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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동물원
진 필립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5월
평점 :










스릴러 영화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 겁이 많은 나로서는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50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도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조금이라도 비치면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 1인이다
글이나 이미지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나 상황들의 섬뜩하고 무서운 잔상들이 오랫동안 나의 의식을 괴롭히기 때문이다
북클럽 문학동네 모니터링 이벤트에 당첨되어 <밤의 동물원> 가제본 도서를 받았다
신청할까 말까 고민이 됐었는데 본격적인 독서를 시작해 보자 다짐한 시점이라 다양한 장르를 경험해보자는 취지에서 신청했는데
덜컥 당첨이 되었다
기대반 후회반...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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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뉴욕 타임스 북 리뷰 최고의 범죄소설
2016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화제작
3시간여에 걸쳐 벌어지는 아드레날린 폭발 생존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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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동물원>을 소개하는 추천사들과 리뷰를 보고 상당히 긴장하면서 책장을 펼쳤다
읽다가 못 읽는 건 아닐까... 나 겁쟁인데... 그래도 끝까지 가보자!!
스릴러 소설 읽기 도전~~~
평상시처럼 동물원을 찾은 조앤과 그의 다섯 살 난 아들 링컨!
폐장 시간에 맞춰 귀가하려던 중 폭발음이 들리고 쓰러져 있는 시체와 총을 든 남자를 발견한다
조앤은 본능적으로 아들을 들춰업고 누군지는 모르지만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뛰기 시작한다
무장 괴한들로부터 들키지 않고 숨어 다니는 3시간 남짓...
피 말리는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모성애로 강력히 무장한 조앤의 생존극이 펼쳐진다
언제 어떻게 돌출행동을 할지 모르는 어린 아들의 심리를 파악하면서 순발력 있게 대응해야 하고 무장 괴한들로부터 들키지 않도록 숨어있어야 하는 상황!
스릴러 소설은 이제 막 입문한 터라 이런 느낌인지 몰랐다
아드레날린이 마구 생성!
책을 붙들고 있는 내내 긴장감으로 심장박동 게이지가 증가한다
극심한 공포나 잔인한 장면 묘사보다는 계속 이어지는 긴박한 상황들이 심장을 쫄깃하게 만든다
조앤과 등장인물들이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어둠 속에서 뛰는 장면, 언제 어디서 불쑥 나타날지도 모르는 무장 괴한들과 심리적으로 대치해 있는 상황에서 나 또한 숨이 가빠지고 공포와 대면하는 기분이 든다
조앤은 어두운 밤, 그리고 아이를 잃을지도 모르는 긴박한 상황들 속에서 여자가 아닌 엄마로서 아들을 지켜내기 위한 용기와 재빠른 판단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과연 나라면 소설 속 조앤처럼 공포에 맞서 상황 판단을 잘 할 수 있을까
선택의 기로에서 막힘없이 행동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엄마라는 존재는 극한의 상황에서 유감없이 맹렬하게 자신의 모성애를 발휘하게 된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스릴러, 범죄 소설이기전에 조앤의 여성성 그 이상의 존재감을 나타내는 모성애를 피력하고 있는 소설이다
그러고 보니 숨어 다닌 동물원 관람객은 모두가 사회적 약자로 인식되는 여성이다
조앤, 케일린, 마거릿...
하지만 그들에게서는 인간으로서의 나약한 모습보다는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이면서 상황을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침착함과 집중력, 까칠함도 느껴지는 모성애 강한 조앤.
초등학교 교사에서 은퇴한 연륜이 묻어나는 선생님 마거릿.
십 대의 당돌함과 자신감, 조심성은 없지만 따뜻한 마음과 순수한 면모도 지닌 동물원 아르바이트생 케일린.
범죄자들에게 발견할 수 있는 치밀한 계획성 같은 걸 찾아볼 수 없는 마크와 로비는 잔인한 사건을 일으키지만 왠지 바보스럽다고 느껴진다
우발적인 행동이었기 때문일까?
<밤의 동물원>에서 사건을 일으키는 장본인들이지만 조앤의 활약(?)에 그다지 강렬한 인상은 남기지 못했다
어린 링컨의 끊임없는 질문과 엉뚱한 행동에 잠시 웃음을 머금기도 했고 조앤이 쓰레기통에서 발견한 갓난아기를 보고 감정적 딜레마에 빠진 상황에서는 나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기도 했다
윤리적인 측면에서는 당연히 아기를 구해서 함께 했어야 하지만 인간이기에, 더구나 자신의 아이를 보호하고 스스로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는 조앤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행동이라 옳고 그름을 논할 수는 없다고 본다
끝까지 구하지 못한 아기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한 아이의 엄마여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온전히 집중해서 한 번에! 끝까지 읽고 싶은 책이었지만 그래야 훨씬 더 재밌게 볼 수 있는 소설인데
중간중간 끊어읽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주부라는 현실은 녹록지가 않다
그래도 우려와는 달리 끝까지 완독하며 맛본 스릴러 소설의 신세계!!
이런 느낌 처음이야! 이래서 스릴러를 사람들이 좋아하는구나 알게 됐다고나 할까?
책장을 넘길수록 가속도가 붙는다
숨 가쁘고 밀도 있게 전개되는 주변 상황 묘사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등장인물들의 섬세하고 촘촘하면서 탁월한 심리묘사는 미친 존재감이라 여겨진다
책을 읽는 내내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간의 폭력성에 대해 우리 주변에 도사리는 온갖 위험한 사건, 사고에 대해 그리고 주인공과 같은 여성으로서 가지는 모성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된 책이다
스릴러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깊은 밤 홀로 읽기를 추천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