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
장석주 지음 / 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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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자신의 시간을 ' 설렘과 희망으로 맥동하는 아침 시간을 보내고 난 후 맞이한 인생의 오후' 라고 표현한다.
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 책 제목 부터 어떤 이야기를 꺼내어 놓을지 떠올라졌다.
책은 내내 그가 있었던 일상의 공간 그리고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계절, 시간들의 이야기로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서서히 풀어간다.
여유 있는 주말 오후에 조용한 음악과 함께 읽으면 마음의 여유를, 인생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책.


p29.이런 봄날 공허를 무찌르고 더 행복해지는 게 우리가 떠맡은 유일한 의무다. 나는 겨울보다 더 자주 산책에 나선다. 바람을 맞으며 앞으로 나아갈 떄 나는 더 행복하다. 사실 행복이란 그다지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 않다.
신선한 공기, 빛, 물, 건강, 약간의 책들, 음악, 고요, 몇 벌의 옷, 물이 새지 않는 신발, 벗들! 행복을 위한 목록에 적힌 것들은 대개의 사람들이 누리는 것들이다.

우리의 행복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윌스미스의 '행복을 찾아서' 라는 영화도 있고, 행복 관련 책들도 다수이고..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갈망한다.
하지만 작가는 행복은 사소한 것들에서 온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이다. 나역시 그렇듯 몇몇의 내가 좋아하는 책들, 음악들 그리고 친구들까지,
어쩌면 행복은 생각보다 찾기 쉬운곳에 숨어있는지도 모른다. 아니 그것이 행복인데 우리가 잘 못 느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p50.오, 누가 말해다오. 공중의 달이 뿜어내는 빛과 땅 위의 깨진 유릿조각 위에서 반짝이는 한줄기 빛은 어떻게 다른가? 내 인생의 빛나던 달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한때 빛나던 것은 그 자취 흐릿하고 빛 잃은 꿈은 깨진 유릿조각마냥 함부로 나뒹군다. 지상에
술집이 늘어나는 것은 삶의 덧없음에 실망한 자들을 위로하기 위함이다.

작가는 사라짐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모든것은 사라진다. 날 키워주던 할머니도 수년전에 돌아가셨고, 첫사랑의 감정도 사라졌으며
한때의 내 우울함과 울적함도 사라져 버렸다. 나도 모르게 아무도 모르게 잊혀 지는것들도 있고, 그런 삶의 덧없음에 실망한 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술집이
늘어나고 있다는건 개인적으로 참 공감을 일으키는 구절이다. 사라짐에 감사한 것들도 많기에 사라짐이 원망스럽지만 않은건 모두가 분명할 것이다.

 

p206. 여름은 지나갔다. 그 시절이 절대로 돌아오지 않는다 해도 덧없었다고 말하지는 않으리. 인생의 여름은 일도 사랑도 투쟁심에 불타 밤새우며 몰두하는 시절이었다.
나는 모든 것들을 더 잘하고 내 몫의 열매들을 기어이 손에 쥐려고 안달했다. 돌이켜보니 청년기는 기회이자 위기의 시기였다. 그 시절은 누구나 "자아 속에서
중심을 잡고, 자아의 입장에서 출발하여 세계와 대결하며 세계 속에서 자신만의 일을 시작"(로마노 과르디니)하는것이다.
산다는 것은 바로 세계 속에서 자신의 일을 하는 것. 미숙과 시행착오도 없지 않았지만 나는 잉여의 추동력으로 일과 사랑에 대처하며 살아왔다.
어떤 일에는 성공하고 어떤 일에는 실패했다. 그것들 하나하나를 더하고 빼보니, 내 인생을 그렇게 나쁘지 않았음을 알겠다.

내 인생의 여름은 언제쯤일까, 지금이 아마 마지막 늦더위쯤 되는 시점이 아닐까 한다. 우습지만 하나씩 삐쳐나오는 새치가 신경쓰이고, 탈모에 좋은 샴푸는 어떤것인지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나의 기회이자 위기의 시기였던 젊은 시절은 아직은 계속 되고 있기에 아직 사랑을 할 열정은 남아 있고, 많은 할일들이 남아 있기에
성공하기 위해 열정을 보이며 일하고 있다 ( 실패할지도 모르지만 ). 여름이 끝나간다고 해서 내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 끝나가는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산문집 드문드문에 오후,가을 등 저물어가는 시간을 더 소중히 여겨하고 있다. 모든 시절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책, 시간이 조금 지나 다시한번 꼭 펼쳐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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