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인문학.

일상의 인문학 - 넓게 읽고 깊이 생각하기
장석주 지음 / 민음사 / 2012년 9월

*  2012년 독서의 목표는 편식하지 않기-였다.

늘 소설이나 에세이, 가끔 자기계발서류의 서적을 읽는정도의 나에게 두루 여러 분야의 기본적인 지식을 안겨주는 정도라 할지라도 다른 분야쪽으로 시선을 돌려보고 싶은것도 있었고, 너무 한쪽으로만 치우치는게 아닌가 싶은 우물안 개구리가 될것만 같은 작은 불안감에서 시작되었던 마음이었을지 모른다.

어찌되었든 이런저런 분야의 책을 읽다보니 그 안에서 결국 연결되는것은 인문학이 주를 이루었다.

심리학, 회화, 신화, 역사, 철학 등 사람이 알아야할 기초 소양이라고 이야기하는 그것들.

책장을 펴면 서문에서부터(책의 5페이지) 이런 이야기를 한다.

" 먹고 사는 것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인문학은 사람이 개별자에서 벗어나 나와 세계를 총체적으로 보는 것, 즉 사람과 문화, 그것을 둘러싼 우주와 생명 세계, 그 현상과 본질을 깊이 보게 한다. 필요와 욕망은 가깝고 근원은 멀다. 통찰이란 목전의 필요와 욕망을 넘어서서 근원을 꿰어 봄을 뜻한다. 무엇보다도 인문학의 큰 미덕은 창의성, 통찰력, 소통의 힘을 키워 준다는 점이다. 현실이 던적스럽고 갈 길이 흐릿할 때 인문학은 필요하다.

이 몇개의 문장으로 이 책은 모든것을 말해주고 있다.

같은 시기 비슷한 인문학입문책을 읽었는데 그 책은 분야를 나누어 각 영역을 나누어 최소한의 인문지식을 전했다면 이 책의 경우는 저자가 읽은 책에 대한 서평식으로 캡터를 구성하여 우리에게 인문지식을 선사하고 있다고 보면 될것이다.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문장노동자(?!) 답게 쉽게 뭔가 어렵다 딱딱할것만 같은 인문학-이라는 주제를 책의 제목과 같이 일상에서 쉽게 접하고 느끼도록, 어렵지않게 읽히면서도 시인적 감성이 한껏 드러나게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그런 접근자체가 어쩌면 학문의 한 틀로 거리를 둘수 있게 만들었던 인문학에게 쉽게 손내밀게 만들어 주지 않았나 싶다.

각 챕터의 마지막 부분에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을 적어줌으로써 내가 좀더 알고 싶은 분야나 주젯거리에 대하여 더 읽을수 있는 매개를 만들어 준것도 감사하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내가 책을 왜 읽을까.

소설이나 에세이를 읽으며 상상을 하고 좋은 글귀에 감동을 받고 마음의 위안을 얻는것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무언가 지식을 더 습득하는것이 목적이라고 은연중에 생각했었던것같다.

그러나 작가는 지식 습득을 위한 책읽기를 넘어 삶의 확장을 위한 책읽기를 이야기하고 그 중심엔 인문학을 이야기한다. 처음 책장을 넘길때, 책 표지에 적힌 글들을 읽을때는 그저 막연하게 생각되거나 의문을 가지게 되었던 그런 것들이 책을 덮는 지금 조금은 알것같기도 하다.  

마흔, 역사를 알아야 할 시간

마흔, 역사를 알아야 할 시간 - 그들은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백승종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10월

* 제목은 뭔가 마흔살을 앞둔 이들만 읽어야 할것같은 늬앙스 덕분에 사실 처음엔 관심이 갔던 책은 아니었다.

그런데 책 표지에 포인트로 써있는 마흔, 역사. 라는 글귀보다,

'그들은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라는 한 문장이 더 끌렸었다.

본래 역사에 관심이 많은 편인지라 시대순으로 유명한 위인을 바탕으로 구성한 이 책을 통하여 다시 한번 역사의 흐름에 빠져보는것도 나쁘지 않은 듯하여 읽기 시작.

