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죄송합니다 - 왜 태어났는지 죽을 만큼 알고 싶었다
전안나 지음 / 가디언 / 2022년 3월
평점 :
절판


제목만 읽고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태어나서 죄송하다니...'

전안나 작가는 태어나자마자 친부모로부터 버려진다. 고아원에서 살다가 입양이 되지만, 그의 양부모는 그를 입양하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출생신고를 한다.

서류상으로 이 세상에 오랜 시간 존재하지 않았던 그는, 평생 얼마나 불안했을까. 자신의 뿌리를, 시작을 알지 못한다는 두려움이 얼마나 그를 괴롭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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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누구인지 찾고 싶었다. 내가 왜 태어났는지 궁금했다. 내가 태어나서 죄송하지 않은 이유를 찾고 싶었다.

그렇게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아다녔다.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찾기 위해 계속 나를 찾는 공부를 이어 갔다. 그리고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끊임없이 생각했다.

전안나,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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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는 때때로 구원자가 필요하다.

누군가 벼랑 끝에 매달려 있을 때, 포기하지 않도록 독려하는 말이나 조언을 해주는 것도 큰 힘이 될 수 있지만, 실제로 그 사람을 살리고 싶다면 매달린 팔을 잡아 끌어올려 주는 힘이 필요하다.

남편은 내 팔을 당겨서 세상 밖으로 나오도록 끌어올려 주었다.

전안나,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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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를 내서 나의 과거를 하나씩 들여다보는 과정도 필요하지만, 너무 힘들 때 나를 받쳐줄 사람 또한 필요하다. 우리가 성장을 하기 위해 꼭 필요한 '그때' 우리에게는 구원자가 반드시 나타난다.

다만, 언제까지 구원자에게 의지해서는 안 된다. 결국 우리는 각자 삶의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저자 역시, 남편의 무한한 지지와 지원으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시어머니와의 갈등, 출산 후 남편과의 갈등이라는 또 다른 성장의 경험들이 다가왔다. 그때, 작가를 구원한 것은 작가 '자신'이었을 것이다.

작가는 사회 복지사이자 가정 폭력 전문 상담원이고, 심리 검사 전문 강사이며 아동 인권 강사이다. 모두 작가 자신을 위해 선택한 일이다. 자신의 상처를 애도하고 공부를 통해 자신을 더 많이 이해하고 더 많이 알고 싶기 때문이다.

누가 그의 선택에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자신의 삶을 어떤 방법으로든 온전히 책임지려는 그의 용기와 결단, 그리고 부단한 애씀 속에서 나는 그의 상처가 조금씩 치유되고 있으리라고 믿는다.

마음에 상처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좀 더 용기 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한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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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 온도를 찾다 - 정여울이 건네는 월든으로의 초대장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해냄 / 2022년 2월
평점 :
품절


코로나를 심하게 앓았다. 2월이 몽땅 날아가 버렸다고 말해도 좋을 만큼 몸이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고열이 오르면 머리가 폭발하듯 팽창하는 것 같았고, 열이 식으면 온몸에 땀이 흘렀다. 몸과 함께 한 2월이었다.

일주일을 호되게 앓고 나니 코로나가 나에게 이별을 고 하는 듯했다. 자가격리가 해제되고, 예전과 같은 삶이 나에게 주어졌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았다. 코로나가 훑고 지나간 내 몸과 마음은 텅 비어 있었다. 예전과 같지 않은 몸과 마음으로 예전과 똑같이 살 수가 없었다.

자가격리의 마지막 날,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정여울 작가님의 신간 서평단 모집 글을 보았다.

정여울이 건네는 월든으로의 초대장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 「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 온도를 찾다」였다. 나는 이끌리듯 서평단 신청 폼을 입력했다. '정여울 X 월든'의 조합이라면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코로나를 앓고 텅 비어버린 나에게 무언가를 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1. 월든에서 찾은 코로나 적정 처방전 첫 번째 : 거리 두기


태양은 혼자이지 않은가. 달은 혼자이지 않은가.
아름답고 찬란한 것들은 모두 혼자다.

그러니 혼자임을 진심으로 즐기고 사랑할 줄 아는, 눈부신 단독자로 거듭나자.

정여울의 「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 온도를 찾다」 중


정여울 작가는 존재와 거리를 두면서도 존재를 그 자체로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야말로 상생과 공감의 씨앗이라고 말한다.

코로나 시대의 미덕이 '거리 두기'인 것처럼, 이제는 전염병 예방을 위해서가 아니라 각자가 찬란한 단독자의 삶을 위해서 서로에게 거리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 홀로 있어야 우리는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함께 걷는 사람들과 보폭을 맞추지 않는다면,
그는 어쩌면 자신의 내면에서 다른 북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귀에 들리는 바로 그 북소리에 맞춰서 걷도록 하라.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중


모두가 같은 보폭으로 걸어갈 필요는 없다. 각자 자신의 내면에서 울리는 북소리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면 그만이다.

