 교사로서 입시에 대한 고민을 어떻게 할까하는 궁금함에 책을 들게 되었다. 단순한 입시 제도의 개편에 관한 책인 줄로만 알았는데 막상 책을 읽으니 단순한 입시제도만을 다룬 책은 아니었다.
이 책은 한국 교육의 문제 전반을 다루고 있다. 흔히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입시경쟁 교육이라고 말하는데, 저자는 이런 입시경쟁 교육의 사회경제적 원인으로 ‘학력에 기초한 학벌사회’를 지목한다.
사실 한국 사회는 대학, 그 중에서도 소위 명문대를 나와야 고소득을 올리는 직업을 가질 수 있다. 이에 학생들은 좋은 학벌을 위해서 치열한 입시경쟁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저자는 총체적으로 ‘입시사회체제’로 명명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 교육뿐 아니라 현단계 한국사회를 보는 생생한 진단으로 생각된다.
입시사회체제는 이미 이 시대 사람들의 심성 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 속 깊숙이 학벌의식을 내면화하고 있고, 이를 통해 대학 서열의 구조는 끊임없이 재생산되며 사람들은 상위 서열에 입학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는 것이다.
흔히 진보진영에서는 학벌사회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으로 대학 평준화를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저자는 사람들의 심성 깊숙이 자리잡은 대학서열과 학벌의식이 사라지지 않는 한 대학평준화는 그리 쉽게 달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진단한다. 또한 대학 평준화는 단순히 교육 분야의 개혁으로만 이루어질 수 없다고 주장하는데 이에 대해 깊은 공감이 갔다. 사실 대학평준화는 교육개혁만이 아니라 학력에 기초한 학벌사회를 바꾸기 위한 정치적 노력이 병행되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학력 간 임금 격차를 줄이고, 지방 인재 할당제 도입등과 같은 정치사회적 노력이 병행하지 않으면 입시제도 개혁만으로 입시사회체제를 바꾸는 것은 힘들 것이다.
또한 저자는 지금 당장은 대학평준화를 이룰 수 없지만 헌법에 나온 교육의 기회균등 정신을 살릴 수 있는 입시제도 개혁은 지금 당장 필요하고 이러한 방향의 개혁은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저자의 방안은 “수능을 완전히 자격고사로 전환하고 오직 교과내신만을 통해서 선발하자”는 것이다. 저자가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교육의 기회균등의 헌법 정신과 민주시민을 양성하기 위한 전인교육이라는 교육기본법에 나온 학교 교육의 정신을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직 교사인 저자가 왜 이런 주장을 하는지에 대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저자의 주장은 우리 사회가 충분히 경청하고 심도 깊은 토론을 해 볼만 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