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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버자이너 - 세상의 기원, 내 몸 안의 우주
옐토 드렌스 지음, 김명남 옮김 / 동아시아 / 2017년 2월
평점 :
애정하는 동아시아 출판사에서 페이스북에 책 홍보 포스팅을 올렸는데 제목을 읽고 절대 해석하지 말라고 하길래 또 바로 호기심이 발동하여 뜻을 검색해봤더니, 무려 버자이너의 뜻이 ‘여성의 질’이라고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대담한(?) 내용들을 어디까지 다루었을까’, ‘여성의 몸을 다루는데 페미니즘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 궁금해 하던 차에 ‘마이 버자이너’ 서평단을 모집하는 포스팅을 보고 응모하게 되어 운 좋게 당첨되어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책은 정말 다방면의 각도에서 방대하게, 매우 흥미롭게 버자이너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들 중에는 어깨 너머로 남편을 통해 들은 야한(?) 이야기도 있었고,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초반에는 과학적인 측면에서 여성 성기에 접근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정말 내 몸에 달려있지만 내 몸에 대해 몰랐던 세밀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생물 시간을 떠오려보면 각 대표되는 부위의 명칭과 역할을 훑고 넘어갈 것 같은데, 생각보다 세세하게 다양한 부위를 다루었으며 부위의 생김새 뿐만 아니라 각 부위의 질감과 냄새까지, 간의 미세한 차이까지 다루고 있어서 ‘내가 내 몸에 대해 정말 생각보다 모르는 게 많고, 참 무관심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당황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처녀성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게 다루고 있는데 다양한 기막힌 사례들(다분히 현재의 관점으로 볼 때)을 읽을 때마다 그 지나친 과학적이지 않음에 정말 입이 안 다물어졌습니다. 특히나 흥미로웠던 부분이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 한 가지가 ‘결혼 전에 순결을 지키야 된다는 원칙이 있다면 어디까지의 스킨십이 허용되겠냐’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부분인데요, 순결에 대해 자라면서 사람들과 가끔 은밀히 얘기해 본 적은 있지만 ‘상대방의 성기에 삽입하는 건 안 되지만 스치는 건 될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터라 이 부분에서 빵 터졌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클리토리스가 뭔지는 대충 알고 있었는데 옛날에는 질 삽입을 질기는 게 정상이고, 손가락이나 클리토리스 애무를 느끼는 건 동성애적인 행위로 비난받았다는 건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생각해보니 사람들이 성이 오로지 종족번식을 위해서만 쓰여져야 한다고 의미부여를 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무지막지한 아픔과 부작용을 낳는 클리토리스 절제술을 받고, 오히려 여성들이 이러한 풍습을 옹호했겠죠.
언제나 문화라는 엄청난 힘 안에서 어떤 제도나 관습을 보면 그 안에서 무엇이 소외되고 있는지, 과연 무엇이 본질인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떨어져서 봐야 보이고, 그렇게 보면 슬프면서도 웃기기까지 한 것들이 제법 많습니다. 그렇게 불합리한 것들은 투쟁의 역사를 통해 달팽이처럼 느리지만 차츰 합리적이고 평등한 모습으로 예쁘게 꽃을 피우게 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런 게 많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참 좋았습니다. 이런 지독한 블랙 코미디같은 억압의 역사를 현재의 눈으로 다시 살펴본다는 것 자체가 양성평등에 한 걸음 다가가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흥미롭고 의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강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