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리딩 - 깊이 읽기의 기술
퍼트리샤 마이어 스팩스 지음, 이영미 옮김 / 오브제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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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보았던 책을 다시 읽었을때 처음 읽었을때와는 완전 같다고 느끼진 않는다. 왜그럴까.

활자가 움직이기라도 한 것일까. 문자는 그대로인데 왜 다를까.

안정과 변화 사이의 미묘한 여행이 다시읽기에서 태어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동안 우리가 읽어온 다양한 책들과 수많은 경험들이 두 번째 읽었을 때 다른 것을 발견하고 느끼게 한다. 세 번째 읽었을 때 또한 두번째와는 또 다르다. 한권의 고정된 문자들이 우리가 읽을때마다 수정이 계속해서 가해진다. 덧대고 덧대어 또 한권의 책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마음먹고 리리딩 프로젝트를 시작한 저자는 본인의 다시읽기의 대표격인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언급한다.

40번 이상이나 읽은 오만과 편견의 문체와 내용이 손금처럼 머릿속에 새겨져 있어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다. 의무감과 긴장에 치여 읽는 첫번째 읽기를 훨씬 지나 이젠 친숙함과 익숙함을 즐기며 읽는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등장인물의 내면을 발견할때면 가끔씩 충격을 받는다.

제인 오스틴의 에마 또한 저자가 여러 번 읽으면서 플롯의 움직임을 느낀 책이다. 내가 읽은 기억으로는 에마가 단순하고 큰 사건이 없는 조용한 소설이라 여러 번 읽는다 해도 별 변화나 감흥이 없을거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저자가 에마를 여러 번 읽을 때마다 발견하는 새로움들, 또 이 소설이 이렇게 복합적이었나 놀랄 정도로 저자가 책에 쓴 에마의 플롯에서 발견한 세세함들은 정말 놀랍다.

 

다시읽기가 다른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젊은 시절에 읽고 진취적이고 홀딱 반한 책을 중년이 되어 읽어보니 형편 없고 시대에 뒤떨어진 책이 되있어 실망한 책도 있다. 또 반대로 정말 죽을것처럼 지루했던 찰스디킨스의 한 소설은 다시읽기를 시작하고 찰스디킨스를 만날 저녁시간만 기다릴 정도로 즐거움을 느끼게 된 것도 있다.

영문학 박사이자 열렬한 독서가인 저자의 독서의 수준이 범상치 않다고 여겨진다. 저자가 제인오스틴과 그 밖의 여러 책들을 리리딩해서 새롭게 발견하고 변화한 것들을 살펴보면 다시읽기=깊이 읽기라 여겨진다. 처음 읽었을때 전혀 알아채지 못한 것들을 리리딩을 통해 다른 것을 발견하고 배우는 것. 한 권을 여러 번의 반복하는 과정 중에 플롯이 유기물처럼 움직이며 풍성해져가는 것.

고정된 문자가 볼때마다 다르고 풍성해진다는게 마법도 아니고 참 신기하다. 내가 변하는 존재라는 것을 책을 통해 깨닫는다는 것도.

저자는 리리딩의 이 과정이 결코 단순하지 않다고 말한다. 시간이 필요하고 생각과 경험이 덧대지는 복잡한 과정이었다고 한다.

다시 읽기든 무엇이든 결국은 문학의 즐거움이 있기에 이루어지는 것이란 생각을 한다. 저자가 문학의 즐거움에 깊이 퐁당 빠져 있는 것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읽기에서 발견한 풍요로움이 처음 읽었을때의 부수적인 즐거움 덕분이다 라고 하는 저자의 말이 인상깊다.

일단 책을 집어 드는 것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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