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소설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프랑스 작가 ‘아멜리 노통브’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었다. 작가는 프랑스에서 <살인자의 건강법>이란 데뷔작으로 ‘천재의 탄생’이란 찬사까지 받으며 프랑스 문단에 화제를 몰고 다니는 꽤 유명한 사람이었다.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전 작가 작품에 대해서 탐색했을 때 눈에 띄었던 건, 그녀가 소설에서 즐겨 쓰는 방식이 ‘적’과 ‘희생자’이 둘의 대립 구조라는 것이다. 책 표지에 나와 있는 두 소녀를 중심으로 어떻게 ‘적’과 ‘희생자’를 배치했고, 이야기를 펼쳐 나갔을지 의문이었다. 장편소설의 경우는 책 자체가 호흡이 길기 때문에 작가의 글 쓰는 방식이나 내용이 흥미롭지 않으면 한 호흡으로 집중하며 읽어내기가 꽤 어렵다. 그래서 처음 접하는 작가의 경우는 작가에 대해서 어느 정도 파악을 하고 심호흡 한번 하고 들어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렇게 소설 속으로 진입하려 했지만 벽에 가로막혀 겉만 맴돌다가 읽는 호흡이 무너지는 경우가 있고..완전히 흠뻑 소설 속으로 진입하여 스토리에 갇혀 몰입될 때가 있다. 이 소설의 경우는 후자이다. 한 줄 한 줄 작가의 필력이 방어태세를 갖추고 있던 나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소설 속에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법을 아는 크리스타라는 매력적인 소녀와 늘 타인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리며 자신이 존재감이 없다고 믿는 블랑슈라는 두 소녀가 등장한다. 다소 의기소침하고 소심한 블랑슈의 삶에 불현 듯 나타난 크리스타는 말과 행동 모두 거침이 없다. 호감형 외모에 워낙 임기응변이 뛰어나서 학교에서나, 잠시 묵게 되는 블랑슈네 집 부모님에게서나 인기가 좋다. 그런데 점차 블랑슈만의 공간인 방을 침범해나가고, 부모에게서 비교당하고, 자기와 함께 있을 때만 괴팍해져 감을 블랑슈 본인이 느껴가면서 마음속으로 크리스타를 배척해나간다. 크리스타의 이름을 자기 내면과의 대화에서 (종말 직전에 나타나 흑세무민한다는 사이비 그리스도 이름) ‘앙테크리스타’로 명명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내용은 이처럼 블량슈의 관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책을 읽는 내내 뭔가 ‘냉정과 열정사이’ 여자편/남자편처럼 번외로 크리스타 관점의 권도 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오로지 블랑슈의 관점 이다보니 블랑슈 자기 자신을 박해받는 피해자..희생자로 독자가 느끼게끔 이끌어 가는데, 크리스타의 관점이었어도 블랑슈가 희생자처럼 비춰졌을 지가 궁금하다. 왜냐하면 스토리 중간 중간 블랑슈가 자기 내면과 끊임없이 대화를 하며 내면의 선 악 구조 속에서 혼란스러워 하는 장면이 연출되기 때문이다. 가령 크리스타가 자기를 희생양으로 점찍어 첨부터 이용하려고 다가왔다고 생각하며 물리쳐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것. 또는 그와 반대로 크리스타는 악의 없이 솔직한 것 뿐이고 블랑슈를 파티에 함께 데려가 주는 것으로 블랑슈가 세상 사는 법을 알 수 있게 해준다는 것..그저 경계를 풀고 마음을 트고 받아들이면 모둔 것이 순조롭게 될 것이라는 내면의 소리가 블랑슈위 혼란함을 가중시킨다.마지막 부분에 다다라서는 블랑슈도 일정부분 인정하는 것, 크리스타를 향한 증오심은 고귀한 사랑의 감정과 그다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고 맘속으로 혼자 시인한다. 크리스타를 친구로서..한 인간으로서 인정하고 사랑할 방법을 알 것 같으면서도 그렇게 되는 것을 본인이 막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어쩌면 질투심이었을까? 아니면 본인이 스스로 위축된 상태에서 멸시당한다고 느껴지는 오해에서 비롯되는 메마른 마음이었을까?그러나 이것 하나 만큼은 블랑슈가 분명하게 내면에게 말한다. 크리스타처럼 사랑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누군가로부터 절대적 사랑을 위한 행복한 체념의 광채를 볼 수만 있었으면 좋겠다고..울부짖는다. 이 구절에 닿았을 때는 블랑슈라는 인물이 많이 안타까웠다. 일정부분 어떤 늬앙스로 말하는지..외로움이 얼마나 클지 이해가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바람이 빠져 쪼그라든 풍선처럼 안쓰러웠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채워줘야 할지 감이 안 올 정도로 혼자만의 시간이 길었고..블랑슈의 내면을 들여다 봐주었던 이는 없었고..누군가에게 다가갈 용기는 없지만 미치도록 사랑을 갈구하는 메마른 감정..힘내라고 말 할 수도..그렇게 그냥 있으라고 말 할 수도 없을 것 같은 사람..옆에 있다면 그저 말 없이 토닥토닥 블랑슈의 어깨를 두드리며 블량슈가 좋아하는 독서를 함께 하며 소통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몇 번의 소통속에서 블랑슈가 세상밖으로 조금씩 나올 수 있는 희망을 알아차리고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고..작가가 소설속에서 ‘적’과 ‘희생자’를 크리스타와 블랑슈를 놓고 그렸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다 읽고 났을 땐 블랑슈라는 한 소녀의 내면 속 ‘적’과 ‘희생자’를 그린 것이 아니었을까? 란 혼자만의 추측을 조용히 해본다.아멜리노통브란 프랑스 작가의 필력이 꽤 맘에 들어 작가의 첫 데뷔작 <적외 화장법>과 하반기에 개정판으로 재출간될 예정인 <적의 화장법>도 관심 갖고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