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게 많은 건 그저 내 안에 담아두고 쌓아두고 간직하면 되지만 표현하는 건 꺼내야 하니까. 꺼내어 주는 걸, 어릴 때부터 못했던 것 같다.
-p. 23
쉼 없이 운 덕분에 나는 숨죽여 우는 것이 무엇인지, 사람이 바닥을 칠 때 나는 소리가 어떤 건지 알게 되었다.
-p. 26
나는 나로 사는 것이 너무 지겹다고 하면서도 스스로에 대해 이야기 하기를 멈추지 못하는 사람이다. 달리 말하면 그건 내가 아직 나에게 완전히 질려버리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p. 26
누군가한테 기대는 것도 방법으로 가진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p. 78
인생은 광활하고 내게 남은 파편은 두 손바닥 안에 들어올 만큼 적어서, 어찌 보면 나는 엄마의 삶을 쓰고 있다. 소설을 쓰고, 시나리오를 쓰듯이. 근데 이렇게라도 해두지 않으면 본인마저 잊어버린 그 삶을 누가 보관해주지?
-p. 91-92
그래서일까, 누군가 나를 더는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할 때면 화가 나기보단 선선히 인정하게 된다. 나도 아는 나를 너도 알게 되었구나, 싶은 마음.
-p. 114
관계가 깊어질수록 현명하게 이어가고 싶고 망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
-p. 157
다른 사람의 눈에는 지루해 보일 수 있어도 모두가 애를 쓰고 있다는 분명한 사실. 누구도 호명하지 않았음에도 같은 자리에서 제 몫을 해내는 사람은 그 자체로 귀하다는 걸 빵을 기다리고, 책을 기다리며 알게 되었다.
-p. 171
어떤 음악은 귀로 듣는 게 아니라 마치 머리로 듣는 것 같았으니까. 애꿎은 상념 대신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멜로디와 노랫말은 내가 처한 상황을 덜 자각하게 했다.
-p. 193-1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