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안녕달 지음 / 창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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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건네는 따스한 인사
그림책 서사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주다!"

 

루에도 몇 번씩 '안녕'이라는 인사를 건네는 우리의 일상
어쩌면 우리의 삶은 만남과 헤어짐이 수없이 반복되고 채워지는 지난한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만남과 이별을 거치며 소외되고 고립되어 외로움과 절망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외로운 사람들끼리 만나면 새로운 사랑이 시작된다는 걸 우리는 살아오면서 이미 경험해 보았기에 또 다른 용기와 희망을 품고 살아가게 되는듯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안녕이라는 말에는 다양한 의미가 담겨 있음을 발견한다
반가움, 아쉬움, 걱정, 사랑, 친밀함, 이별 등 여러 감정의 결로 채워져 있다
책에서는 어떤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올지 조심스레 책장을 넘겨 보았다

 <안녕>은 『수박 수영장』 작가 안녕달의 신작으로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건네는 따스한 인사라고 소개하고 있다
책은 4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분량이 꽤 두툼하다
일반 어린이 그림책이라고 생각했다가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깜짝 놀랐던 부분이다
안녕달의 개성 있는 그림체도 매력이 있지만 가장 큰 매력은 섬세하고 따스한 감성이 느껴지는 것이다
안녕달의 그림책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순해지고 둥그러지는 기분이 든다
어린이의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 해 맑은 미소를 짓게 만드는 착한 그림책!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도 좋아하지만 어른들에게도 인기가 있다
전작인 수박 수영장에서도 보이지만 세대를 아우르는 구성이 이번 <안녕>에도 나타난다
아이부터 할머니, 할아버지를 등장인물로 설정해 마치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아날로그적 향수에 젖게 만드는데 이번 책에도 할아버지가 등장한다
가족의 의미를 특별하게 다루고자 하는 저자만의 표현법인지도 모르겠다
<안녕>에는 글밥이 거의 없다
극도로 자제한 느낌이 들고 그림을 보는 독자로 하여금 상상하게 만들고 이야기를 재구성할 수 있는 재미도 더해준다
호기심 많고 이야기 만드는 걸 즐기는 아이들에게는 상상력을 자극하고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책을 살펴보면 주인공이 소시지 할아버지다
출생부터 엄마와의 이별, 강아지와의 만남과 이별, 그리고 사후 세계의 모습까지 담고 있다
많고 많은 소재 중에 왜 하필 소시지였을까 문득 궁금해지는데 아무래도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친숙하고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특히 아이들이 너무너무 좋아하는 반찬이자 간식이 소시지니까.

네 편의 이야기로 구성된 <안녕>은 1장에서는 할아버지가 태어나 엄마와 만나고 성장을 거쳐 엄마와 이별하는 내용을 담고 있고 2장은 소시지 할아버지와 강아지의 만남, 3장은 소시지 할아버지와 강아지의 이별, 4장은 사후 세계에서 지내고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담았다
거듭되는 만남과 이별(죽음)...
어린이들이 보기에는 다소 묵직한 주제일 수 있지만 저자 특유의 밝고 순수한 감성 코드와 위트가 책 곳곳에서 발견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진 않는다
소시지가 비엔나소시지를 먹고 소시지를 낳는 장면, 찻주전자와 찻잔들이 걸어 다니고 전화기도 사람처럼 걸어 다니는 장면 등 세상에 존재하는 만물이 살아 움직이는 설정과 생각지 못한 기발한 아이디어들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즐거움을 제공한다

소시지 할아버지는 엄마와 단둘이 살아가다 어느 날 홀로 남겨진다
텅 빈 거실, 소파 위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소시지 할아버지의 뒷모습은 애잔하고 슬픔이 배어 나온다
소파 위에 누워 눈물 흘리는 모습에 콧날이 시큰해져 왔다
곰 인형을 밖에서 데려오지만 소시지 할아버지의 표정엔 외로움과 슬픔이 뒤엉켜 있다
어떤 것으로도 치유될 수 없을 것 같은 모습이다

어느 날 소시지 할아버지는 외출을 했다가 반려동물 가게 '지구별 강아지 나라'앞에서 버림받은 강아지를 발견한다
집으로 데리고 올만도 한데 처음에는 비 오는 날 우산을 씌워주는 친절만 베푼다
선 듯 마음을 열지 못하는 소시지 할아버지에게서 마음의 벽을 세우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다
강아지를 집에 데려와서도 자신에게 해를 입힐까 봐 거리를 두지만 강아지의 일방적인 구애 작전에 할아버지도 마음을 열게 된다
만남 후에 헤어짐의 시간이 또다시 찾아온다
나이가 많아진 할아버지가 하늘나라로 가게 되어 이번엔 강아지가 홀로 남는다
혼자 남은 집의 적막함, 쓸쓸함, 외로움이 다양한 그림 구성을 통해 표정과 배경으로 섬세하게 표현된다
어떤 때는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 따라 감정도 숨죽이게 되고 어떤 때는 그림을 한참 바라보며 천천히 몰입하게 된다
저자만의 이야기를 끌고 가는 탁월한 힘이 느껴진다

강아지는 숲으로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폭탄 아이와 불을 만나게 된다
고립되고 소외된 존재들의 만남.....
서로 같이 있을 수 없는 사이지만 그들만의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아 함께 집에 머물게 된다

소시지 할아버지는 사후세계에서 스크린을 통해 보고 싶은 강아지를 만나게 된다
폭탄 아이와 불과 함께 있는 모습에서는 두렵고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기도 하고 잘 지내고 있는 있는 모습에 조금은 서운한 감정을 내보이기도 하는 것 같다
나 없이도 잘 살고 있구나 하는. 
하지만 이내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할아버지의 세계에 적응해 간다
가만히 보면 소시지 할아버지는 참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
버려진 강아지에게 보여 주었던 모습도 그랬고 사후세계에서 남겨진 강아지를 걱정하는 마음도, 울고 있는 구름한테 휴지를 건네는 모습에서도 그 마음이 느껴진다
홀로 외롭게 사후 세계의 별을 지키고 있던 생명체 곁에 남기로 한 것에서도.

우리는 살아가면서 가족이나 반려동물, 친구, 지인 등 많은 사람들과 이별을 한다
그것이 죽음이 되었든 그냥 이별이 되었든 마음에 남는 상처는 직접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헤아릴 수 없는 깊이를 가지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언제고 이별할 것이기에 두렵고 불안한 마음이 생기는 게 사실이다
<안녕> 그림책을 보면서 떠난 이와 남겨진 이의 아픔이 어떤 것인지 느껴보게 되면서 어떻게 치유해 나가야 하는지 떠올려 보게 한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을 후회 없이 더 많이 사랑하고 나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고 먼저 손을 내밀어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잔잔하게 들려주는 우리 삶의 이야기는 어느새 폭풍 공감과 함께 감동을 선사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그림으로만 사람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과 울림을 줄 수 있다는데 놀라움이 들었고 그림책 한 권이 내 삶을 반짝이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데 행복함마저 들었다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넬 책이라는데 망설임 없이 공감하게 된다
함께라는 의미를 되새겨 보는 시간이었고 웃다 울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사랑의 온도로 온전히 마음이 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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