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를 먹지 못하고 바라만 보다가 그저 녹아 덧없이 흘러내려버렸다. 여름을 닮아 화끈하기도 하고, 수림처럼 싱그러운 그의 웃음이 분명 그립겠지.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는 그를 잡지 않았다.
그건 단지, 석민에 대한 불꽃 같은 흔적이 아직 온몸에 남아서였을까. 아니, 전무는 정면으로 바라보기에는 너무나도 뜨거운 사람이기 때문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유야 어떻든 기분이 마냥 슬프지는 않았다. 모든 게 후련했고, 시원했으며, 이제는 불청객처럼 찾아온 열대야에 더는 잠자리를 뒤척거리지 않을 것 같았다.
-알라딘 eBook <나쁜 시선 2 (완결)> (유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