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밖으로 뻗은 나뭇가지 - 김경수 시집
김경수 지음 / 민음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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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저자 김경수님의 미망인 이혜신입니다. 제가 타이핑 해드리면서 통곡했던 몇 편의 시들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한국요리의 절반이상은 국물 맛에 있다
냉면육수 맛을 비롯해 된장국 사골우거짓국
미역국
곰탕도 국물 맛 설렁탕도 국물 맛 갈비탕도
국물 맛
명태찌개의 그 시원한 국물 맛
(중략)

-국 물 맛
일반 독자들에게는 별로 감동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내인 저에게는 기가 막히는 시였습니다. 마지막 일주일 거의 아무것도 드시지 못한 상태에서 꿈결에 입맛을 다시는 것을 보는 것은 고문이었습니다. 그때 이 시를 주시면서 타이핑 해달라고 하셨는데....... 아마 제가 말하지 않아도 제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리라 생각됩니다.

새야 새야
덫에 걸린 꿈의 새야

네가 펴고 싶었던 꿈
내가 꾸고 있는 꿈 덫에 걸려도
덫에 걸린 날개 접지 않은 새야 새야

- 덫에 걸린 새
'덫에 걸린 새'를 타이핑 할 때는 암이라는 덫에 걸려 허우적거리는 덫에 걸린 새 같은 모습이 되어버린 남편을 생각하면서 몸부림 쳤습니다. 손에 잡히는 덫이라면 손이 찢겨 피가 나더라고 덫을 찢어 새를 구해냈겠지만....

사랑하는 이여
.....................
사랑하는 그대를 기다리며 살려오
천 년이 하루 같은 저기 저곳에서

부디 건강하고 기쁘게 살다가
천천히 오오
비록 삶이 괴롭고 힘들어도
(중략)

- 내가 먼저 죽더라도....
이 시는 혼자 남아있는 저에게 주는 시지만 먼저 갈 수 밖에 없는 모든 분들이 남기고 가야하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 시의 문자들을 믿으며 남편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천상천하에 오직 하나의 사랑이 있을 뿐
애타게 그리운 사람은 죽어도
죽는 것이 아니라네
(중략)

- 사랑이 있을 뿐
하나를 정하면 그 한 길에만 몰두하는 시인의 성격이 잘 나타나는 시입니다. 제가 홀로 살아가는 데 힘과 사랑을 깊이 심어 주는 시이지요.

떠나고 싶지 않아도 떠날 채비 해야지
(중략)
따뜻한 체온으로 그리운 사람
그리며 가야지

-빈손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을 두고, 통일이 되면 고향에 가보고 싶어 했던 평생소원을 뒤로 하고 이제는 떠날 채비해야 하고 있는 시인과 시를 읽고 보았을 때도 통곡했습니다.

사랑은 어른스러움의 자랑과 기쁨입니다

-사랑은 영원합니다
사랑은 영원합니다라는 시를 타이핑 해드릴 그때만 해도 “사랑은 어른스러움의 자랑과 기쁨입니다”라는 말에 깊게 공감하지 못했습니다. 사랑은 오래참고 온유하며 투기하지 아니하며 자랑하지 아니하며....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런 표현들에 비해서........ 남편이 가시는 길의 마지막 모습은 정말 어른스러웠습니다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모든고통을 잘 참아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걱정하고 염려하였고 죽음을 편안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이제야 이 시 구절이 주는 감동에 빠집니다. 남편을 통해서 사랑은 어른스러움의 자랑과 기쁨이라는 것을 깨닫고 알게 되었습니다.

김경수님의 평생 화두는 모국어, 조국, 사랑, 믿음, 진리, 자유, 고향,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였습니다. “온 천하를 주고도 바꿀 수 없는 가시버시의 사랑이여 '남편들에게' ”김경수님과 가시버시의 사랑을 나누었던 것을 하나님이 주신 가장 큰 축복으로 생각하며 오늘도 보고싶음이라는 단어와 씨름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전 개만도 못한 모양이예요/왜.../그런 이야기 있쟎아요. 주인이 죽게 되자 주인 곁에서 함께 굶어 죽은 개 이야기요 /그거야 전설이지.../(시인의 아내방 홈에서 인용www.mafaram.org/wife_frame.htm)그렇습니다. 지금도 먹는 시간이 되면 뭔가를 입에 넣고 있는 저 자신이 때로는 독하고 무섭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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