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조차 나를 사랑하지 못하고
변종모 지음 / 자음과모음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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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서 사랑을 알다
세상 속에서 위로를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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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정 어딘가로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새롭고 낯선 곳에서 온종일 걷고 걷다 지치고 힘들어지면 잠시 카페의 야외 테라스에 앉아 오고 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싶다
나와 다른 모습과 생각들을 가지고 있기에 삶의 방식도 다양한 그들을 보며 나는 어떤 위로를 받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마음이 허해져서 더는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워짐을 느낄 때 낯선 길 위에 잠시 서 보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될것같다
아주 가볍게 불어오는 미풍처럼 슬몃 다가와 마음 한 곳을 간질이는... 그것은 외로움에 공감해 주는 것일 수도 있고 상처를 보듬어 주는 것일 수도 있겠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살아갈 이유와 힘을 얻는 것은 나의 시선에 들어오는 사람들이고 의식 저 편 어딘가에서 늘 함께 해 오는 누군가였다는 걸 책을 읽으며 비로소 확신하게 되었다

<나조차 나를 사랑하지 못하고> 변종모 작가의 책을 만났다
한 글자씩 정성 들여 썼을 것 같은 캘리그래피의 책 제목에 끌렸고 사진이 곁들여진 여행에세이라서 마음에 들었다
보통 사진이 실린 포토에세이는 글의 비중이 다른 에세이에 비해서 가벼운 편인데 분량이 만만치 않다
저자가 다녀온 22곳 여행지에서 사람과 풍경에 오롯이 집중하고 그 사이사이 사랑의 향기가 물씬 풍겨온다
진중한 사색의 깊이에 빠져들어 쉬이 책장을 넘길 수가 없기에 한 줄 한 줄 음미하며 마음에 적시고 노트에 적어보기도 했다
진도가 잘 나가지 않고 시간이 걸리지만 마음만은 여유롭고 너그러워졌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잔잔하고 반짝이는 호수와 같이 진정성이 느껴지는 사유의 힘은 지치고 불안했던 마음을 어루만지고 평온함을 가져다주기에 충분하다
순백의 아름다움을 넘어서 신비롭게 펼쳐진 홋카이도 눈의 정원 앞에서,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갠지스 강가에서, 살구꽃비 내리는 훈자의 그림같은 풍경 앞에서 마치 고해성사 하듯 일상에 지치고 힘들어 무심히 지나쳤던 마음들, 쌓여있던 묵은 감정들을 토해내며 토닥이고 위로를 건네는 저자의 글에 매료되어 공감의 하트를 무수히 눌러댔다
마치 그와 나란히 걸으며 때론 기대기도 하고 함께 까르르 웃기도 하는 듯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는 기분이 들었다

여행은 타성에 젖은 일상의 굴레에서 벗어나 낯선 곳에 대한 새로운 기대와 설렘을 갖고 잠시라도 위안을 받으며 자유로움에 흠뻑 취해 보기 위해 떠나기도 한다
저자의 말처럼 여행지에서조차도 어쩌면 끝내 자신을 내려놓지 못하고 돌아올 수도 있겠지만 세상의 낯선 풍경 속으로 자주 걸어 들어가다 보면 결국은 몸과 마음이 자유로워지는 순간을 경험하게 되지 않을까 문득 기대감이 솟는다
<나조차 나를 사랑하지 못하고>의 감각적인 변종모 작가의 사진도 힐링 그 자체였지만 짙은 감성과 사색의 향기가 베여있는 그의 글은 읽고 또 읽어도 그립고 다시 곱씹고 싶어진다
사진은 사진 대로 저자의 따스한 시선과 감성을 채운, 상대의 본질에 밀착된 프레임을 보여준다
그의 인물 사진에서는 눈빛이 가장 먼저 반긴다
마치 조심스러우면서도 다정하게 말을 걸어오는 듯한 기분이 든다
사진 속 주인공의 순수한 내면의 세계를 보여주는 듯...  나 또한 그 맑고 투명한 순수에 물들어 가고 싶어진다

<나조차 나를 사랑하지 못하고>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모든 것이 파란색으로 물들어 있던 파란 나라 쉐프샤우엔  계단에서 만난 영국인 커플에게서 발견했던 사랑의 힘이다

세상 여러 곳을 돌고 돌았지만 결국 나를 감동시키는 것은 풍경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한다. 사람의 일들은 사랑의 힘으로 굴러가는 것이라고 품는다. 내가 만난 사람의 풍경 중에 가장 짧고, 가장 강렬한 풍경이 파란 담벼락과 함께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다. 내게 가장 푸른 아름다움의 풍경이 그날로부터 내 마음에 파란 길을 내고 있다. 그 파란 길이 나를 붉게 달군다. 그러고 보니 결국 사랑은 붉은색이다. -모로코 쉐프샤우엔 「휠체어를 미는 남자」 중에서

