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령의 명작 산책 - 내 인생을 살찌운 행복한 책읽기
이미령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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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왜 책을 읽을까?
저자의 독서를 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과 함께 시작했던 <이미령의 명작 산책> 읽기!
책을 읽는 이유에 대해선 늘 고민하고 생각해 오는 부분이다
전업주부로 살아가지만 매일 아침잠에서 깨어 수많은 일들을 하며 하루를 채워 나간다
집안일부터, 육아, 가족의 대소사까지 내 손길과 관심 없이 지나치는 건 하나 없다
주부로서 주어진 사명? 을 다하는 것 만으로도 하루 해는 짧다
 피곤하고 지칠 때 눕고 싶기도 하고 TV 채널을 돌려 코드가 맞는 드라마에 푹 빠져 보고도 싶다
그런데 망설임 없이 책을 손에 든다
백화점과 로드샵의 시선을 끄는 제품들을 쇼핑하고 싶은 욕구가 꿈틀거려도, 한창 인기를 누리는 드라마를 못 봐도, 잠이 모자라도 책읽기를 그만 둘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책을 읽음으로써 얻는 위로와 공감 때문일 수도 있고 내 삶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세상과 마주하며  한 발짝 더 다가가 이해하고 싶은 마음일 수도 있다
<이미령의 명작 산책>은 그녀의 인생에서 큰 울림을 주며 함께 했던 명작 48편에 대해 직접 쓴 독후감을 소개하고 있다
수없이 많은 책을 읽었고 그녀가 써 내려간 문장에서 인생에 대한 철학적 깊이가 느껴짐에도 불구하고 사색이 무르익지 않다고 겸손함을 보인다
세상을 구성하는 사람과 자연에 대한 따스한 시선과 애정들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의 결을 일렁이게 한다

이야기 한 편 한 편에  이미령 저자의 삶에 대한 진하고 깊은 사유의 흔적들이 발견된다
로버트 뉴턴 팩의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의 소개 글은 유독 마음에 와닿았다
나 또한 저자가 느꼈을 감정들로 한동안 마음이 먹먹해졌던 기억이 있다
지독한 가난으로 인한 힘겨운 현실 속에서 아들과 아버지가 나누었던 가슴 찡해져 오는, 눈앞에 그려지는 듯 아름다운 대화들을 노트에 옮겨 적기도 했고 문득문득 일상생활의 어느 순간에 떠올리기도 했다
자전적 소설이었기 때문인지 더욱 애잔하고 긴 여운으로 남는지도 모르겠다
문학은 이렇듯 내 일상 속으로 소리 없이 스민다
세상에 무관심했던 나의 심장에 작은 충격 요법을 가한다
깨어있으라고... 세상을 바라보라고...

저자의 다양하고 폭넓은 독서이력은 그녀가 소개하는 시, 단편소설, 자기 계발서, 사회과학서, 고전 등을 통해 전달된다
가난, 나이 듦, 인간다운 삶, 인간의 본질,  존엄성, 인종차별, 종교, 생명, 노동, 자유, 죽음 등 다루는 주제들이 다채롭고 자연과 세상, 인간의  관계에 대해 진중하게 토로하고 때론 위트 있는 말을 던져 가만히 미소 짓게 한다
문학 속 인물들을 통해 삶에 드리우는 고통을 견디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들을  바라보며 대면하게 되는 것은 인간이 나약하면서도 편견과 모순덩어리라는 사실이다
나 또한 다르지 않음을 시인한다
그래서 아마도 책을 통해 끊임없이 나를 정화시키고자 하는지도 모르겠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듯 나긋하면서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톤으로 조곤조곤 우리의 삶과 문학의 연계성에 대해 읊조리는 듯한 작가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림을 전한다
사실 처음 책과 마주했을 때는 저자 소개를 보고 불교신자로서 종교색이 짙지 않을까 미리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책의 이야기에 온전히 취하고 빠져 들어갔다
인생에 대한 느낌과 생각을 진솔하게 담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 생각하게 만든다
천천히 느린 호흡으로 책의 이야기들을 음미하고 곱씹는 저자의 모습을 발견하면서 나도 자연스럽게 그녀의 책읽기 수업에 동참한다

저자의 독서 목록에는 읽고 싶지만 아직 읽지 않은 책과 생전 처음 들어 보는 제목의 책도 보이고 읽었지만 다시 읽고 싶은 책들도 담겨 있다
반가운 마음과 함께 허접하고 빈곤한 나의 독서이력에 부끄러움이 동시에 일어난다
작가의 지난 인생 경험과 추억을 공유하며 솔직 담백하게 써 내려간 책 이야기는 마음에 잔잔한 공감의 파동을 일으킨다
부드럽지만 강한 흡인력으로 책 속으로 끌어당긴다
그녀의 독후감을 읽으면서 원작을 읽고 싶은 마음이 요동친다
나의 읽고 싶은 책 목록에 차곡차곡 올려놓는다
나의 고전과 또 다른 인생책을 만나게 뵐 것 같은 운명적인 느낌이 들어 가슴이 자꾸 설렌다

나는 왜 책을 읽을까? 의 질문으로 시작한 책 읽기에서 가장 큰 공감을 가졌던 부분은 책읽기의 행복에 대한 이야기였다
- 천천히 읽으면 문장이 품고 있는 세상이 활짝 내 눈앞에 열리고, 그러면 나는 책을 읽는다는 생각 없이 필자가 보여주는 세상을 느긋하게 활보하고 다닙니다. 이런 방식의 책 읽기가 나를 다음 책으로, 또 그다음 책으로 보내주었고, 나는 무임승차하는 기분으로 책에서 책으로 인생의 징검다리를 건넙니다. - p.88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단 한 권의 책이라도 천천히 읽어가 보자"라고 생각하면서 느긋하게 한 권의 책을 손에 쥐는 게 나을 것입니다. 책을 읽어야 멋진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책과 더불어 내 인생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니까요. 한 권의 책이 내 삶의 몇 시간을 가져갔고, 나는 그렇게 삶을 삽니다." p.89

- 책 한 권을 손에 쥐고 있는 동안 행복하고, 천천히 읽어가는 동안 행복하고,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되어 책을 덮으면서 행복하면 됐지, 더 바랄 것이 뭐 있을까요? - p.90

저자는 무조건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없애준다
내가 이 책을 처음 손에 들었을 때 했던 생각들... 명작을 통해 어떤 깨달음이나 지혜로움을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닌 나 자신과 온전히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랐던 마음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자 했던 마음에 공감해 주었다
그리고 오늘도 나의 일상과 더불어 한 권의 책과 함께 할 수 있음에 행복해진다
앞으로 내가 어떤 방식으로 독서를 해야 할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게 하고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잡아 주었던 책!
명작이 명작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게 해 준 책이다

YTN 지식카페 북클럽에서 하루에 한 권씩 책을 소개하는 그녀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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