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니하오췐 > <기형도 시를 읽는 밤> 후기^^

 

 

 

 

 

 

 

 

 평소에 이런 이벤트에는 운이 없었는데, 제 댓글의 진정성이 통하였는지 25명의 초대자 중 한명에 선정되었습니다!^^ 

 두근두근..떨리는 마음으로 이 날을 기다렸지요. 

 

그날은 추적추적..비가 내렸어요 

이리카페를 찾아가는 길에서부터 마치 오늘밤을 위한 분위기 조성처럼..느껴졌어요 

카페는 지하에 있었고, 생각했던 것처럼 정말 운치있는 곳이었습니다.  

카페 안은 자그마한 무대와 관객을 위한 의자로 꽉 들어차서 어수선한 느낌이었지만 

포근하고 아늑했고.. 나무로 된 마룻바닥을 밟는 느낌이 따스한 곳이었어요 

바에 가서.. 일행은 러시안블랙, 저는 골드메달리스트를 주문해서 의자에 앉아 홀짝홀짝 마시면서 

행사가 시작하기를 기다렸는데, 음료도 정말 맛있더라구요^^  

무대는 빔 프로젝터 한 대와 아담한 스크린, 그리고 양초가 빛을 내고 있었고, 

프로젝터에서 내는 푸르스름한 빛에 모습을 드러낸 수많은 먼지들이 별처럼 아름다웠어요

 

드디어 사회자 성기완 씨의 인사로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어색한 듯, 서투른 듯, 쑥쓰러워 하는 모습이 오히려 기형도 시인을 위한 이 밤에 진솔한 분위기를 더했습니다. 

 

첫번째 낭독자는 한강 씨와 김중혁 씨였는데 각각 <기억할 만한 지나침>과 <먼지투성이의 푸른 종이>를 낭독해주셨어요 

제가 이 행사에 꼭! 참여하고 싶었던 이유 중의 하나인 한강 씨...^^   

소설 <몽고반점>을 읽고 정말 팬이 되었었거든요.

소설 속에서 만났을 때와 다르게 실제로 뵈니 정말 미인이셨고..목소리도 예쁘셨어요 >_< 

 

낭독자의 코멘트! 

김중혁 : 대학교 때 시를 쓰고자 했는데 기형도 시인의 작품을 읽고 열패감을 느껴 소설에 전념하고자 했다. 

           최근 내 작품을 쓰고 나서 오랜만에 기형도 시집을 펼쳐 들었는데, <먼지 투성이의 푸른 종이>는  

           내 작품세계와 정말 맞닿아있었다. 아마 젊은 시절에 읽었던 시에 내 작품세계가 영향을 받은 것 같아서 

           더 의미가 있다. 

 한 강 : <기억할 만한 지나침>은 굉장히 담담하고 앙상한 시이다. 그러나 담겨 있는 것은 담담하지 않고 

           격렬한 그 무언가가 있다. 

           대학교 1학년 때는 시를 읽을 때 밑줄을 쳐가며 읽었는데 유일하게 밑줄을 치지 않은 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가 바로 이것이다. 

 

다음 순서는 함성호 씨, 진은영 씨, 최하연 씨가 각각 헌정 시 <검은 잎의 입>,<갇힌 사람>,<포도밭>을 낭독! 

기억에 남았던 것은 최하연 씨 헌정시의 발칙함과.. 진은영 씨의 "기형도 시집을 읽는 것은 윤리적인 절박함에  

압사당하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라는 코멘트였습니다. 

 

그리고 이어졌던 음악 감상 순서... 

비오는 날 지하 카페에서 심수봉 씨와 조한우 씨의 노래를 감상하는 그 운치란..! 정말 좋았어요. 

특히 조한우 씨는 <열무 삼십단>을 정말 가슴 먹먹하게 불러주셔서..눈물이 날 뻔했답니다. 

 

다음으로.. 성석제 씨, 이문재 씨, 황인숙 씨가 각각 <어느 푸른 저녁>과 <입속의 검은 잎>, <그 집 앞>을  

낭독해 주셨는데, 낭독자와의 대화 시간에 세 분이 정말 너무 재치있는 말씀을 나누셔서..  

객석이 따뜻한 웃음으로 가득 찼었죠. 

역시 성섹제 씨의 코멘트를..기억나는 대로 한번 남겨보겠습니다. 

 

성석제 : 유인물의 글자가 작아 시가 안보여..노인을 배려하지 않는다. 아마 기형도도 이 자리에 있었다면 

            나와 같은 말을 했을 것. 

