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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가 읽은 작가들 ㅣ 버지니아 울프 전집 14
버지니아 울프 지음, 한국 버지니아 울프 학회 옮김 / 솔출판사 / 2022년 3월
평점 :
버지니아 울프는 그동안 남성 작가들이 전통적으로 구사해온 소설 작법에서 벗어나 특유의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남성과 여성의 이분된 질서를 뛰어넘어 단순히 여성 해방의 차원으로는 설명이 부족한 인간 해방의 싶은 문학을 지향했다. 이성적 언어 이전의 의식의 흐름을 통해서 죽음의 문제만큼이나 삶의 심연에 천착해 깊고 다양한 문학 세계를 이룬 울프가 읽은 작가들을 통해, 우리는 그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아름다움은 우리를 가르치고, 아름다움은 엄격한 교사라는 것을 어떻게 그들에게 확신하게 할 수 있을까? 그들이 듣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 가르침이 가르치는 목소리와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을 가르칠 수 있겠는가?
울프는 조지프 콘래드에 대해, 늘 그렇듯이 죽음이 우리 기억을 되살리고 집중시켜준다고 할지라도 콘래드의 천재성에는 우연이라고 할 수 없는, 무언가 근본적으로 접근하기 힘든 어떤 것이 있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영국 최고의 수준이었으나, 대중의 인기를 누리지 못한 이유를 비평가들은 그의 자의식과 경직이 원인이라고 한다. 그러나 조금은 경직되고 우울한 그 음악을 제대로 듣지 못한다면 그 속에 든 유보와 긍지, 그 대단하고 사정없는 진실성, 어떻게 악보다 선이 나은 것이며, 어떻게 충직함과 정직 그리고 용기가 좋은 것인지 등의 그의 의도를 놓치고 말 것이라는 울프의 말에 주목해야 한다.
📖 "당신의 논리는 꽤 괜찮은 것이오만 당신이 콘래드를 인용하는 순간 그 논리라는 것들이 모두 달빛처럼 희미한 것들이 되거 말았소. 비평이라는 불행한 기술은 태양이 없을 때라야만 빛이 나는 것을! 내가 콘래드 산문이 갖는 주술을 잊고 있었소. 당신이 인용한 몇 마디 말이 나에게 더 듣고 싶은 압도적 허기를 불러일으킨 걸 보니 콘래드의 문장이 예외적인 힘을 가진 게 틀림없는 것 같소."
📖 이런 이유에서 우리는 실패와 파편의 계절을 감수해야 한다. 진실을 말하는 방식을 찾느라고 그렇게 힘을 많이 들였지만 진실은 오히려 지치고 혼란스러운 상태로 우리에게 도착하리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4부의 민감한 마음 중에서 '로렌스에 대한 메모'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다. 로렌스가 드리운 녹색 커튼. 여기서 그의 특성 중 하나는 아무도 정돈 중인 로렌스를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쉽게 말해, 효과를 위해 덧붙여진 단어나, 책의 의미를 숨겨놓지 않았다는 말이다. 울프가 느낀 그는 결코 과거를 되돌아보지도, 문학으로서의 문학에 관심을 갖지도 않았다고 한다. 모든 것은 쓸모와 의미가 있으며, 그 자체로 목적인 것이 아님을 뜻한다. 그 말이 나는 너무 좋았다.
과거를 의식하지 않고, 현재도 그것이 미래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면 의식하지 않는다는 걸 느끼게 됨으로써 독자는 그 자체의 아름다움이나 문장 전체 구조에 효과를 더하기 위해 선택된 단어는 단 한 개도 없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과장된 표현 없이, 꾸밈 없는 그 본연의 감정의 귀중함을 어찌 알 수 있을까.
📖 죽은 나방을 바라보고 있을 때 이렇게나 하찮은 상대를 쓰러뜨린 거대한 힘의 길가에서의 작은 승리는 나로 하여금 경이감에 휩싸이게 했다. 불과 몇 분 전만 해도 생명이 불가사의한 존재였듯이 지금은 죽음이 꼭 마찬가지로 불가사의한 것이었다. 나방은 몸을 일으켜 세운 후 이제는 아주 점잖게, 전혀 불평하지 않고, 침착하게 누워 있었다. 맞습니다, 하고 나방이 말하고 있는 듯했다. 죽음은 확실히 나보다 강합니다.
이 책은 평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소설가 울프가 아닌, 독자로서의 울프를 만날 수 있었다. 독자로서의 울프임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쓴 글들은 모두가 하나의 작품과도 같았다. 울프의 독서는 정말 광범위했으며, 그녀의 감상과 결론들은 경이로울 정도였다. 나의 생각 속 울프의 존재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며, 훨씬 더 그녀에게 깊이 빠지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추가로, 독자로서의 내 모습은 어떠한가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버지니아 울프, 그녀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추천하는 책 :)
(서평단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