그리고 예상했던것 이상으로 많은것을 생각하고 느끼게 되었다.

광개토대왕, 연개소문, 김춘추, 견훤, 왕건, 정도전, 세종대왕, 조광조, 이율곡, 이순신, 광해군, 정조, 흥선대원군, 박정희, 그리고 노무현.

역사와 시대를 주름잡았던 그들은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얻었던 것일까?

때로는 강단과 고집으로, 때로는 섬세함과 과감함, 그리고 지혜로, 멀리 내다볼 줄 아는 안목과 화합과 소통, 융합의 힘. 강한 의지와 굳센 각오, 사랑과 정의의 통치, 조화, 포용.

흔히들 접하는 키워드지만 그것을 나의 덕목으로 만들고 직접 실천하기는 그 어떤것보다 힘들것이다.

그것을 해내고 그것을 바탕으로 나라에 이바지했던 이들.

물론 각 개인마다 따지고 보면 오류를 범한 사항도 아쉬운 판단도 있겠지만 그들이 여전히 우리의 입에 오르내리고 존경을 받는 다는것은 역사에 있어 그 시간으로 되돌아 가더라도 혹은 지금의 시선으로 그 당시를 바라보더라도 그들의 선택이나 다스림은 가히 최고로 칭송받아 마땅하기 때문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책을 읽기전에는 얼마전 영화 '광해'의 덕분인지 광해군과 평소 좋아했던 노무현에 관심이 갔으나 책을 읽고 나니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역시 세종대왕과 정도전이 아닌가 싶다.

문득 우리의 역사에 소홀함이 느껴질때 읽어보면 좋을책:)

조금씩, 가까이, 너에게.

조금씩, 가까이, 너에게 : 파스텔뮤직 에세이북
파스텔뮤직 지음 / 북클라우드 / 2012년 10월

* 제목부터가 아무 생각없이 지나쳤다가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이쁜 책. 

표지의 사진부터가 무언가 모를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올듯한 그런 책.

가을날의 감성에 빠질수 없는 음악.이라는 두글자.

글에서 리듬이 느껴질듯하고, 때로는 센티멘탈에 감정에 노출되고싶은(혹은 취하고픈) 요즘의 나날에 무슨일인지 딱 어울릴것만 같은:)

작가라고 불러야 하나? 글을 써내려가준 파스텔뮤직-의 이름처럼 파스텔톤의 상큼하면서도 나른할듯한 이야기가 가득할것같고, 행여 가벼운 에세이북으로 시시콜콜한 이야기일지라도 음악이라는 매개로 인하여 미소지으며 공감할수 있을듯한 기분이 가득했던 책이었다.

그리고 내 예감은 그대로 적중하였다.

에피톤 프로젝트, 짙은, 타루, 허밍 어반 스테레오, 파니핑크, 속옷밴드 등 홍대를 주름잡았던(지금도 주름잡는) 인디밴드들과 함께 하는 레이블의 이야기.

그들의 음악이 지금 있기까지의 소소한 것들의 집합체.

 쳅터가 넘어갈때마다 추천해준 그들의 음악을 모두 찾아 들어보고 싶었으며,

우여곡절 많은 일들의 결과 지금의 파스텔이 되어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니 어쩌면 이런것이 우리네 인생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사뭇 들었다.

개인적으로 귀엽고 중독성있는 멜로디의 음악이라 좋아했던 '허밍 어반 스테레오'의 TV전파 사연을 읽으면서 피식.하고 웃어보며 어쩌면 가장 간단하며 쉽고 또 공감의 시간을 가질수 있는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음악이 맞겠구나 싶었다.

당연하다고 느끼는것을 다시 한번 확인 받았을때의 기분이란.

대하소설을 읽고 있는 요즘 그 무게감에 힘들어 하다가 쉼표처럼 쉬어갈수 있는 마음의 휴식을 충분히 제공해줬던 책.

