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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옥수(血玉樹) - 이토준지 공포만화 콜렉션 6
이토 준지 지음 / 시공사(만화) / 1999년 12월
평점 :
품절


내가 이 책은 접한 건 어느 날 대여점에서였다. 그날도 난 오랫동안 그곳에서 백수처럼 어슬렁거렸다. 한참을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웬 시커먼 표지에 빛나는 듯한 괴기스런 글씨체가 내눈에 들어왔다. '혈옥수....?' 오호, 이건 공포물이다. 공포물이라면 자다가도 일어나는 나에겐 그야말로 눈을 번뜩이다 못해 짐승의 안광 비슷한 것이라도 발산될 정도였다. '오, 표지 좋고, 색감 좋고. 호러만화치곤 그림이 꽤 예쁜데? 하지만 보통 만화랑 똑같겠지...귀신나오고 어쩌고 하는.'

언제나 공포물은 본 후에는 막심한 후회에 잠을 이루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렸을 때부터 공포물을 즐겨보았다. 허나 언제나 똑같은 '귀신이 나와 사람을 죽인다.'라는 구도에 신물이 나 있던 나는 별로 무섭게 생기지도 않았구만...하며 그 책을 집어들었다.
'......!' 점점 몸이 경직되다시피 하였다. 책장을 넘기는 손과 이리저리 굴러가는 눈동자가 혼란스러울 정도로 나는 굳어 있었다. 지금껏 내가 봐왔던 쓰잘대기 없는 그림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 살아있는 듯한 생생한 표정묘사... 미친 듯이 여주인공에게 달려드는 소년들이 너무나도 무시무시하였다. 꿈에 나타날까 무서운... 그뿐만이 아니었다. 사람의 상처에서 혈옥수라는 괴이한 나무가 자라 그 열매를 먹으면 살 수는 있으나 흡혈귀의 인생을 살아야 하고 먹지 않으면 온몸의 피가 다 빠져나가 죽게 된다는 설정 자체가 너무너무 충격이었다. 다른 콜렉션을 뽑아 뒤적거려보았다. 여기저기 괴기스런 표정묘사와 잔인하고 징그러운 형상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심리적으로 큰 충격을 주게 하였다.

그날로부터 난 며칠간 잠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대여점에 가서도 그 검은 책이 있는 곳은 쳐다보지도 못하였다. 몇 달 후, 내게 그의 만화에 다시 관심을 가질 만한 일이 일어났다. 학교에서 본 영화 '소용돌이'의 뒷부분이 너무 궁금해 결국 빌려보게 된 것이다.
무섭고 징그러웠으나 그의 놀라운 발상과 스토리가 내 손에 다시 그 시커먼 만화책을 쥐어주게 만들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는 마음을 독하게 먹고 만화 <소용돌이>를 완독하고, 어느정도 용기가 생긴 덕분에 <이토준지 공포만화 콜렉션>까지 완독하게 되었다. 며칠 후.... '우오오!!!! 이토준지님 만세!!!!!!!! 만수무강(?) 하옵소서!!!' 그렇다. 나는 이제 그를 찬양할 수준까지 돼버린 것이다. 이제는 그의 만화에 미쳐서 국내의 모든 이토준지님의 만화를 득도하고 말았다.
그의 엄청난 상상력과 정성이 팍팍 느껴지는 작화실력, 섬찢한 펜선과 살아있는 듯한 표정, 흡입력 있는 스토리, 세세한 것까지 날카롭게 표현하는 여자 뺨치는 섬세함, 예쁘고 깔끔한 그림, 흔하면서도 놀라운 소재 등이 과히 존경스럽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진정한 호러를 느끼고 싶은가? 그럼 이토 준지의 만화를 강력추천한다. 절대 후회는 없다. 망설이지 말고 어서 그 검은 만화책을 손에 쥐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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