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수 없는 안녕
정강현 지음 / 푸른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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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다
깊은 숨이 가슴 저 밑바닥으로부터 새어 나온다
자살, 참담하고 처참한 죽음의 이야기, 가족 성폭력 등 어느 하나 가볍게 읽을 수 없는 주제를 가진 7개의 단편이 수록된 「말할 수 없는 안녕」
스스로 선택하지도 않은 일들이 운명처럼 인생을 좌지우지해 버리는 현실이 불쾌하고 씁쓸하기만 하다
책제목인 「말할 수 없는 안녕」은 책에 수록된 단편의 제목이기도 한데 소설의 전반에 걸친 키워드이기도 하다

신문사 사건기자로서 수시로 지켜봤을 온갖 사건 사고들과 죽음들... 그것들을 통해 잔혹하고 허무한 삶과 마주해야 했을 저자의 고통과 슬픔이 전달되어 온다 
허구의 세계라고 하지만 실제로도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기에 가슴이 먹먹해 짐을 느낀다
첫 이야기 <셀프타이머>를 읽으면서 소설이 맞나 싶을 정도로 리얼리티가 느껴져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소설을 읽고 있는 건지 사건을 전하는 기자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지 헷갈릴 정도로 소설이 아닌 실화에 가까운 이야기 같아 점점 빠져들었다
각각의 독립된 주제를 갖고 있지만 읽다 보면 왠지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느낌이 든다
단편이지만 장편 소설 같은... 아마도 전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죽음 때문인 것 같다

신문에서 혹은 TV에서 반복적으로 보도된 사건을 보는 것처럼 무심히 읽고 지나칠 수도 있지만 소설이기에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마음을 기울여 본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무수히 맺어지는 관계에서 온갖 일들이 생겨난다
때로는 훈훈하고 감동적인 일들이 때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인 일들이 우리를 무너지게 하기도 한다
취업과 사랑 때문에 고뇌하는 청춘의 모습도 안타까웠지만 사회적 약자인 여성과 어린이가 보호되지 않는 현실의 참담함과 억울함이 책을 읽는 내내 고통스럽게 가슴을 후벼팠다
너무나 약한 존재이기에 함부로 대해지고 존중받지 못하는... 범죄의 대상으로 전락된다는 것이 너무 마음 아프다

처음 책표지를 보았을 때 왠지 비밀스럽고 아련한 느낌과 동시에 섬칫한 기분이 들었는데 우리의 삶이 그런 건 아닌지 문득 생각이 든다
노를 젓는 사람과 물에 비친 검은 그림자...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검은 그림자, 죽음이 언제라도 우리를 집어삼킬 듯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느낌이랄까
현실의 삶과 죽음... 우린 한 배를 타고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해 노를 저어가고 있나 보다

어두운 내용의 소설은 좋아하지 않아서 일부러 배제하고 고르는 편인데 이번에 읽게 된 「말할 수 없는 안녕」은 먼저 읽었던 정강현
작가의 「눈물로 자란다」를 읽고서 소설도 궁금해져 읽게 되었다
그의 에세이에서 '타인의 고통을 잘 느끼는 작가가 등장인물의 아픔 속으로 깊이 들어간 소설이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바 있다 
고통 감수성을 가진 소설가일수록 좋은 소설로서 독자의 공감대를 넓게 형성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번 단편을 읽으며 그가 보여주는 고통 감수성을 느낄 수 있었다
직접 경험했던 팩트의 세계에 고통 감수성을 더해 완성된 이야기들이라 더 실감 나게 다가왔고 긴 여운이 남는다
짜임새 있는 구성과 흡인력으로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읽어 내려가게 했다
담담하게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는 듯 보이면서도 묘한 긴장감을 어느 한순간도 놓을 수 없었다
마지막 단편에서는 결말 없이 온갖 상상을 하게 만들며 이야기가 끝난다
카톡에 스스로 남긴 알 수 없는 자음들과 확인할게 있다고 경찰서로 나오라는 친구의 전화...
궁금증과 함께 상상의 세계가 펼쳐진다
마포대교를 화자로 의인화 한 것과 이별 박물관이라는 소재를 등장시킨 것도 신선했다
단편 <문병>에서는 예상치 못했던 딸의 독백에 충격을 받았다

정강현 작가의 눈물 많은 세상에 선한 의지를 갖고 살아가는 어른의 모습을 보여 주었던 에세이에 이어 고통 감수성이 진하게 묻어나는 소설까지 그의 필력에 반했다
기자 출신답게 군더더기 없는 깔끔하고 구성진 스토리에 인간애까지 담겨 있어 다음 작품도 기대가 된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죽음에 대한 이야기라서 마음이 무거워지는 게 사실이다
슬프고 외롭고 억울한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죽음들을 목도하게 되는...
쉽게 읽히는 책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사회의 모순과 문제의식을 담고 있기에 뒷 여운이 길게 남으면서 생각의 여지를 주는 소설이다
깊고도 깊은 슬픔이 배어나는 이야기에 감히 눈물조차도 삼키게 되고 마는 이야기들...
내 맘대로 살고 싶은 인생이지만 죽음조차도 우리의 의지대로 할 수 없음에 망연자실하게 되지만 좀 더 나은 세상을 꿈꾸게 할 수 있는 희망을 품어 보고 싶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나의 삶을 어떤 방식으로 이끌고 완성해 나가야 할지 생각하게 만들었던 책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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