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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간 소년 ㅣ 서해문집 청소년문학 2
한정영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4월
평점 :












역사는 과거에 일어난 사건이나 인물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우리가 직접 겪지 않은 일들을 소환해 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는
가치 있는 발자취이면서 소중한 교육 자료가 된다
흥미롭고 재미있기도 하고 또 상당 부분은 아픔과 고통을 수반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역사를 바로 아는 것이다
역사가 바로 서야 현재의 우리가 바로 설 수 있고 나아가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역사를 좀 더 이해하기 쉽고 관심을 갖기 위한 방편으로 역사소설을 자주 접하는 것은 매우 유익한 일이라 생각한다
「바다로 간 소년」은 바닷가 마을에 살던 평범한 소년이 예기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면서 명나라의 화자로 끌려가 온갖 시련을 겪으며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청소년들을 위한 역사소설이다
책 표지 속 지도는 조선에서 제작한 세계 지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의 일부분과 정화의 보선을 상징적으로 나타낸것으로 보인다
소설 속 소년의 꿈과 희망이 표지에 잘 표현되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왠지 색감과 일러스트 부분에 있어 일본스러움이 묻어나는듯하다
어쨌든 작가가 지어 낸 상상의 세계와 역사가 만나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를 갖고 책장을 넘겼다
세종대왕은 조선 최고의 성군이라 일컫는다
그 시기는 백성들이 태평성대를 누렸을 거라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작가의 말을> 통해 나조차도 역사에 대해 모르는 부분들이 얼마나 많은지 깨닫게 된다
어른도 아닌 어린아이들이 조공이라는 명분으로 말도 통하지 않는 명나라에 화자와 공녀로 끌려가 원하지 않는 삶을 살아갔다는 사실은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바다로 간 소년」의 주인공 해명은 어느 날 폭풍에 조난당한 일본인 가네코를 도와주었다는 이유로 아버지가 관아에 붙들려가고 아버지를 구할 수 있다는 이방의 꾐에 넘어가 명나라의 화자로 가기를 자청하게 된다
해명은 명나라에 화자가 되기 위해 사신 행렬에 끼어 가던 중에 누나까지 공녀로 끌려왔다는 것을 알게 되어 몰래 빼내어 도망치지만 결국 붙잡히고 만다
모진 매를 맞고 죽을 고비를 겨우 넘긴 후 북평(베이징)에 이르지만 생살이 찢겨 나가는 거세의 고통 또한 겪어내야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운명적으로 만난 색목인 스승 예투 덕분에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두 번이나 살아나고 끝내 포기하지 않던 삶에 희망이 드리워지면서 바다로 나가게 된다
조그맣고 힘이 없는 나라였기에 중국의 종속국이 되어 때마다 현물과 백성으로 조공을 바쳐야 했던 조선의 참담한 실정...
얼마나 많은 조선인들이 그렇게 타지로 끌려가 태어난 조국으로, 고향으로 다시 돌아오지 못했을까
상상만 해도 가슴이 저며온다
백성이 고통받는 것을 차마 지켜만 볼 수 없어 세종은 우리의 말과 글을 통해 힘을 기르고 중국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기 위해 백성들이 널리 읽고 쓰게 할 수 있는 한글을 창제하셨나보다
일반 백성은 물론 어린아이들조차 지켜 주지 못하는 나라 조선... 씁쓸한 마음이 일어난다
그런 조국에 대한 미움과 증오를 뒤로하고 말과 언어를 배우는데 타고난 재능을 지니기도 했지만 살기 위해 더 악착같이 회회어를 배우는데 노력했던 해명!
덕분에 지독한 향수병은 잠재워졌지만 누나에 대한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롯이 되살아나기만 한다
가족과의 생이별이란 두고두고 가슴에 한이 되고 처절한 그리움이 된다는걸... 어린 나이에 겪어야 했던 해명의 깊고 깊은 상처가 그대로 전달되어 아픔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조선 세종의 밀명을 받고 해명을 찾아온 장영실, 정화 함대의 보선 이야기, 현존하는 동양 최고의 세계지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대명혼일도, 영애승람등 역사 속 실존 인물과 지도, 여행기들이 등장해 함께 어우러지면서 생동감 있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청소년 문학이지만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긴장감을 유지한 채 흡입력 입는 서사에 빠져들게 한다
사이관, 신궁감, 직전감, 회동관, 무영전, 관상대 등 황궁에 소속된 기관들과 북경의 상점거리인 유리창의 묘사를 통해 중국 명나라의 생활상과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고 환관들의 생활상도 짐작해 볼 수 있다
한자어로 표기한 포로아(포르투갈), 비달(모잠비크), 마노(로마), 소문답달(수마트라), 섬라국(태국), 고리국(인도)등 세계 여러 나라의 이름은 생소하고 어려우면서도 특이해서 관심을 가졌다
아라비안나이트의 샤흐라쟈드 이야기, 콜로세움 경기장과 예수의 부활 이야기는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조선과 명나라 배경의 소설 속에 등장하니 새롭고 흥미롭게 읽혔다
별자리를 살펴보고 바닷길을 면밀하게 파악했던 옛사람들의 지혜로움도 엿볼 수 있었다
신성시되는 기린의 등장과 중국 도자기를 사기 위해 대식국의 상인들이 몰려들었다는 이야기를 통해 항해술이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바닷길을 통해서 남중국과 동남아시와, 인도양과 페르시아 만에 이르는 곳까지 다양한 문물이 교역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처럼 많은 역사 이야기가 곳곳에 포진하고 있어 청소년문학 장편소설에 매력과 재미를 더한다
이야기와 관련된 역사에서 모르는 부분들은 직접 찾아가며 「바다로 간 소년」을 읽는 것도 도움이 됐다
샨샨이 해명을 위해 만든 꽃반지라며 진대인이 해명에게 건네는 장면에서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천애 고아나 다름없이 성장기를 보내고 있는 주인공에게 어린 소녀의 진실된 마음은 큰 위로였을 것이다
가슴이 뜨거워졌다는 해명의 말에 나도 눈물이 그렁그렁 차올랐다
벌방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부모님과 누나의 이름을 불러대던 해명의 모습에선 그간 겪었던 고통과 그리움, 깊이 팬 상처와 외로움들이 전달되어 나 또한 덩달아 울컥했다
나라로부터 버림받아 조선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국(명나라) 사람도 아닌 정체성을 잃은 혼란과 두려움, 공포 속으로 침잠해 버리고 세상과의 끈을 놓아버렸을 수도 있었지만 해명은 남달랐다
거세를 당했을 때도 스승에게 벌을 받고 장영실과의 만남으로 위기에 처했을 때도 해명은 피해 가지 않았다
잊기 위해, 살기 위해 더 악착같이 공부에 매진했고 바다에 대한 동경과 꿈을 져버리지 않았다
혹독했던 시련은 해명을 더 강인하게 만들었고 마침내 꿈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게 됐다
소년의 파란만장한 삶을 통해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며 수없이 겪게 되는 어려움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도 됐고 지금껏 알아왔던 역사를 새로운 각도와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청소년들도 재미있게 읽으면서 저마다의 현실과 꿈에 대해 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라본다
해명에게 바다는 꿈이고 자유이고 삶 그 자체로 인식되었다
바다 너머의 미지의 세상... 세상 모든 곳으로 통하는 바다길 위에서 해명은 자신이 바라던 꿈을 이루게 될까?
차별받지 않고 누구나 평등한 그러한 나라를 찾을 수 있을까?
새로운 세상과 만나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갈지 기대가 되고 세계를 향한 그의 항해와 도전을 응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