            기형도의 1주기, 2주기.. 5주기 까지는 비통함과 슬픔이 가득했고 마치 내 청년을 장사지낸 듯 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 조금씩 흐려지는 것이, 그 친구가 나의 불성실했던 것과 짗궃게 놀렸던 것을 

            마침내 용서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카페 주인이 기형도 '제사'를 지내는 느낌으로 이 낭독회를 준비하였다고 했는데, 

            제사란 것은 죽은 사람을 위해 산 사람이 기리되, 지나치게 슬픔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기형도와의 즐거웠던 것을 기억하는 자리가 되어도 아마 그는 용서할 것이다. 

 

그 외에도.. 이문재 씨가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로 노안에 대해 이야기 하자.. 황인숙 씨가 마이크를 이어 받아 

아주 짤막하게... 자신의 나잇살에 대해 이야기 하셨고, 이문재 씨가 자기도 보이지 않는 곳에 나잇살이 있다.. 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성석제 씨가 "나는 보이는 곳에 나잇살이 있고..보이지 않는 곳엔 노안이 있다" 라고 말해..다들 웃었어요. 

세 분이서 나누셨던 저 대화가.. 저는 정말 따스하고 여유롭게 느껴졌어요. 늙어간다는 것..저렇게 포근하고, 

여유가 생기는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죠. (기형도 씨의 <늙은 사람>을 읽을 땐 노추에 대한 

내 무의식 중의 혐오와 불안.. 같은 것을 들켜 버린 듯한 느낌인데..마치 그런 제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듯했어요) 

 

그리고 백현진 씨의 무반주 퍼포먼스(조금..난해했지만 음습하고 황량한 느낌을 잘 표현하셨다고 생각합니다)와 

사회자 성기완(feat.한유주,김남윤)씨의 라이브 공연 <가수는 입을 다무네>로 그 밤은..아쉽게도 마무리가 되었어요. 

마지막 라이브에선..저도 모르게 흥겹게 몸을 앞뒤로 흔들며..^^ 리듬을 탔습니다 

 

정말 고즈넉했고, 따스했고, 아름다웠던 밤이었어요. 

순수했던 한명의 청년, 한명의 시인이 '기억됨'을 통해 아직도 삶을 누리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정말 뿌듯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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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니하오췐 > <기형도 시를 읽는 밤> 후기^^

 

 

 

 

 

 

 

 

 평소에 이런 이벤트에는 운이 없었는데, 제 댓글의 진정성이 통하였는지 25명의 초대자 중 한명에 선정되었습니다!^^ 

 두근두근..떨리는 마음으로 이 날을 기다렸지요. 

 

그날은 추적추적..비가 내렸어요 

이리카페를 찾아가는 길에서부터 마치 오늘밤을 위한 분위기 조성처럼..느껴졌어요 

카페는 지하에 있었고, 생각했던 것처럼 정말 운치있는 곳이었습니다.  

카페 안은 자그마한 무대와 관객을 위한 의자로 꽉 들어차서 어수선한 느낌이었지만 

포근하고 아늑했고.. 나무로 된 마룻바닥을 밟는 느낌이 따스한 곳이었어요 

바에 가서.. 일행은 러시안블랙, 저는 골드메달리스트를 주문해서 의자에 앉아 홀짝홀짝 마시면서 

행사가 시작하기를 기다렸는데, 음료도 정말 맛있더라구요^^  

무대는 빔 프로젝터 한 대와 아담한 스크린, 그리고 양초가 빛을 내고 있었고, 

프로젝터에서 내는 푸르스름한 빛에 모습을 드러낸 수많은 먼지들이 별처럼 아름다웠어요

 

드디어 사회자 성기완 씨의 인사로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어색한 듯, 서투른 듯, 쑥쓰러워 하는 모습이 오히려 기형도 시인을 위한 이 밤에 진솔한 분위기를 더했습니다. 

 

첫번째 낭독자는 한강 씨와 김중혁 씨였는데 각각 <기억할 만한 지나침>과 <먼지투성이의 푸른 종이>를 낭독해주셨어요 

제가 이 행사에 꼭! 참여하고 싶었던 이유 중의 하나인 한강 씨...^^   

소설 <몽고반점>을 읽고 정말 팬이 되었었거든요.

소설 속에서 만났을 때와 다르게 실제로 뵈니 정말 미인이셨고..목소리도 예쁘셨어요 >_< 

 

낭독자의 코멘트! 

김중혁 : 대학교 때 시를 쓰고자 했는데 기형도 시인의 작품을 읽고 열패감을 느껴 소설에 전념하고자 했다. 

