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나와 같은 시간 속에 있기를
이미화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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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나 영화 속 삶을 꿈꾸어 본 적이 있을 거다
막연하고 답답한 인생의 여정과 달리 한 편의 영화에선 두 시간 남짓 흐르는 동안 명쾌하게 갈등이 해결되기도 하고 상상으로만 떠올리던 온갖 낭만과 즐거움이 샘물처럼 솟아올라 인생의 메마른 갈증을 해소해 주기도 한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이 되면서 그 장면, 그 공간 속으로 순간이동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아주 가끔씩 해 본다
이미 지나온 삶의 순간순간들을 스크린 위로 오버랩 시키면 후회와 공감이 번갈아 가며 감정의 수면 위로 오르내린다
초라해 보이는 현실의 모습이 영화 속 낭만적이고 드라마틱한 이야기 속의 주인공과 비교되며 무한 동경의 세계로 날아오르기도 하고 부정하고 싶을 만큼 나의 이야기인 듯 펼쳐질 때는 아픔이 배가 되어 삶의 허무 속으로 침잠해 들어간다
삶은 종종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긴장감과 두려움으로 우리의 심신을 갉아 놓기도 하고 조금 더 나은 모습으로 성장시키기도 한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나의 그리움과 동경의 대상이기도 하고 때로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감추고 싶은 자화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명문장들은 매일 챙겨 먹어야 할 비타민처럼  무료하고 지쳐가는 일상에 순간순간 활기를 불어 넣어 주기 때문에 주말이면 영화 소개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영화관을 기웃거리게 되나 보다

<당신이 나와 같은 시간 속에 있기를>은 조금 느린 아이였던 저자가 성장하면서 사람들과의 사이에 존재하는 시차로 인해 감당해야 했던 외로웠던 시간들을 영화를 통해 일치 시키며 사람들과의 거리를 좁히고자 시작했던 영화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같은 시간 속에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영화를 보고 영화 속으로 여행을 떠나고자 했던 그녀의 이야기에 조용히 귀를 기울여본다
 우리가 같은 시간 속에 존재하며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생각을 한다는 건 저자가 말한 것처럼 우리의 우울과 고독, 쓸쓸함, 외로움을 조금은 덜어주어 혼자라는 생각을 떨칠 수 있게 해주리라는 생각에 마음 한켠의 온도가 조금씩 올라감을 감지한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혼자라는 외로움에서 벗어나 함께 어울리고 살아감에 안도감을 느끼고 숨쉬고 있음을 인지하는지도 모르겠다

책은 아직 가보지 못한 유럽의 도시로 나의 손을 끌어당기며 천천히 이끈다
낯설음에 긴장과 두려움이 일어날 만도 하지만 영화 속 배경과 장소로 조금은 익숙한 곳이기에 긴장을 풀고 저자의 이야기에 집중해 보았다
책에 소개된 영화는 리스본행 야간열차,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미드나잇 인 파리, 노팅힐, 어바웃 타임, 클로저, 원스, 카모메 식당 등 모두 9편이다
나와 코드가 맞는 영화들이다 보니 좀 더 몰입해서 책장을 넘기게 되었다
오래전에 봤던 영화도 있고 처음 알게 된 영화도 있다
영화 속 배경이 된 곳을 여행하며 사람과의 만남, 사랑, 이별 등을 주제로 삶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일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익숙하게 지내왔던 생활에서 벗어나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삶을 살아보고 싶은 마음과 알지 못한 스스로의 모습을 찾기 위해 시작하게 되었다는 여행!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시작해 오스트리아의 비엔나,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아일랜드의 더블린, 그리고 느릿느릿 흘러가는 구름을 보며 자신의 인생 같다며 푸념했던 핀란드의 헬싱키까지 영화의 한 장면인 듯 현실인듯한 한발 한발 내딛는 발걸음에 동행한다
여행이 주는 자유로움과 낯선 곳에 대한 긴장감 그리고 자연의 풍광과 여행지의 익숙한듯 익숙하지 않은 모습들이 감성적인 사진과 글을 통해 온전히 전해지던 「당신이 나와 같은 시간 속에 있기를」.

