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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지만 힘껏 인생을 건너자, 하루키 월드
장석주 지음 / 달 / 2017년 12월
평점 :
고등학교 시절,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접해본건 친구의 권유였다. 들고만 있어도 멋지단 생각이 들었던 제목의 책.. '상실의 시대'라니...
더구나 야한장면들이 들어있는 책은 사춘기 였던 나의( 그리고 주변 친구들의 ) 관심과 흥미를 끌기엔 충분했다.
사실 처음에 정독을 했었는지 기억은 정확히 나지않지만 그 후 두어번 정도 더 읽게 되었던 것 같다.
이번에 읽게된 '외롭지만 힘껏 인생을 건너자, 하루키 월드'를 읽으며 든 생각은, 가끔 주말 늦은 아침에 출발비디오 여행을 보며,
아 저 영화는 저랬었지, 아 이번 영화는 이런 내용으로 이렇게 재밌겠다 라는 생각 들듯,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러 작품들을 소설과 그의 삶의 이야기를(하루키의 월드) 잘 버무려 재미있게 풀어주고 있구나 였다.
p40.나는 오 분가량 그 모습을 바라보고 나서 차로 돌아와 시트를 뒤로 젖히고 눈을 감은 채 한동안 파도 소리에 뒤섞인 공 치는 소리를 멍하니 듣고 있었다.
부드러운 남풍이 실어다준 바다 내음과 불타는 듯한 아스팔트 냄새가 나로 하여금 오래전의 여름날을 생각나게 했다. 여자의 피부 온기, 오래된 로큰롤,
갓 세탁한 버특 다운 셔츠, 풀장 탈의실에서 피어오른 담배 냄새, 어렴풋한 예감, 모두 언제 끝날지 모르는 달콤한 여름날의 꿈이었다.
-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중에서
... 이것은 깨고 나면 사라지는 여름날의 꿈과 같다. 누추한 삶이 품은 달콤한 여름날의 꿈이란 얼마나 황홀한가 !
그 꿈이 황홀한 것은 한번 가고 나면 두 번 돌이킬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루키 소설의 힘은 눈을 감으면 아련히 그 장면이 떠오르게 하는 어쩌면 섬세한 필력에 있다.
어릴적의 '상실의 시대'에서 부터 읽어보지는 못한 하루키 초창기 작품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까지 내가 그곳에 있고,
그 '나'가 독자 자신이 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는 부분은 하루키 소설을 읽는 큰 재미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재즈카페 운영자가 소설가로 전업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이 작품은 이번 책을 읽는동안 내가 곧 읽어야 할 내 북리스트에 오르게 되었고,
그 계기를 통해 장석주 작가가 언급 했었던 한 작가의 전작품을 찾아 읽는 전작주의 독서법을 한번 시도해 보게 되지 않을까
p146."아까 하늘을 봤더니 달이 두개가 있었어. 크고 노란 달과 작고 초록빛이 나는 달. 오래전부터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지. 하지만 나는 알아보지 못했었어. 아까서야 겨우 그걸 알았어." (.....) "굳이 말할 것도 없지만, 하늘이 알이 두 개 떠 있는 건 '공기 번데기'에 나오는 세계하고 똑같아." 덴고는 말했다."그리고 새로운 달은 내가 묘사했던 것과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어. 크기도 색깔도 똑같아." - '1Q84'2권 중에서
'두 개의 달'이 뜬 세계는 현실의 또다른 이면이다. 그것을 비현실적 망상이라고 할 수도 있다.
실재와 가공의 세계 사이의 경계가 불명확해지고, 세계를 지배하는 룰이 느슨해지고, 저쪽 세계에서 일어난 일이 이쪽 세계에도 벌어지는 것이다.
많지않은 내가 읽은 하루키의 작품중 하나이다. 읽을 당시 판타지 소설 읽는듯 꽤나 흥미롭게 책이 읽혔던거 같다.
3권으로 구성된 꽤나 길었던 소설이지만, 무협지는 10권짜리 구성도 금시일내 주파한적도 있었기에, 책의 길이는 크게 중요치 않았다.
소설에서 초현실인 1Q84라는 가상의 세계가 얽히며 소설속 아오마메와 덴고의 사랑을 풀어가는 이야기는
읽는 내내 흥미로왔고, 3인칭 시점에서 서술되는 판타지적 내용과 비범치 않은 그 둘의 이야기는 제목만 보고서 1Q84(일큐팔사)인지 IQ84(아이큐팔사) 인지 헷갈려 했던 독자들을 이해시키고, 흥미 주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