           최근 내 작품을 쓰고 나서 오랜만에 기형도 시집을 펼쳐 들었는데, <먼지 투성이의 푸른 종이>는  

           내 작품세계와 정말 맞닿아있었다. 아마 젊은 시절에 읽었던 시에 내 작품세계가 영향을 받은 것 같아서 

           더 의미가 있다. 

 한 강 : <기억할 만한 지나침>은 굉장히 담담하고 앙상한 시이다. 그러나 담겨 있는 것은 담담하지 않고 

           격렬한 그 무언가가 있다. 

           대학교 1학년 때는 시를 읽을 때 밑줄을 쳐가며 읽었는데 유일하게 밑줄을 치지 않은 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가 바로 이것이다. 

 

다음 순서는 함성호 씨, 진은영 씨, 최하연 씨가 각각 헌정 시 <검은 잎의 입>,<갇힌 사람>,<포도밭>을 낭독! 

기억에 남았던 것은 최하연 씨 헌정시의 발칙함과.. 진은영 씨의 "기형도 시집을 읽는 것은 윤리적인 절박함에  

압사당하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라는 코멘트였습니다. 

 

그리고 이어졌던 음악 감상 순서... 

비오는 날 지하 카페에서 심수봉 씨와 조한우 씨의 노래를 감상하는 그 운치란..! 정말 좋았어요. 

특히 조한우 씨는 <열무 삼십단>을 정말 가슴 먹먹하게 불러주셔서..눈물이 날 뻔했답니다. 

 

다음으로.. 성석제 씨, 이문재 씨, 황인숙 씨가 각각 <어느 푸른 저녁>과 <입속의 검은 잎>, <그 집 앞>을  

낭독해 주셨는데, 낭독자와의 대화 시간에 세 분이 정말 너무 재치있는 말씀을 나누셔서..  

객석이 따뜻한 웃음으로 가득 찼었죠. 

역시 성섹제 씨의 코멘트를..기억나는 대로 한번 남겨보겠습니다. 

 

성석제 : 유인물의 글자가 작아 시가 안보여..노인을 배려하지 않는다. 아마 기형도도 이 자리에 있었다면 

            나와 같은 말을 해씅ㄹ 것. 

            기형도의 1주기, 2주기.. 5주기 까지는 비통함과 슬픔이 가득했고 마치 내 청년을 장사지낸 듯 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 조금씩 흐려지는 것이, 그 친구가 나의 불성실했던 것과 짗궃게 놀렸던 것을 

            마침내 용서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카페 주인이 기형도 '제사'를 지내는 느낌으로 이 낭독회를 준비하였다고 했는데, 

            제사란 것은 죽은 사람을 위해 산 사람이 기리되, 지나치게 슬픔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기형도와의 즐거웠던 것을 기억하는 자리가 되어도 아마 그는 용서할 것이다. 

 

그 외에도.. 이문재 씨가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로 노안에 대해 이야기 하자.. 황인숙 씨가 마이크를 이어 받아 

아주 짤막하게... 자신의 나잇살에 대해 이야기 하셨고, 이문재 씨가 자기도 보이지 않는 곳에 나잇살이 있다.. 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성석제 씨가 "나는 보이는 곳에 나잇살이 있고..보이지 않는 곳엔 노안이 있다" 라고 말해..다들 웃었어요. 

세 분이서 나누셨던 저 대화가.. 저는 정말 따스하고 여유롭게 느껴졌어요. 늙어간다는 것..저렇게 포근하고, 

여유가 생기는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죠. (기형도 씨의 <늙은 사람>을 읽을 땐 노추에 대한 

내 무의식 중의 혐오와 불안.. 같은 것을 들켜 버린 듯한 느낌인데..마치 그런 제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듯했어요) 

 

그리고 백현진 씨의 무반주 퍼포먼스(조금..난해했지만 음습하고 황량한 느낌을 잘 표현하셨다고 생각합니다)와 

사회자 성기완(feat.한유주,김남윤)씨의 라이브 공연 <가수는 입을 다무네>로 그 밤은..아쉽게도 마무리가 되었어요. 

마지막 라이브에선..저도 모르게 흥겹게 몸을 앞뒤로 흔들며..^^ 리듬을 탔습니다 

 

정말 고즈넉했고, 따스했고, 아름다웠던 밤이었어요. 

순수했던 한명의 청년, 한명의 시인이 '기억됨'을 통해 아직도 삶을 누리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정말 뿌듯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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