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검열이 있겠습니다 - 먹칠과 가위질 100년의 사회사
한만수 지음 / 개마고원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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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일제시대도, 군부독재시대도 아닌데 왜 지금 이 순간에 검열이라는 권력의 통제를 면밀히 들여다봐야 하는지를 각성케해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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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벌루션 No.3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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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우리에게는 그리 친숙하지 않은 '자이니치(在日)'라는 말이 있다.

흔히 일본에서 재일본조선인을 가리티는 말인데, 이 자이니치라는 말에는 단순히

지리적 귀속이라는 범주를 넘어 식민지 시기부터 이어져온 차별의 의미가 담겨있다.

일본 제국주의는 태평양전쟁 시기, 대동아공영이라는 아시아/서양의 대립 구도를 통해

자신들의 제국적인 야욕을 확장하고, 그 안에 아시아 제민족을 포함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피식민지에서도 그에 공명하는 다양한 논리가 만들어졌지만, 중요한 건 일본의 패망과 함께

갑작스레 찾아온 해방, 그리고 그때 일본에서 돌아오지 못한 조선인들이다. 서경식 선생의 말을 빌리자면

이들 후손들, 즉 '재일'들은 바로 식민지, 분단의 직, 간접적인 희생자들이다.

해방 후의 민감한 국제정세 속에서 이들은 조국인 '조선'에서도, 식민지 가해자인 '일본'에서도 버림받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분단된 상황에서 이들이 지금까지 받은 숱한 질곡과 고난이

남한, 북한이라는 국민국가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용되어 왔다는 점이다.

특히, 문학의 측면에서만 살펴봤을때, 1, 2세대 재일작가라 일컬어지는 김석범, 이회성 등으로부터

최근의 신인작가들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문학을 어디에 귀속시켜야 할 것인가가

논쟁거리로 등장한 적이 있다. 레볼루션3를 쓴 가네시로 가즈키는 바로 이들 신인작가 중

대표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문학은 한국문학사이라든지, 일본문학사이라든지

북한문학사에 편입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어떤 너러이건 이들의 문학을 자국의 문학사 속으로

편입시키려 하는 순간,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온 이들 삶의 존재방식 자체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고향을 잃고 방랑하는 유태인을 가리키는 '디아스포라'라는 말은 현재에는 여러 의미로

다양화됐다. 넓게 생각한다면 국민이나 국가와 같은 경계를 뛰어넘어 코스모폴리탄적인 사유와

생활을 하는 의미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재일조선인들 또한 국적, 언어, 문화 등등에서

현재의 경계짓기 시스템 안에서는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모순된 존재들로 남아있다.

하지만, 이들은 그러한 경계짓기를 거부하고, 때로는 자신들의 디아스포라적인 정체성을

위해 희생하기도 한다. 경계를 넘어, 진정한 자유 안에서 느낄 수 있는 희열감.

이 소설은 그런 희열감을 적실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특히, 등장인물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재일조선인, 오키나와인, 일본인 등등.

알다시피 오키나와는 현재 일본의 영토 안에 있지만, 엄연히 조선과 같은 식민지였다.

여기 모인 인물들은 그야말로 인종적, 혹은 민족적으로 다양하다. 그들은 기성체제에

도전하고, 사회적 편견과 관습을 깨부수려 한다. 이런 것들이 바로 '경계짓기'의 다른 말이기 때문이다.

소설의 전반적인 내용, 혹은 문체가 가볍고, 산뜩하며 경쾌해 보이지만 이 안에는 재일이라는

군상들의 역사성과, 각 개인의 정체성에 대해 심각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에도 영화로 만들어져 잘 알려진 [Go], [fly daddy fly]와 같은 작품들,

그리고 [연애시대] [스피드]와 같은 가네시로의 다른 작품들은 이들 유쾌한 다민족, 다인종

혼합체들의 유머러스한 종횡무진, 그러면서도 인간적인 면면들을 소재로 한 연작소설처럼 보인다.

물론, 초창기 [Go]는 성격이 좀 다르지만.

이들은 때로는 다소 엉뚱하게, 때로는 장난처럼, 때로는 너무 감상적이다 싶게 무언가를 계속 말하려 한다.

듣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도, 또 아무리 말해도 이 사회가 변하지 않을 것 같아도...

그들은 말하기를 멈추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아니, 그러기를 은연중에 바라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조금은 무모해 보일지라도, 조금은 세련미가 없어도, 조금은 유치해도, 조금은 과격해도

이 두드림 속에서 발견하는 나 자신은 이미 예전의 내가 아니다.

인종, 국민, 국가, 민족.....

그 모든 것들을 뛰어넘어,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는 나,

경계를 뛰어넘어 디아스포라적 사유를 할 수 있는 나,

진정한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나,

두드리는 자에겐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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