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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름날 ㅣ 우리 그림책 25
고혜진 지음 / 국민서관 / 2018년 8월
평점 :
어느 여름날(고혜진/ 국민서관)

평화롭고 아름다운 바닷속의 생물들이 모여 있다.
서로가 헤치려하지 않고 그냥 그 공간을 즐기는 듯 보이는 그곳에 북극곰 한 마리가 헤엄쳐 온다.
표지를 넘기면 북극곰의 멋지고 다양한 포즈가 연출된다.
그림 속에서 보여주는 북극곰의 자태의 유연함을 보며 잠시 부럽다는 생각도 했다.
배경은 분명 북극인데..
어느 더운 여름날
우리 가족은 더위에 지쳐 꼼짝 않고 누어 있어요..
이 먹먹한 한줄의 암시
북극곰은 이럴 때 시원한 물속에서 노는 게 최고라며 물속으로 뛰어든다.

뛰어든 북극곰은 키키와 인사도 나누고 다양한 동작을 보여준다.
그런 모습을 보는 다른 북극곰들도 자신도 한번 해볼까? 생각하며 한 마리씩 물속으로 뛰어들어
한 마리에서 두 마리, 세 마리가 합쳐서 조금 더 멋진 동작들을 만들어 낸다.
그곳은 따라야 할 규칙이 있고, 그곳의 생태계는 누구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물속을 헤엄치는 물고기의 한 마디
" 저쪽 물이 더 시원하대"
그곳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공간이고, 그 안의 생태계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타의적으로 그곳에서 생활을 한다.
편안한 그림과 색채가 주는 책을 읽다가 먹먹한 순간을 맞딱뜨렸다.

수조 안과 밖의 만남
이 장면을 보는 순간 앞 장의 그림들에서 이해가 가지 않았던 물고기의 움직임 등이 이해가 갔다.
좁은 수조안에서 바깥에 즐거움을 주기 위해 그들은 그곳에서 움직여야 했다. 그 움직임은 제한이 있었던 것이다.
또한 북극곰의 다양한 동작은 고된 훈련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었다.
내 눈으로 보는 즐거움을 만끽하면 만족했고, 아이를 키우며 그런곳엘 데리고가면 된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속에 갇혀 있는 동물들의 마음을 헤아려보고, 그 입장이 되어보지 못했던 것이다.

엄마와 관람왔던 아이가 얘기한다.
"엄마, 북극곰은 북극에 살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왜 여기 살아요?"
아이가 던진 질문을 우리 자신에게 한번 던져보면 어떨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