여행이란 것이 아름다운 풍경, 멋진 조형물, 이름난 건축물을 찾아 떠나기도 하지만 저자처럼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것이 풍경이 아닌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나의 여행에서도 경험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졌다
도식화돼 있는 일반적 여행이 아닌 사람과 사람이 우연인 듯 인연인 듯 만나지는 그런 여행이 하고 싶어졌다
어느 여행지를 가든 화려한 볼거리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내 주위에서 소소하게 발견되는 사람 냄새 폴폴 나는 순간 속에서 나를 돌아보고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잊고 있던 것을 찾는 여행...
나조차 나를 사랑하지 못하고 살던 때가 많았지만 여행을 통해 나를 발견하고 사랑을 찾고 잊고 있던 나의 순수한 감정들과 대면하며 위로를 건네는 시간을 보내고 싶어진다

챕터가 끝날 때마다 Tip을 두어 앞서 소개한 여행지와 경유지에 대한 여행정보를 알려주는데(지역의 특색, 즐길 거리, 교통편, 여행 방법 등) 자세한 소개는 아니지만 꼭 필요한 핵심 정보만 콕 집어서 알려주어 아주 유용해 보인다
책을 읽는 독자가 저자가 거닐었을 그곳을 궁금해하는 마음을 이해하는 살가운 배려라고 느껴지는 부분이다

저자는 여행을 떠나라고 부추기고 권유한다
여행을 통해 위로받을 수 있고 조금은 행복해질 수 있다고 등 떠민다
길 위에서 보낸 무수한 시간들은 상처받은 내면을 치유하면서 사랑으로 가득 채워 놓는가 보다
오늘은 무지개를 보지 못했다 하더라도 내일은 우연히 걷던 길 위에서 뜻밖의 무지개를 발견하게 되는 기쁨 또한 맞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면서 나만의 여행을 꿈꾸어본다
그러고 보니 여행은 내가 나를 위로하고 한 뼘 성장하게 되는 시간일 수도 있고 그저 그렇게 살아지는 세상을 살아갈 만한 세상이라고 용기 내 걸어보라고 격려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수려한 풍경을 만나 감동하기도 하지만 사람과의 만남에서 경험하는 감동은 그 여운이 분명 다를듯하다
 
일본 비에이, 홋카이도에서 출발해 인도의 바라나시, 포르투갈 포르투, 파키스탄의 훈자, 모로코, 미국 뉴욕,  스페인, 프랑스 등을 돌아 다시 처음 출발지로 돌아왔다
무덥고 지치는 여름의 한복판에서 만났던 설원의 풍경은 시원함과 더불어 위로였고 감동이었다
내가 가보지 못한 세계 곳곳의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을 저자의 인간미 넘치는 따뜻한 시선으로 함께 바라볼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의 여정을 따라 가며 삶의 미학과 마주했고 여행하는 이유와 의미에 대해 지금껏 생각해 왔던 것과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생각해 보게 되는 기회였다
책을 읽고 나니 냉철한 이성을 가진 사람보다 따스한 감성을 지닌 사람들로 세상이 가득 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변종모라는 여행 작가를 알게 된 것도 큰 행운이고 인연의 시작이라 여겨진다
그의 아름답고 깊은 사유가 담긴 문장들을 아끼고 곱씹으며 마음에 품어야겠다

 

 

 

 

 

 

 

 

--- 여행이란 내가 걷는 일이지만 때로는 움직이지 않고서도 만나는 여행이 있다. 걷다가 멈추어 만나는 일. 그 멈춤의 시간에 나를 흔들어놓던 사람들. 단언하건대 어떤 풍경도 나를 휘청거리게 한적 없으나, 단 한 번의 눈빛에 발이 묶인 적은 잦았으니 아무래도 나의 여행이란 것은 사람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한다.
사람을 만나는 일. 만난다는 것은 마주한다는 것이다.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고 가슴과 가슴을 마주하는 일. 손잡지 않아도 애써 끌어안으려 하지 않아도. 그것은 두껍고 아름다운 책 한 권을 만나는 일이다. 그 순간을 신중하게 읽어내는 일이 마주 앉은 사람의 의무다. 잠시라고 하더라도 서로의 일생을 나누는 일이 되기도 한다. 자주 사람들 사이를 비켜 가려 했지만 그들은 자주 나를 멈추게 했다. 그렇게 멈추어 마주하던 그날들의 시간. 그들과 나의 시간들 그 사이를 기억한다. ___87p

 

 

 

--- 아름답다는 것은 결국 사람들의 흔적이구나 싶었다 ___163p

 

 

 

--- 결국 삶이란 사랑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으니, 그 방법을 배워나가는 시간이 아닐까 한다. ___ 186p

 

 

 

--- 먼 길을 달려 각자가 안고 온 마음을 풀어놓고, 기울어지거나 허물어져 가는 마음을 세우고 돌아서는 일. 어쩌면 살아가면서 무수히 반복하고 끊임없이 다짐하는 일로 조금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여행이나 생활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을 안다. 떠나도 떠나지 않아도 우리는 매일 많은 것들과 만나며 결국 자신을 보는 것이다. 여행을 한다는 것은 다른 세상 안으로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잠시 내가 내 속으로 덜컹거리며 들어가는 것이다. ___ 26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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