다른 나무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나의 봄을 타인들의 여름으로 바꿔야 할 이유는 없다고 정여울 작가는 말한다.

타인과 충분한 거리를 두고, 나만의 속도와 방향으로 계속 걸어가는 것. 코로나를 앓고 텅 빈 몸과 마음에 나만의 월든을 찾으려던 나에게 내려진 첫 번째 처방전이었다.


2. 월든에서 찾은 코로나 적정 처방전 두 번째 : Simplify, simplify

​농사지어 요리하여 먹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그렇게 아낀 시간을 자연 속의 산책과 독서와 글쓰기에 쏟아붓는 것.

밥법이를 위한 노동과 의식주를 위해 소비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자신의 꿈과 자연과의 교감을 향해 온전히 매진하는 삶.
그것이 소로가 꿈꾸고 실천한 심플 라이프의 최종적 형태였다.

정여울의 「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 온도를 찾다」 중


물질적인 간소함은 물론 정신적인 간결함까지도 강조했던 소로의 삶을 정여울 작가는 너무도 부러워한다. 홀로 떠난 여행지에서 마음껏 자고, 책을 읽고, 걷고, 글을 쓰며 커다란 행복을 느꼈다는 그를 보며 나는 이미 그렇게 살고 있었다는 것이 새삼 더 감사했다.

코로나로 몸이 많이 아프면서 모든 일상이 멈췄다. 최소한으로 먹고, 충분히 자고, 몸을 회복하기 위해 나에게 완전히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면서 내 몸 어딘가에서 '다 괜찮아’라는 울림이 들려왔다.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

'이렇게 멈춰도 괜찮아,'

'이렇게 그저 받기만 해도 괜찮아.'

삶의 풍요를 이미 모두 누리고 있었다는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책에서는 숲속의 나무들이 끝없이 위로만 자랄 것 같지만, 사실은 도중에 문득 성장을 멈추는 시기가 있다고 말한다. 가지와 가지 사이에 간격을 남겨둬야 그 사이로 햇빛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가지들은 무한히 뻗어나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성장을 멈춰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성장'조차도 간소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기 위해 코로나라는 '경험'이 나에게 왔는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간소하게, 더 간결하게. 이것이 나만의 월든을 찾으려는 나에게 내려진 두 번째 처방이었다.



​3. 월든에서 찾은 코로나 적정 처방전 세 번째 : 고독, 그리고 성찰

고독은 존재의 본질적인 조건이기에 감정보다는 성찰을 자극한다.

소로는 자신의 꿈을 스스로 정하고 그 꿈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데는 타인의 조언이 아니라 오직 자기 자신과의 대면만이 필요함을 알았다.

그것이 바로 소로 식의 명랑한 고독, 창조적 고독이었던 것이다.

정여울의 「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 온도를 찾다」 중


타인과 거리를 두고, 최대한 간소한 삶을 추구하는 것은 고독한 삶이다.

외로움과는 달리 고독은 끊임없는 자기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자기 자신과의 대면을 제대로 한 사람이라면 더 이상 외로움으로 괴로워할 일이 없다. 바로 곁에 사람이 없어도 우리가 이미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 성찰을 위해서는 비어있는 공간과 시간이 필요하다. 소로에게는 월든 호수의 오두막이 바로 그런 공간이었을 것이다.

창조적인 발상 뒤에는 언제나 집중적인 사색의 시간이 있다. 우리 모두가 자신만의 월든을 찾아야 하는 이유 역시 삶의 정수를 살아내게 위해 언제나 깨어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외로움을 극복하고, 고독함을 즐겁게 맞이하자. 그게 바로 이 책에서 내가 찾은 마지막 적정 처방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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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훨씬 천천히 책을 음미하며 읽었다. 월든 호수의 사진들이 그 시간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다.

책을 덮으며, 나만의 월든은 어쩌면 내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방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위한 새하얀 책상과 의자 하나, 그리고 글을 쓸 수 있는 노트북.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따뜻한 햇살과 바람 한 줄기, 그리고 처마 밑으로 바쁘게 오고가며 지저귀는 참새들까지.

이것으로 이미 충분하다는 나의 생각에 아마 소로도 여울 작가님도 동의할 것이라 믿는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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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든 - #사직서 #프리다이빙 #여행 #요가 #명상 #치유 #내맡김
김선영 지음 / 정신세계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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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맡김의 삶을 살아가는 그녀가 참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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