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10
헤르만 헤세 지음, 이순학 옮김 / 더클래식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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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데미안 리뷰

 

 

   성장의 사전적 정의는 미숙한 존재에서 성숙한 존재로의 변화이다. 이 변화는 순식간에 이뤄지지 않고, 장애물 없이 이루어 지지도 않는다. 성장이란 이전까지의 세계가 뒤집힐 정도의 정신적 지각변동을 요하는 과정이다. 싱클레어에게 데미안은 아마 그런 존재였을 것이다. 본인이 살고 있던 이전세계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데미안에게 싱클레어가 영향을 받은 것은 필연이었다. 데미안과 만난 이후 싱클레어는 변화하기 시작했다.

싱클레어의 성장이란 무엇일까. 이 책에서 성장이 의미하는 것은 바로 자아의 발견이라고 생각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선과 악의 뚜렷한 구분이 아닌 이 둘의 양면성이 혼재되어 있는 자아를 발견하고 인정하는 것이 아닐까. 순수한 선의 세상에서 살던 싱클레어는 크로머를 통해 악의 세상을 알게 되고 방황하지만 데미안의 도움으로 이 둘의 경계가 모호함을 알게 된다. 전학을 간 싱클레어는 본인이 크로머의 모습을 닮아가는 것을 보며 경멸하던 악의 세상이 사실은 자신에게도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고 자신이 본래 살아왔던 삶의 기반에 대해 고찰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사실 나는 종교적 기반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싱클레어가 그토록 선의 세계라고 굳게 믿은 세상이 어떠한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나 또한 악할 수 있다는 점이 그토록 충격적인 일 이였을까? 계기가 어떠했든 싱클레어는 치열함과 파괴의 시간을 인내하며 견뎌냈다. 책 말미에 보면 끊임 없는 성찰과 방황 끝에 결국 싱클레어는 본인이 가장 이상적인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와 자신이 완전히 닮아 있었다고 말한다. 성장을 이루어 낸 것이다.

책이 추상적이고 함축적 의미가 많아 여러 번 읽을수록 다양한 의미로 다가온다. 스스로의 성장에 대해 회의감이 느껴진다면 꼭 한번 읽어봐야 할 글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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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방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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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 방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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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은 자전소설이다. 하지만 작가가 '이 글은 사실도 픽션도 아닌 그 중간쯤의 글이 될 것 같은 예감이다'라고 말했듯이 보통의 자전소설 같지 않다. 역사의 맥락에서 소외된 개개인의 삶의 입장을 대변하듯이 쓴 이 소설은 먹먹한 울림을 준다. 글을 읽을 때 글자가 영상화되어 마치 눈 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인 것처럼 느껴졌다. 여러 매체에서 접하면서 나름 익숙한 시대상황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속살은 매우 낯설었다. 그 때 당시 사람들이 겪었을 미래에 대한 막막함, 급작스러운 상황의 변화가 미친 영향들이 모두 너무 생생하게 느껴져 낯설었지만 결국엔 마음에 진실로 와 닿았다. 소설은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작가가 현재 입장에서 글 쓰는 것에 대해 고찰하는 것이 조금 이질적으로 느껴져 글의 흐름이 방해 된다고 생각 했지만, 후반부에서 작가가 오랫동안 끌어안고 있던 터부를 글쓰기로 승화시킨다는 점이 인상적 이였다. 결국 희재 언니에 대한 글쓰기를 해냄으로써 작가는 오히려 앞으로의 삶에 대한 힘을 얻었다고 말한다. 이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해 마음속에서 썩어, 계속해 삶을 살아가는 데에 발목을 잡았던 상처를 도려내 온전히 살아갈 수 있는 의지를 회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은 결국 흘러가고 모두 그 곳에 머무를 수 만은 없다는 것, 그리고 그 때의 상황이 누군가 에게는 추억으로, 누군가 에겐 잊고 싶은 상처로 남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 사실을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 인정하는 것을 결국은 성장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담담하게 이 과거의 일을 풀어내는 작가는 결국 성장을 이루어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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