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식당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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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몸과 정신이 진정한 휴식..쉼을 바라기 시작하면서 어느 순간 영화  ‘리틀포레스트’같은 ‘조용한 정적’, ‘소소하게 요리 하는 모습’, ‘자연 풍경’을 보는 것이 내게 소중한 힐링이 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에 이 ‘달팽이식당’이라는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표지 그림에는 어느 한적한 시골 마을에 자리 잡은 가정집 식당 창으로 요리를 하고 있는 여자의 모습이 보인다. 식당 앞에 있는 세발자전거 짐칸에는 각종 야채가 실려 있고, 현관 문고리는 아기자기하게 도마뱀 모양의 장식으로 되어있다. 숲 속 자연풍경에 녹아들어 조용하게 자리 잡은 식당의 모습이 꽤나 편안하고 잔잔한 분위기를 풍긴다.

책의 주된 내용은 남자친구가 일방적 으로 자취를 감춘 이후, 고향 시골 마을로 돌아가서 어렸을 적 꿈꿔오던 요리하는 일로 사람들을 치유하는 내용이다. 갑작스러운 인도인 남자 친구의 증발과 함께 외할머니에게 물려받았던 주방도구들, 할머니와 정성껏 담근 매실장아찌, 풋콩과 크림크로켓 재료까지 모두 사라진 날을 시작으로 펼쳐진다. 주인공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닥뜨린 후, 정신적 충격에서 목소리를 잃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머니의 소중한 유품인 항아리 속 겨된장이 남겨져 있었던 건 한줄기 희망이자 안도감이었다. 그렇게 겨된장을 품에 안고 미래를 향하는 심야 버스에 몸을 싣고 남자친구에 대한 미련을 몽글 몽글한 할머니와의 아련한 추억을 생각하는 것으로 잊어본다.

어쩌면 인도인 남자친구가 갑작스럽게 자취를 감추고 이별통보를 한 것이 주인공에게는 요리사라는 꿈을 실현 하고, 엄마와의 관계 회복을 하는 절호의 기회였던 것 같다.

모든 것을 다 잃은 주인공이지만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요리 레시피들과 다양한 음식점에서 쌓아온 알바 경험 이 요리를 할 수 있는 기본 바탕을 깔아 주었다. 적막한 산골짜기 시골 마을 에서 주변을 둘러 싼 바다, 산, 강, 밭 등 은혜로운 식재료 보물창고인 자연환 경을 기반으로 엄마 집의 창고를 음식점으로 개조한다.

하루에 한 팀만 받는 원테이블 레스토랑 컨셉으로 방문 전 손님과의 면담이나 팩스, 메일로 손님이 원하는 메뉴와 손님의 상태나 배경 등을 조사한 후 그날의 메뉴를 정한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특히 주인공이 그에 걸 맞는 적합한 메뉴를 선정하고, 재료 공수부터 준비과정, 마음 태도 등을 볼때는 요리 하나하나에 혼과 마음이 서릴 수 밖에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상실감, 희망, 그리움, 꿈, 의지가 뒤섞인 채로 요리에 모든 정신을 집중하여 음식을 먹을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을 생각하며 만들어내는 부분을 읽을 때는 마치 영화 장면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특별한 마법이 들어간 요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달팽이 식당 요리를 먹은 사람들은 그리워하던 사람이 나타나고, 사랑이 이루어지고,  슬픔에서 한발자국 벗어 날 수 있도록 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마지막 부분 에서 평생 반감어린 마음으로 오해와 증오로 얼룩진 엄마와의 관계도 점차 회복되어 가는데..부디 링고가 씩씩 하게 다시 달팽이 식당을 열어 따뜻한 요리로 손님을 하루빨리 맞이하길 응원한다. 지금의 내가 달팽이식당에 방문하게 된다면 과연 어떤 요리를 음미할 수 있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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