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어떻게든 됩니다
박금선 지음 / 꼼지락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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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이라는 나이...저자가 그랬던 것처럼 나 또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나에게는 늘 젊은 시절만 머무를 줄 착각하고 있었던 것도 같고 무의식적으로 나이듦을 애써 외면해 왔는지도 모르겠다
매 순간 맞이하는 시간들이 모두 처음이지만 40과는 또 다른 느낌의 50이라는 숫자는 왠지 더 낯설고 어색해서 거리를 두고만 싶은 나이였다
언제부터인가 새치가 하나씩 늘어나고 입가와 눈가에 잔주름이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나이듦에 적지 않은 두려움과 거부감을 갖기시작했나 보다

그러던 중에 두려움과 상실의 허탈감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책을 가까이하면서 부터인 듯 같다
겉모습이 아닌 내면에 집중하면서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 것...
다름 아닌 독서와 함께였다

최근에 <인생, 어떻게든 됩니다>라는 에세이를 만나게 되었다
24년 차 MBC 라디오 <여성시대> 박금선 작가가  전하는 50세에 대한 이야기에 마음이 끌렸다
50을 넘기지는 않았지만 곧 맞이해야 할 순간이 도래하기에 저자가 바라보는 인생 이야기가 궁금해지면서 나의 지난 삶을 되짚어 보고 싶었다
제목에서 긍정의 에너지와 느릿하지만 순리대로 살아가겠다는 저자의 인생철학이 느껴지는 것도 좋았고 「씩씩하고 밝게 살아가는 50세의 마음」이란 부제는 살며시 미소 짓게 만들었다
애정이 듬뿍 담긴 시선으로 삶을 관조하는 모습도 진솔하게 다가왔다
글과 함께 모나지 않게 어우러진 제주의 풍경과 일상을 담은 다다님의 감성 가득한 사진들은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했다

제1장의 「삶은 그냥 날씨 같아요」
이 얼마나 공감이 가는 문장이던가.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일기예보라는 게 있지만 때로는 예상치 못한 하늘의 표정을 마주하게 된다
우리의 인생도 날씨와 다르지 않음을 지나온 생을 떠올려 보며 공감하게 된다
따사로운 햇살이 온종일 머리 위에서 반짝거리기도 하고 어떤 날은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오거나 기분 좋을 만큼 살랑거리기도 하고 알사탕만 한 우박이 미친 듯이 쏟아져 내리기도 하면서 우리 인생의 배경화면으로 시시각각 다채롭게 변화를 한다
좋은 날이 있는가 하면 흐린 날도 있고 비가 오는 날이 있으면 눈이 오는 날도 있고
덥거나 춥거나 따뜻하거나 선선하거나...
365일 단 하루도 똑같지 않은 날들이 우리 곁에 머문다
그냥 날씨와 같은 삶... 주어지는 대로 회피하지 않고 그날을 살아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50이라는 나이는 이런 건가 보다.
누군가의 세상을 바라보는 사유에 대해 깊은 공감을 누르기도 하는 나이...
<인생, 어떻게든 됩니다>는 저자가 자식, 아내, 부모, 라디오 프로그램의 작가로 살아오면서 경험한 일상의 소소한 생각과 감정,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연히 찾아 간 한의원에서 뜻밖의 위로를 받기도 하고 아들의 요청으로 곰팡이를 만들다가 생각지 못한 가치를 발견하기도 한다
어떤 할머니가 되고 싶은지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하고 자식과의 적당한 거리를 두며 좋은 점을 보려 하고 지하철에서 우연히 보게 된 낯선 이들의 대화를 들으며 짠하고 따뜻해지는 마음을 느끼며 세상 사는 일이 타인에게 말을 걸며 다가가는 것이라 깨닫기도 한다
지난 세대의 편견에 재치 있게 응대하기도 하고 콤플렉스로 작용할 수도 있는 굵은 허벅지는 경쟁력이 있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우여곡절 많은 지나온 삶과 앞으로 다가올 확실치 않고 막연하면서 불안한 미래에 덜컥 겁이 나기도 하지만 지금껏 잘 견디고 버텨 온 우리에게 저자의 소소한 삶의 이야기들은 진한 공감과 따스한 위로를 건넨다
현재의 삶이 그리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즐거운 일을 찾으며 남아있는 유한한 인생을 잘 살아가기를 격려하고 있다
지난 온 세월이 그리움이 되고 추억이 되면서 젊은 날에 느끼지 못한 다른 모습의 중년의 행복을 찾게 된다
글을 읽으며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하고 우리의 사소하고 시시콜콜한 인생 이야기에 울컥했다가 공감하기도, 체념하기도 하면서 중년이라서 인생을 순리대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자로서 사는 일이, 엄마로 사는 일이, 언제부턴가 허해졌다'라는 문장에선 시선이 고정된다
맞아 맞아를 속으로 외치며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그런 생각이 드니 토닥토닥 위로를 받는듯하다
어차피 살아갈 인생...  일상에서 수시로 만나게 되는 소소한 행복들을 놓치지 않고 가능하면 즐거운 일들로 매 순간을 채워보자고 다짐해 본다 
인생 나이 50세! 100세 인생으로 봤을 때 딱 절반이기에 새롭게 다시 시작하자는 거창한 외침보다는 누구의 인생으로 사는 것이 아닌 나에게 집중하며 사소한 것들에서 행복을 줍고 긍정 마인드를 가지고 살아가 보자고 밝은 미소를 띠어본다
지금껏 참 잘 살아왔다고, 잘해 왔다고.....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진솔한 글에서 마음이 둥글둥글 유순해짐을 느낀다
저자가 말한 대로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나이듦의 즐거움을 마주하고 싶다
중년을 맞이하고 지나는 길에 서 있는 모든 독자들이 격한 공감을 보태며 읽을 수 있는 책이기에 반가움과 기쁨이 이는 책이다
향긋한 차 한 잔을 앞에 놓고 다시 한 번 천천히 책장을 펼치고 싶은 책이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처럼 시간은 어떤 사건에 달콤한 당을 입혀준다. 쓴 약을 먹기 좋게 당의정으로 만들 듯이 시간은 지난한 일에도 추억을 입혀 그리운 시절로 바꿔놓는 것이다. 그래서 시간이 많이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가난이나 속상함조차 아련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오고 그리워진다. 돌아갈 수 없어서 더 그리워하는지도....
어쨌든 행복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소리겠다. --- 19p

 

 

중년이란 인생의 환절기에 서 있기 때문에 금방 우울해지는 마음의 감기에도 잘 걸리고, 고민이 몸으로 표현되는 몸살도 자주 앓고, 남과 나를 비교하면서 오슬오슬 추위에 수시로 떠는 게 아닐지. ---10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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