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누군가에게 고통을 줄 수 있다는 걸 생각하지 않은 채 남들 하는 대로, 관습에 따라, 지시받은 대로, 조직논리에 따라 성실하게만 살아가는 것, 그것이인류 역사에 가득한 악의 실체였다. - P192
무엇보다 먼저 알아야 한다. 지금 내가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중립적이고 합리적일 수 있다면, 그건 나의 현명함 때문이아니라 나의 안온한 기득권 때문임을.
하지만 살아가면서 무수히 자신이 얼마나 별 볼 일 없고 뻔한 존재인지 자각하게 되는 순간을 맞게 된다. 시험에 붙고 떨어지고 하는 문제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속물 근성, 이기심, 뻔뻔함, 냉정함, 남들 안 보는 데서 저지르는 실수들…………. 자기혐오에 빠지게만드는 자신의 민낯은 언제나 내 뒤를 쫓아온다. 외면해도 소용없다.
・・・・・・ 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세요.나는 구의 말을 마음으로 따라했다.구는 조금 망설이다가 덧붙였다.안 된다면 이번 생은 빨리 감기로 돌려주세요.그럼 빨리 죽잖아.그럼・・・・・・ 그냥 무로 돌려주세요. 아무것도 아닌 상태, 그래서 모든 것인 상태로.싫어. 그것도 죽는 거잖아.죽는 거 아니야. 그냥 좀 담대해지는 거야.
나는 싸우고 있습니다. 날마다 혼자서 싸웁니다. 살아남았다는,아직도 살아 있다는 치욕과 싸웁니다.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웁니다. 오직 죽음만이 그 사실로부터 앞당겨 벗어날 유일한 길이란 생각과 싸웁니다. 선생은, 나와 같은 인간인 선생은 어떤 대답을나에게 해줄 수 있습니까? - P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