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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만난 물고기
이찬혁 지음 / 수카 / 2019년 9월
평점 :

악뮤(악동뮤지션) 이찬혁 군의 첫소설 『물 만난 물고기』
책이 출간되자마자 구입해서 완독!
찬혁군만의 일상에서 길어 올린 신선하고 새롭고 특별한 감성과 개성 가득한 노래들을 좋아했는데 그의 첫소설 『물 만난 물고기』 또한 그만의 느낌 있는 코드가 녹아있는데다 '진짜' 예술가가 되기 위해 여행을 하는 선의 여정을 따라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판타지적인 요소까지 가미되어 있어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한껏 성숙해진 모습이 담긴 이번 정규 앨범 3집 <항해>의 모티브가 된 소설이라 해서 큰 기대감을 갖고 책장을 넘겼는데 역시 이찬혁~~~하는 감동의 탄성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
첫 소설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
아니 사실 그동안 작사, 작곡한 그의 감수성과 독창성을 고려해 볼 때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팬심이 일정 부분 작용한 것도 부인할 순 없지만... ^^


"
음악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내가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그 순간에 나는 다짐했다. 수많은 거짓과 모방이 판치는 그곳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다면,
그 사이에서 '진짜'가 될 수 있다면, 그때 진정한 예술가로서 음악을 할 것이라고.
"
『물 만난 물고기』 65p에서
소설에는 저자의 삶에 대한 가치관과 음악에의 고민이 담겨있고,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짧고도 긴 항해가 이루어진다
첫 소설이라는 게 무색할 만큼 짜임새 있고 탄탄한 구성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는 균형감을 가지고 있다
중간중간 살짝 평이한 문장은 신인 작가로서의 귀여움이라고 할까? ^^
솔직히 연예인들의 저서는 선 듯 집어 올리게 되지는 않는다
인기에 편승해 책을 팔아보겠다는 상술이 어느 정도 깔려있다고 생각하기에 휘둘리지 않으리라 작정하고 매의 눈으로 바라보게 되는데
독자들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나 주제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있어서 책을 펼친 순간 마지막 장까지 한 번에 읽어 버리기에 충분했다
소설 『물 만난 물고기』는 이번 정규 앨범 3집에 수록된 '작별 인사'의 가사를 보고 첫눈에 반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슬픔의 끝도 모를 깊이에 빠져들게 하는 가슴 절절한 외로움과 그리움이 느껴지기에 노래를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히고 마음에 유려한 공명이 드리워진다
젊은이의 감성 표현이 어떻게 더 오랜 세월을 살아온 사람의 경험과 인생을 뛰어넘는 것인지...
천재적 감성의 아티스트라는 수식어가 과한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책 속에도 '작별 인사'부분에 앨범의 가사와는 조금 다르지만 선이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
떠날 때 창틀에 화분이 비었길래
뒤 뜰의 꽃을 옮겨 담았어요 제라늄 꽃을
떠날 때 책장에 먼지가 쌓였길래
책 하나 속에 꽂아두었어요 짧은 편지를
정든 찻잔도 색이 바랜 벽지도
흔적이 힘들어서 바꾸지 말아요
내 마음에도 같은 것들을 남긴 것처럼
떠날 때 문턱에 나비가 앉았길래
넘지 못하고 바라보았어요
떠날 때 발등에 개미가 올랐길래
걸음 멈추고 나누었어요 작별 인사를
정든 찻잔도 물기 배인 마루도
의미를 알기 전에 바꾸지 말아요
내 마음에도 같은 것들을 남긴 것처럼
'작별 인사'___악뮤 정규앨범 3집 <항해> 중에서
이찬혁 작가를 떠올리게 하는 리듬감 있는 문장은 마치 악기를 연주하는 듯 유쾌함과 재미 또한 더해준다
"응. 난 음악을 들으며 걸을 땐 조금 다르게 걷거든.
예를 들면 '타닷타닷'이라든가 '퐁퐁퐁' 걷는 거지."
만나는 소설마다 첫 느낌이라는 게 있는데 이 책은 시각과 청각, 후각 등 오감을 오롯이 만끽할 수 있다
푸르고 검은빛과 쨍한 한낮의 태양빛, 그리고 파도 소리, 기타 소리, 흥얼거리는 노래, 꽃향기, 바다의 비릿한 냄새 등.....
지루함을 찾아볼 수 없다
앨범이 함축적 의미를 담아냈다면 소설은 그 기반 위로 확장된 이야기를 가져온다
노래와 글이 함께 어우러지는 깊고 푸른 삶과 음악 이야기를~
『물 만난 물고기』는 갈등, 고민, 이별, 상실감 등의 어둡고 무거운 키워드 속에서도 음악에의 순수한 열정과 자유에 대한 의지, 사랑의 발견으로 인한 밝고 희망적인 빛의 스펙트럼을 확장시킨다
엉뚱하고 신비로운 해야와 순수 영혼 선의 그림 동화 같은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
사랑이 음악이고 음악이 곧 삶인 선의 자유로운 항해를 따라서 나 또한 푸른 바닷속을 마음껏 유영하는 상상을 해본다.
감성적이고 매력적인 데다 귀엽고 사랑스럽기까지 한 소설! 그래서 슬프지만은 않다
그의 작품과 노래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나는 음악이 없으면 바다로 나갈 거야."
"왜 하필 바다야?"
"바다 소리가 가장 음악 같거든."
그 바다에는 단 하나의 별이 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