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춘, 한국을 벗기다 - 국가와 권력은 어떻게 성을 거래해왔는가 인사 갈마들 총서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매매춘, 한국을 벗기다

 

대한민국 근현대사 속 매매춘의 역사를 살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술술 읽히는 듯했으나, 이 책을 읽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대한민국 역사의 치부를 고스란히 드러낸, 가슴 아픈 내용의 책이기 때문이다.

 

가장 가슴 아픈 부분은 1960~70년대 박정희 정권 시절이었다.

매매춘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교묘하게 국책 사업화하여 이용하는 정부의 이중 적인 모습을 보며 참 씁쓸했다. 국민을 지키고 보호해야할 정부는 매매춘 여성의 인간다운 삶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경제발전을 위해 희생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음지에서 이바지한 사람들에 대해 적절한 사회적 보상이 돌아가게끔 애쓰기보다는 오히려 그들을 탄압하는데 앞장섰던 정부에, 그리고 무엇보다 70년대 기생 관광문화의 주 고객이 ‘일본’이라는 사실에 욕지기가 치밀었다.

이순신 장군이 무덤에서 일어나 꾸짖을 일이다. ‘강준만’의 말처럼, 매매춘의 국책 사업화가 당시 한국 사회에 미친 정신적 상처가 얼마나 클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경제개발이라는 논리로 희생당한 그들은 바로 대한민국의 딸들이고 또한 국민이기 때문이다.

박정희 정권의 성매매 국책사업화는 80년대 전두환 정권으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가슴 아픈 일이다.

 

“여기가 강간의 왕국이냐?”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송강호가 했던 말이다.

그리고 이 책을 보면서 ‘여기가 간통의 왕국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20%의 남성이 간통을 경험한 사회가 건강한 사회일리 만무하다. (1991년 <한국 사회의 간통 연구 발표회>의 설문조사 결과)

그리고, 흥청망청 성매매 문화가 발달한 사회와 ‘간통’이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책을 마무리하며 저자는 말한다.

“불륜에 여러 장점이 있겠지만,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신의信義의 가치와 충돌한다는 점일 것이다.”

이 책은 모두가 쉬쉬하는 대한민국의 어두운 면인 매매춘의 역사를 잘 정리해서 보여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역사를 이해하고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과거 속에서 미래의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이해할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대한민국의 사회와 가정이 어떻게 신의를 잃어가고 있는지를 훑어 본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