지금까지 만나왔던 여행 에세이와 달리 좀 더 특별한 느낌이 들게 했던 건 한 손에 들어 보이던 영화의 스틸컷 한 장!
현실과 꿈이 함께 머무는 듯한 사진에 시선이 고정된다
영화의 한 컷을 담아내는 여행이라니~ 너무나 매력적이지 않은가.
나도 문학 작품 속 등장하는 장소에 가보고 싶은 꿈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 영화 속 배경지를 찾는 저자의 발자취에 깊은 공감을 느낀다

오랜 시간이 흘러 흐미해진 영화 속의 장면들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현재의 사진 한 장으로 되살아나며 시간을 멈추게 하는 듯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마치 시간여행자가 된 기분이랄까.
사진은 영화가 상영되며 느꼈던 감정과 상념들을 다시 소환해 낸다
너와 나, 우리가 사진을 함께 바라보며 공존하는 순간!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일상을 살아가며 주어진 시간을 소비하는 우리들은 영화를 통해 잠깐이나마 같은 사람, 원래 한 사람인 듯... 같은 시간 속에 있기를 바라는 저자의 바램이 녹아든다
줄거리 대신 기억하고 싶은 문장을 살며시 꺼내어 주고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감정과 생각들을 진솔하게 공유한다
영화 속 배경이 되는 도시를 걸으며 작가가 들려주는, 때로는 로맨틱하고 때로는 아픔이 배어 나오는 이야기들을 나누며 천천히 나란히 걷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서로 다른 공간에 있지만 책을 펼쳐 읽는 순간만큼은 친구인 듯 친밀감이 들었다
현실과 과거를 오가며 작가의 생각에 따라 나 또한 지나간 시간, 애써 잊고 지냈던 기억들이 하나 둘 소환된다
사랑과 이별, 삶의 순간순간 대면했던 무수한 선택과 갈등에 소심하게 대처했던  장면들이 ... 누군가에게 보여주지 않았던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만나는 시간!

때로는 카메라를 내려놓고 시간의 변화를 오롯이 눈에 담기도 하는 저자의 모습에서 사소하다 느끼며 무심히 지나치던 주위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내가 잃었을 소중한 것들에 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든다

「당신이 나와 같은 시간 속에 있기를」 책 속에서 발견하는 또 다른 책들은 또 얼마나 설레는 반가움이던가.
제레미 머서의 <시간이 멈춰 선 파리의 고서점>,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 <천천히, 스미는>, 무레 요코의 <카모메 식당>등 나의 삶을 다른 시선으로 느끼고 바라보하게 했던 책들...
누군가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책이 있다는것은 인생에서 길어 올릴 수 있는 또 다른 기쁨이다

작가와 함께 비엔나의 어느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런던의 골목골목을 거닐어 보기도 하고 파리의 오래된 서점의 향기를 품기도, 반짝이는 야경 속 노부부가 앉아있던 박물관의 계단을 응시해 보기도 한다
영화를 통해 인생과 사랑에 대해 진솔하고 담담하게 말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한 번, 두 번, 곱씹어 보며 음미해 본다
어떤 도시에서는 문학을, 또 다른 도시에서는 음악을, 사랑을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에 설렘으로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하고 아련함과 애틋함이 느껴져 눈가가 촉촉해지기도 한다
마치 친구와 공원 산책을 하면서 무겁지도 지나치게 가볍지도 않은 마음속 이야기들을 주고받으며 걷는 기분이랄까...
저자가 걸었던 그 길을... 오랜 시간이 흘러도 좀처럼 변하지 않을 유럽의 거리를 거닐며 영화 속 그곳의 매력들을 직접 확인하고 발견하고 싶어진다

저자의 말처럼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며 사는 구질한 현실을 견디며 살아가는 인생일지 몰라도 사랑하는 모든 것들이 고스란히 녹아 담겨 있는 이 세상...  앞으로도 사랑해야 할 세상이라는 걸 상기해 본다
예기치 않은 삶의 굴곡들로 인해 쉽게 지치고 힘겨워 지는 인생이지만 이내 희망을 품고 따스한 시선으로 보듬으려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어떤 여행이든 그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다시 살아내야 할 현실이지만 마음에 차곡차곡 담아 둔 추억이 살아갈 용기를 주는 것처럼... 일상에서 찾아지는 소소한 기쁨과 행복들 또한 시가 되고 영화의 한 장면이 될 수 있길 바라는 그녀의 마음처럼 내 마음도 다르지 않기에 위로를 받는다
누군가의 시선과 맞닿게 될 다음 영화를 기대해 보고 여행 또한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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