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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된 엉뚱한 생각들 - 만화로 보는 철학이란 무엇인가 ㅣ 원더박스 인문 과학 만화 시리즈
마르흐레이트 데 헤이르 글.그림, 김기철 옮김, 안광복 감수 / 원더박스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만화로 철학을 이야기 한다는것은 어떤것일까 매우 궁금했다. 다 그런것은 아니지만 대개의 철학책들은 두꺼운 책의 두께와 빈 공간 없이 페이지를 가득채운 텍스트로도 모자라 읽어도 정리안되는 내용때문에 다시 첫페이지로 진도를 리세팅 시키기 일쑤여서 나에게 좌절을 준적이 많다.
하지만 종교나 예술이나 역사 부분의 책을 읽다보면 어쩔수 없이 맞닥뜨리게 되는 분야 역시 철학이기에 철학을 모른채 독서를 하는것은 깊이있는 독서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는 한사람으로서 철학분야의 책은 여전히 도전중이다.
저자도 아마 이렇게 철학에 도전하다 좌절을 느끼는 사람들이 안타까워 이런 책을 쓴것 같다. 저자는 책 내용을 남편과의 대화 형식으로 풀어나갔고 후반부에는 자신의 주변인물들을 등장시키며 평범한 사람들의 철학 이야기를 했다.
저자는 우선 '생각한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생각한다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다. 여러사람이 하나의 대상을 보고 있다고해도 각자 하는 생각은 저마다 다를 수 있다. 그리고 그 생각들이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니다. 이 부분에서 작가는 '자기 힘으로 생각하는 것은 좋은일이고 혼자 생각한다는건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과 같이 쉽고빠르지만 새로운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먼저 발견한 현명한 해답도 어느정도 받아들일 줄 알아야하고 자신만의 생각에서 벗어나보는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이야기 한다.


이 말은 특히 철학 분야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방법서설에서 데카르트가 말한 것을 인용하고 싶다.
철학은 오랜세월에 걸쳐 가장우수한 정신을 가진 사람들에 의하여 연구되었으나 논쟁의 여지가 없는것은 하나도 없고,
한가지 문제에 관하여 참된의견이 하나 이상일수는 없을텐데 실제로는 갖가지 많은 의견이 있으며 그것들이
학식있는 사람들에 의하여 주장되는 것을 보고서 나는 참되어 보이기만 하는모든것은 거짓에 가까운 것이라고 여겼다. |
그렇다. 데카르트가 말한것처럼 학식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조차 한가지 문제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하고 서로 자신의 생각이 맞다고 주장한다.
플라톤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스승이라고해서 플라톤의 철학이 더 우월한 것도 아니고, 플라톤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후대의 사람이라고해서 더 발전된 철학을 말한 것도 아니다. 그들 각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 맞는말 같다.
하지만 나 혼자 생각한다면 결코 가보지 못할 곳까지 우리는 다른사람의 생각을 읽으며 가볼 수 있고 내가 속한 시대와 위치에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작가가 이야기한 "다른사람이 먼저 발견한 현명한 해답도 어느정도 받아들일 줄 알아야하고", "자신만의 생각에서 벗어나보는것도 중요하다는 것"에 많은 공감이 갔다. 하지만 그 많은 철학자들과 그들의 이론을 짧은 지면에 담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다행이 작가역시 이 부분에 대한 한계를 인정하고 많은 욕심을 내지는 않았다.
우선 작가는 서양철학의 기초라 할 수 있는 플라톤,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음 아우구스티누스, 토마스아퀴나스, 데카르트, 스피노자 등에 대한 삶과 주요 철학 이론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다. 어찌보면 이런 간단한 설명은 철학에 입문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라고 할 수 있다. 입문서부터 장황한 설명이 이어진다면 입문서부터 책을 덮어버리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다음엔 자신의 남편, 시어머니, 지인, 남동생 같이 주변의 평범한사람들의 철학을 인터뷰 식으로 풀어갔다. 평범한 사람들도 자신의 삶의 철학이 있다. 평범한 사람들의 철학이라고해서, 또 그들의 철학이 체계적으로 정리된 이론이 아니라고해서, 그리고 책으로 출판되지 않은 이론이라고해서 가치가 없는 철학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아마도 평범한 사람들의 철학을 전하며 누구나 철학자가 될 수 있고 철학은 먼곳에 있는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아주 가까이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철학에 입문하려는 분들에게 철학이라는 거대한 문에 대고 부담없이 노크를 할수 있게 해주는 책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