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삼거리 양복점 ㅣ 웅진 우리그림책 50
안재선 지음 / 웅진주니어 / 2019년 4월
평점 :
삼거리 양복점(글.그림 안재선/웅진주니어)

저고리에 도포 자락 휘날리던 시절 시내 삼거리에 양복점이 문을 열었어요.
1916년 양복점 주인 덕구 씨
일제강점기 시대 서양문물이 들어오며 거무죽죽하니 희한하게 생긴 옷이 들어온다.
당시 한복을 입던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낯설고 이상한 차림이었다.

그 시대의 삼거리 모습를 통해 하얀색 도포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 속에서 서양식 옷을 입은 사람의 모습을 힐끔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양복점에선 손님에게 어울리는 옷감을 고르고 꼼꼼하게 온몸의 치수를 잰 후 능숙하게 양복을 본 뜨고 정확하게
옷감을 자른다. 그런 후 듬성듬성 바느질을 한 뒤 손님 몸에 맞을 때까지 고치고 또 고친다. 신속하게 재봉질을 하고
한 땀, 한 땀 손바느질을 하는데 무엇 하나 허투루 하는 법이 없다. 마지막으로 양복지에 어울리는 단추와 삼거리
표식을 달고 숯다리미로 주름을 쫙 펴면 양복 한 벌이 완성된다.
이러한 과정에 탄생한 옷을 입은 사람들의 만족도도 높았고 덕구 씨는 자신의 일에 무한 만족을 느끼며 살아간다.
양복을 입은 사람들은 서로가 멋쟁이라고 뽑내며 패션의 시작을 알린다.
그러던 어느 날 큰 난리가 온나라를 휩쓸고 갔지만 덕구 씨는 폐허가 된 삼거리로 돌아와 꿋꿋하게 양복점을 다시 연다.
1959년 두 번째 양복점의 주인은 덕구 씨의 셋째 아들 삼돌 씨는 덕구 씨에게 혹독하게 훈련을 받으며 양복을 만든다.
43년의 세월의 흐름에 양복을 만드는 도구의 변하는 조금씩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재봉틀의 반자동화 시스템 과거 손을 이용하여 바느질 했던 것을 발로 속도를 조절하여 바느질을 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양복 스타일의 변화도 함께 볼 수 있다.
과거와는 달리 조금 더 자신의 체형에 맞추어 재단과 바느질이 이루어지고 옷감의 색깔도 화려해지는 것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시장의 형태도 조금씩 변화하며 현대화를 이루어나가며,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동종 업종의 양복점들이 생겨난다.
그러므로써 사람들 역시 기쁘고 슬픈 일을 기념할 때나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양복을 갖춰입게 되면서 양복이 일반화가
되어간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며 양복점의 단골손님들은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되어가고 삼거리 주변도 하루가 다르게 변화가 생긴다.

이러한 변화속에서 사람들은 공장에서 똑같이 만들어 빠르고 편하게 살 수 있는 기성 양복을 입기 시작한다.
찍어 낸 듯 비슷비슷한 양복들이 삼거리 앞을 가득 메우지만 삼돌 씨는 과업을 계속 이어나간다.
삼거리 양복점 세 번째 주인은 삼돌 씨의 둘째 아들, 두식 씨이다.
세월의 흔적만큼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쓰던 도구들은 많이 낡았고, 두식 씨 또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지만
아무리 빠르고 편리하다 해도 정성을 쏟지 않고 똑같은 옷을 만드는 기계처럼 양복을 짓고 싶지 않았다.
장인정신이란 바로 이런것이구나라는 것을 강렬하게 느끼는 부분이기도 했다.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단 한 벌의 양복을 만드는 삼거리 양복점
모자람 없이 올곧게 이어 주는 자와 지나침 없이 끊어 내는 가위, 보잘것없는 조각들을 이어 주는 실과 바늘,
구김살 없이 시원하게 죽 펴 주는 다리미, 양복 한 벌에는 만드는 사람과 입는 사람의 인생이 모두 담겨 있다.
삼대에 걸쳐 이어져가는 전통을 통해 시대 흐름의 변화를 본다.
<삼거리 양복점>은 유아에서 성인까지 두루 볼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아이와 함께 본다며 도구의 변화에 대해 찾아보며
이야기 나눠도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또한 한 사람의 누군가를 위해 정성을 들이는 한 땀의 소중함도 더불어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