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이 책에서 그리는 세계를 이해하려고 애썼다. 무어라 구체적인 형상을 그려내기 어려운 세계였다. '문장 하나하나를 해석하는 건 지금은 의미가 없겠구나' 깨닫고 소설에서 말하는 세계의 모습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며 책장을 넘겼다. 그러자 희끄무레하고 형체가 잡히지 않는 세계보다 인물의 모습과 행동과 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인물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이야기는 분명 무언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아직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