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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위한 철학수업 - 자유를 위한 작은 용기 ㅣ 문학동네 우리 시대의 명강의 5
이진경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1월
평점 :
‘인문학의 위기’라는 용어가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져 있는 시대이다. 진리의 상아탑이라 불리는 대학에서도 인문학의 근간인 文‧史‧哲 관련 학과가 사라지는 경우도 이제는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는 것도 또 다른 우리사회의 모습이다. 물론 그 ‘인문학 열풍’이 진정한 인문학이 아니라는 비판은 물론, ‘인문학의 위기’를 촉진한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그렇지만 출판가에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인문학 서적들이 많이 출간되고, 이름 있는 저자들이 등장하는 측면은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인문학의 분야별로 많은 책을 내놓고, 많은 독자를 확보하는 저자들이 있다. 예를 들어, 강신주 선생, 고미숙 선생, 정민 교수, 이덕일 선생 등이 그 대표이다. 언급한 저자 이외에 많은 주목을 받는 사람이 바로 『삶을 위한 철학수업』의 저자 이진경 선생이다. 이진경 선생은 ‘인문학의 위기’라는 단어가 있지 않은 시절 『철학과 굴뚝청소부』라는 근대철학 관련 서적으로 많은 명성을 얻었었다. 그리고 이후에 『노마디즘』과 같은 서적을 통하여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그런 이진경 선생이 『삶을 위한 철학수업』이라는 멋진 제목으로 독자들을 유혹한다.
『삶을 위한 철학수업』이란 제목을 본다면 그 누구나 눈길을 한 번 주게 될 것이다. 과연 철학이 우리 삶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에 대해서 한 번쯤은 생각해보기 때문이다.(그런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의 인생은 참으로 팍팍할 것이다. 한국문학사에서 비평의 최고봉에 있었던 김현 선생은 문학은 그것을 아는 사람에게 즐거움이고 혜택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철학도 마찬가지라 생각된다. 그것을 아는 사람에게는 무한한 축복이 될 것이나, 모르는 사람에게는 지루한 이야기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고담준론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정답이 없을 것이다. 평생 철학을 전공한 철학과 교수님께 질문해도 원하는 답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바로 그것이 인문학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바로 자신만의 정답을 찾고 이해하는 것이 인문학일 것이다. 왜냐하면, 인문학은 ‘인간’에 대한 이해이기 때문이다. 인문학의 성격이나 철학에 대한 논의는 ‘철학’에 대한 탐구를 하는 서적에서 답을 찾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삶을 위한 철학수업』은 왜 철학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보다는, 철학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구체적인 방법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그 점이 바로 이 책이 가진 매력일 것이다. 사람들이 철학에 매력을 가지지 못하는 것은, 철학자들의 사상이 지나치게 이론적이고 삶과 괴리되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주요 철학 사상을 배우는 고등학교 윤리 수업 시간이 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스피노자, 칸트는 물론 존 롤스와 같은 사상가들에 대해 배우는 유익한 시간이다. 하지만 그 수업 시간에서 철학 사상에 관심을 가지는 학생이 몇 명이나 있을까? 수업에 집중하는 학생들도 내신 시험이나 수능 시험을 대비하기 위해서 들을 것이다. 배운 철학 사상이 삶에 도움이 된다고 느끼는 학생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러한 고등학교 시절 경험으로 말미암아, 대학에 진학한 이후에도 많은 학생은 ‘철학’을 지루하고 따분하고 삶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인식한다. 그렇지만 이진경 선생의 이번 책은 다르다. 『삶을 위한 철학수업』 통해서 왜 우리가 철학적으로 고민해야 하는지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철학자 이진경 선생의 눈으로 우리를 둘러싼 삶의 문제를, 철학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나 부제인 ‘자유를 위한 작은 용기’에서 알 수 있듯이 ‘자유’에 초점을 두고 책이 구성되어 있다. 크게 4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책에서 저자는 우리가 삶에서 겪을 다양한 상황과 문제를 ‘자유’를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 저자의 경험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들을 통해서 편안하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지금은 한풀 꺾였지만, 얼마 전까지 출판계를 강타한 소위 멘토들의 서적들, 힐링류의 책들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책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소위 말하는 힐링류의 책들은 젊은이들에게 멋있는 말로 ‘도전’, ‘용기’ 등만을 강조한다. 진정한 깊이 있는 조언보다는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해”라는 식의 말만 있을 뿐이다. 그럴 뿐만 아니라, 깊이 있는 고민을 엿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와 다르게, 『삶을 위한 철학수업』에서는 깊이 있는 고민이 묻어난다.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은 생각하는 ‘나’가 존재하지 않고는 불가능하기에.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했던 것이다.
그러자 스피노자는 이렇게 반문한다. “당신은 당신이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알고 있나요?” “당신은 당신이 진정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알고 있나요?” 앞의 것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질문이고, 뒤의 것은 자신의 욕망에 대한 질문이다. 여러분은 어떠신지? (『삶을 위한 철학수업』 206 ~ 207)
위에 인용한 부분은 열여섯 번째 강의(욕망과 자유 – 언제까지 우리는 ‘그들의 삶’을 살 것인가?)에서 가져온 것이다. 흔히들 “네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찾아라.”라는 말을 많이 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진정한 의미는 말해주지 못한다. 왜 그래야 하는지도 설명하지 못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진경 선생은 철학자의 말과 생각으로 그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그리고 그 속에 담겨 있는 진정한 의미를 설명해주고, 왜 그것이 가치 있는지를 알려준다. 바로 이것이 이 책이 가지는 매력일 것이다.
소위 유행하던 힐링류 서적을 읽어서 제대로 된 힐링을 한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 그 힐링은 진정한 힐링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진지한 고민이 없으므로 끝내는 자신에 대한 고민도 하지 못하고, 질문을 던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끝내는 저자(소위 말하는 멘토)의 생각만을 내 생각인 것처럼 받아들이고 만다. 처음에는 그 생각대로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노력해도 안 된다. 왜냐하면 내 생각이 아니므로 당연히 실천되지 않는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바로 ‘철학’을 통한 나에 대한 생각과 고민이다. 그러한 방향을 짚어주는 것이 이진경 선생의 『삶을 위한 철학수업』이다. 지루한 철학 사상에 대한 고담준론이 아닌, 팍팍한 우리 사회의 삶 속에서 누구나 겪을 문제를 편안하게 풀어준다. 물론 이진경 선생의 시각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다. 그 이진경 선생의 생각 속에서 나의 삶에 대해 고민할 수 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가치는 그 고민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고민이 깊이를 더할 수 있도록 이진경 선생의 ‘철학’이 동원된다.
무더운 여름 지치고 짜증도 많이 날 것이다. 그렇지만 자신의 삶에 대해 의문이 든다면, 그리고 삶을 깊이 있게 고민하고 싶다면 『삶을 위한 철학수업』을 읽어보는 것이 어떨까? 물론 이진경 선생의 책이다 보니 그리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하지만 곱씹어 보고, 되새긴다면 정말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