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넛지 영어 - 놀면서 말문이 트이는
남미희 지음 / 엑스북스(xbooks) / 2020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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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영어동화책을 꺼내들면 아이가 고개를 돌리기 시작한 것은 30개월 무렵이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시기는

첫째, 내가 복직을 하면서 영어공부에 손을 놓은 시기.
둘째, 내가 복직을 하면서 아이 영어노출은 뽀로로 영어버전 틀어주는 게 전부였던 시기.
셋째, 아이의 한국어가 폭발적으로 유창해진 시기.
넷째, 아이의 자기주장과 의사표현이 강해진 시기. 와 맞물린다.



아기 때는 동화책이고 영어CD고 들려주는 대로 듣더니, 이제 안 된다.
영어 하나 만큼은 쉽게 익히게 해주리. 영어에 시간 뺏기고 스트레스 받는 일은 최대한 줄여주리. 다짐하고 시작한 엄마표 영어는 나의 복직과 아이의 모국어 발달, 자의식 발달에 무너지고 말았다.

하지만 뽀로로가 있잖아! 유일하게 거부하지 않는 텔레비전!
어릴 때는 무조건 많이 들려만 줘도 좋다는 얘기에 퇴근 후 아이에게 영어 버전의 영상들을 틀어주었다. 우리 집 텔레비전에서 영어만 나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36개월이 지나면서 아이는 영상 아래 쓰여진 제목을 보며 한글과 알파벳을 구분하기 시작했다. 이제 손가락으로 한글로 된 영상의 제목을 가리키며 "이거 틀어줘." 알파벳으로 된 영상의 제목을 가리키며 "이거 아니야." 한다. (좌절)


영어 영상마저도 거부하면 이제 영어노출의 기회는 두 가지 뿐이다.
하나는 '방문 영어선생님을 부르는 것' 다른 하나는 '엄마가 영어로 말하는 것' 뿐이다.
첫 번째는 돈이면 된다. 두 번째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영어를 못하니까.
그래서 나는 우선 두 번째 방법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이유는 나도 영어가 잘하고 싶으니까.

엄마표 영어에 필요한 건 '엄마도 영어가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 같다. 나의 영어실력은 상관없이 '아이만 영어 잘하면 된다.'는 마음이면 엄마표 영어가 성공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우리 아이, 넛지 영어


이 책에 나오는 엄마표 영어방식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옆구리를 살짝 찔러 간질이듯 영어그림책의 재미를 찔러넣는 영어놀이법>이다.
이번 주는 How do you feel? 로 아이의 옆구리를 간질간질.
다음 주는 The very busy spider 로 아이의 옆구리를 간질간질.

전직 배우였던 저자는 자신의 학부 전공을 살려 '연극 이미지를 활용한 암기 방법'을 개발했고, 영어그림책 읽어주는 '엄마를 위한 대본' 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 책의 절반 가까이가 그 대본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실 아이가 영어그림책을 거부한 요인 중 하나는, 내가 영어그림책을 재미있게 읽어주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한국어 그림책을 읽어줄 때는 재잘거리며 그림책 속 캐릭터의 표정도 따라하고 숨어있는 벌레나 달님, 별님도 찾고, "이것 좀 봐! 우와! 나무에 구멍이 있어! 이 속에 뭐가 있나 봐야지~"하며 혼자 나무 구멍 들여다보는 흉내도 내며 아이의 호기심을 마구마구 자극하며 읽어주는 반면에, 영어 그림책은 그렇게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좌절) 그저 더듬대는 발음으로 평이하게 본문만 읽으니 아이가 영어 그림책을 꺼내면 고개를 돌릴 수 밖에. 책꽂이에서 지난 번에 재미있게 읽었던 한국어 그림책을 들고 올 수 밖에.

그런데 영어그림책을 읽어주는 엄마들을 위한 대본이 뙇!!!!
이거 한 번 외워서 해볼까.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불끈 치민다.

왜 영어그림책이어야 하는가? 저자는 영어에 대한 애정과 용기, 창의성과 사고력 그리고 그 이상의 것들을 '그림책'이라는 매개를 통해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그림책이 쓰인 나라의 문화, 사고방식까지 체득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그림책을 읽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확장된 활동을 통해 아이와 교감하는 놀이 시간은 아이와 엄마, 둘만의 추억이 되지 않을까.

이렇게 굳게 마음을 먹어도 언제나 장벽은 있다.
아이와 나의 관계가 너무도 자연스럽다는 것. 아이는 언제나 나를 거부할 수 있고 내가 쓰는 영어에 귀를 막을 수도 있고 내가 꺼내는 그림책을 빼앗아 도로 책장에 쑤셔 박을 수도 있다.(숨겨놓지 않으면 다행)
이 책에서는 그러한 엄마와의 자연스러움을 끊고 영어 환경으로 들어가는 마법의 문이 필요하다고 한다. '엄마가 아니라 마미쌤의 모습으로 아이 앞에 서는' 방법.

쉽지는 않다. 그렇지만 해보지도 않고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엄마'의 또다른 이름은 '자식에 관한 불가능은 없다' 쯤 된다는 저자의 말에 두 주먹 꼭! 의지 불끈! 미간 주름 빡! 아 이건 아닌가. 쫙쫙. (주름 펴는 소리)

주름만큼 나이 먹은 마흔의 엄마지만 너에 관한 불가능은 없다. 아이를 본다. 아이가 좋아할 만한 그림책은 무엇이 있을까. 내가 재미있게 읽어줄 만한 그림책은 뭐가 있을까? 우리 아이 넛지 영어에 소개된 그림책을 살핀다. <Today is Monday> 일곱 마리 동물이 먹는 일곱 가지 음식!! 먹는 거 좋아하는 아이에게 딱 이다. 그래. 너로 시작한다. 영어그림책으로 간질간질.

딱 기다려 옆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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