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 -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우수상 수상작
이은소 지음 / 새움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람들의 상처와 아픔을 보듬고 치료해 주는 심의 유세풍의 이야기는 책을  읽는 내내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호란 때문에 청나라로 끌려갔다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정절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화냥년이라 불리며 냉대와 멸시를 받았던 치매 걸린 할망 인심의 한 맺힌 과거사는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눈물이 흘렀고 마님에게 서자로서 미움받고 학대받는 석철의 이야기는 마음을 너무 아프게 했다
책에는 삶이 버거운 여러 인간 군상들이 나온다
각기 다른 병증으로 괴로워하는 병자들의 사연과 그들의 병을 치료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12편의 이야기는 애잔하고 슬픔을 주면서 감동과 함께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가난해서, 신분이 미천하고 힘이 없어서, 남자는 되고 여자는 안되는 여러 가지 이유로 세상의 편견과 차별 앞에서 고통받는 소설 속 인물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주인공조차도 자신의 잘못된 침술로 사람을 죽게 했다는 죄책감으로 침을 놓지 못하는 트라우마를 갖게 된다
어머니를 여의고 마음의 병을 얻은 몽유병 환자 연희
사람을 죽인 데 대한 죄책감으로 사수병에 걸린 망나니
남편의 무관심과 거듭되는 외도로 울화병에 걸린 방화범 아낙
바보라고 놀림당하고 부모에게 버림받은 장군
남편의 폭력과 힘겨운 노동에 시달리는 부인 등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가난하고 천한 신분 때문에 시대의 약자로서 차별받고 무참히 짓밟히는 사람들이 가엾고 그들을 함부로 대하는 인간들에게 화가 났다
자신들의 고통을 하소연할 수 있는 누군가가 없기에 그들의 마음의 병은 깊어만 간다
누구 한 사람만이라도 그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며 위로를 건넸다면 마음과 몸의 병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고 행복이라는 감정에 좀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심의 유세풍이 그들 앞에 나타나 마음을 보살피지 않았다면 아무런 변화 없이 덧없는 인생을 살아갔을 것이다




병자의 마음을 고치는 의원. 의원이 병자를 돌보는 데 가장 우선시할 건 병자의 마음이고,
병을 낫게 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병자의 마음을 고치는 거지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을 읽으며 지금의 사회에서도 과거와 다르지 않게 비슷한 마음의 병증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그들에게 따스한 시선과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나 또한 그들에게 선입견을 갖고 무관심하고 외면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했다
여성과 장애인, 광대의 차별, 성폭력, 아동학대, 가정폭력 등으로 불면증, 치매, 우울증, 알코올중독, 강박증, 히스테리의 각기 다양한 증상에 시달리는 소외된 인물들의 이야기.
심의 유세풍은 그들에게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고 진심을 다해 그들의 아픈 마음에 공감하며 위로를 건넨다
병증의 치료보다는 진심이 우러나오는 마음의 위로가 먼저였다
이야기를 통해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마음은 사람다워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들과 마주하게 된다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은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의 2016년 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분량이 꽤 되지만 매끄럽고 막힘없이 술술 잘 읽힌다
옛이야기를 듣는 듯 정감이 있고 구미호 사건처럼 미스터리한 사건은 긴장감을 더하며 흥미롭게 다가온다
실제 역사 속 인물과 사건을 구성해 드라마틱하게 전개되는 이야기와 동의보감과 황제내경 등의 한의학 서적의 지식을 바탕으로 병증의 증상과 처방을 실은 부분은 사실적인 생동감을 부여해 준다
무엇보다 마음을 따스하게 해주는 아름다운 묘사 문장들과 닿을 듯 말 듯 한 세풍과 은우의 로맨스는 읽는 내내 미소를 짓게 하고 설레게 한다
무겁고 침울해질 수 있는 내용이지만 저자만의 위트와 유머 감각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어 재미와 감동이 균형을 맞추며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소설 속 또 다른 웃음을 안겨 주는 입분과 만복의 역할도 볼만하다

내가 그 시대 여인으로 태어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책을 읽으며 수십 번은 생각했던 것 같다
물론 현재도 성차별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지만 칠거지악, 삼종지도와 같은 사회적 악습으로 병들어가는 옛 조선 여인들의 모습은 실로 안타깝고 서글펐다
누구보다 여자들에게는 헬조선이었다는 사실이 숨 막히고 분노가 일었다
상처와 죄책감으로 마음의 병을 얻은 사람들은 나쁜 사람들이 아니라 선한 사람들이라는 게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한다
자신보다는 상대방을 더 배려 하고 믿었기 때문에 오히려 배신을 당하고 고통을 겪는 부조리하고 아이러니한 세상!
하지만 사람으로 인해 생긴 마음의 병은 결국 사람들의 관심과 이해로 치유가 된다는 걸 깨닫게 된다
시골마을 소락에서 심의로 거듭나는 세풍과 우울증을 극복하고 계수 의원에서 여의로 활약하게 되는 과부 은우, 거친 말투로 사람들과 종종 문제를 일으키지만 의롭고 마음은 진국인 계의원은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있는 계수 의원의 식구들, 그들을 찾는 환자들의 신분고하, 가진 것과 상관없이 병자들을 진심으로 대하므로써 저마다의 트라우마를 극복해 갈 수 있게 돕는다
병자들이 현재보다 조금 더 자신들에게 집중하게 되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찡해 오고 흐뭇해졌다

눈부신 과학의 발달로 세상을 살아가기는 더 편리해지고 나아졌지만 사람들과의 관계는 더욱 각박해지고 정신적 스트레스는 가중되어 정신질환들이 증가하고 있기에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의 이야기에 더욱 몰입되고 마음이 쓰였다
사람마다 경중은 다르지만 말 못 할 고민이나 상처 하나쯤은 갖고 살아가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안으로만 삭이는 억눌린 감정은 스트레스가 되고 심할 경우 병으로 번지게 된다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않아 생기는 마음의 병!
개개인은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소중하고 아름다운 존재이기에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 표현에 솔직해야 함을 느낀다
또한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을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진다면 우리가 함께 사는 세상이 현재보다 더 살아갈만한 행복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조선시대에 정신과 의사라니...
돈 많은 양반이면 몰라도 평민과 그 이하 신분들은 아픈 몸도 제대로 치료할 만한 여건이 주어지지 못하던 시절이었는데 마음의 치료가 웬 말이냐 하며 의혹이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니 비록 허구의 소설이긴 하지만 조선시대라 하여도 한 명쯤은 명의로 칭송받지 않아도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아픈 마음을 어루만지며 위로해주고 치료해 주는 심의가 있었겠지라며 한결 누그러진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선입견인지 고정관념인지 정신과 의사라는 단어는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유세풍이라는 이름은 왠지 볼에 와닿는 시원한 바람결처럼 느낌이 좋았다
그리고 책을 완독한 후 나의 기대가 틀리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이보다 더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를 만난 적이 없다
재미는 물론이고 진한 감동과 인간애를 느끼게 해 주는 소설이다
저자의 세상에 대한 따스한 시선과 고운 마음결을 보여주는 훈훈한 장편소설이다

행복이란 건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이가 있다는 것!
그래서 외롭지 않음을 느끼는 것!
나의 마음 한 조각이 내 곁에 머무는 사람들에게 별빛과 같은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걸 느끼게 해 주는 이야기였다
세상에 보다 많은 심의 유세풍이 존재하기를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간절히 희망해 본다

 

 

 

 

 

 

 

 

 

--- 오늘과 내일, 앞으로 어떻게 살지는 소망할 수 있습니다. 행복하게 살지 불행하게 살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하니 행복을 염원하고 선택하십시오

 

--- 병자를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한 사람.
병자를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단 한 사람.
그가 바로 의원이라고

 

--- 전 행복합니다. 내의원 의관이 아닌데도 행복합니다. 관직에 못 나가면 어떻고, 출세 좀 못하면 어떻습니까? 입신양명만이 행복의 길이 아닙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일하고 서로 일상을 나누고, 함께 밥을 먹는 일이 행복합니다. 아침을 맞으며 당신을 기다리고, 지는 해를 보며 당신을 생각하는 일이 행복합니다. 우리 아이들도 저만의 길을 찾을 테고, 그 속에서 행복을 누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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