인디음악에 그리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 나지만 충분히 재미있고 치유받는 느낌으로 읽어내려간 글이니 그들의 음악을 사랑하는 매니아라면 이보다 더 좋을수 없을정도로 만족하지 않을까?! 행여 그렇지 않더라도 감성적이고 따뜻한 책.

 

광수생각: 오늘, 나에게 감사해.

광수생각 : 오늘, 나에게 감사해 ㅣ 광수생각 (북클라우드)
박광수 지음 / 북클라우드 / 2012년 8월

*  15년만에 돌아왔다는 광수생각.

처음 인터넷에서 광수생각.이라는 글을 보고 멈칫했다.

고등학교때 '광수생각1,2,3권'을 읽으면서 어찌나 그 내용 하나하나에 빠져들며 아꼈던지.

그 당시 난 만화를 즐기지는 않았던 편이었지만, 누가 혹시라도 좋아하는 만화가를 물으면 주저없이 박광수씨를 말할정도로 빠져있었던 그 광수생각.

누구나 한번쯤은 '광수생각'을 읽지 않았을까?

250만 독자를 웃고 울렸다던 그 이야기. 만화를 프린트 해서 다이어리에도 붙이고 미니홈피에도 옮겨오고.

짧은 내용임에도 마지막 한문장으로 사람의 마음을 후벼파고 뇌리에 오랫동안 남게 만들며 모든 영역에 골고루 걸쳐서 그려내는 그의 이야깃거리도 늘 기대케 만들었던.

다른 무엇보다 따뜻함이 가득한 그의 그림과 글은 사각의 틀안에서 많은것을 담아내곤 했는데...

그런 그가 오랜만에 그려낸 글들 안에는 또 어떤한 내용이 기다리고 있을까? 라는 기대에 책장을 넘겨보니 역시나 그 안엔 사랑, 우정, 가족 등 삶의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특히나 이번 이야기의 부제가 너무도 위로받는 느낌.

오늘, 나에게 감사해.

나이가 들수록 하루하루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는 나 스스로가 제일 대견하고 고맙다는 생각을 이따금씩 하는 요즘인데. 힘들수록 나를 보듬어주고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 모든이들이 한번쯤은 해보지 않았나 싶다.

세상에 지치고 스스로의 기대에 못미쳐서 아쉽고 힘들때... 그런 내게 나지막하게 속삭이고 싶은 그 한마디.

15년전과 달라질거 없이 여전히 좋은 그의 그림과 글이지만 이번만큼은 제목 자체로 조금 더 토닥토닥 위로받는듯한 기분.

책을 읽으면서 책장이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게 아쉬워서 아껴읽었던 이야기.

이 세상 모든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 내가 사랑하는 당신, 당신은 늘 옳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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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셀러.

스토리셀러 - 소설 쓰는 여자와 소설 읽는 남자의 반짝이는 사랑고백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3
아리카와 히로 지음, 문승준 옮김 / 비채 / 2012년 7월

*  소설 쓰는 여자와 소설 읽는 남자의 이야기.

히가시노 게이노와 함께 일본에서 가장 '핫'한 작가이며 연애소설의 여왕이라는 아리카와 히로의 책이었는데 사실 나는 그녀의 글을 처음 읽어본다.

하지만 명성답게 쉽게 읽히면서도 머릿속에 남는 이야기는 가벼운 연애소설로서는 손색이 없는 듯 하다.

뭔가 강하게 뇌리에 남는 스토리도 절절한 이야기도 아니지만, 흔한듯 하면서도 쉽게 일상에서 들어봄직한 이야기인듯함에 더욱 기억에 남는것이 아닌가 싶은:)

특히, Side:A에 나왔던 여주인공의 병은 조금 신기했고 전체적인 작품 구성도 독특했다. Side:A는 Side:B의 주인공에 의해 쓰였고 Side:B에서 벌어지는 일은 Side:A와 대조적이라는 구성. 거기에 슬픔이 절절하게 묻어나는 러브스토리.

그런데... 어느순간 너무 식상하다고 느껴버리는건 또 뭘까?

A를 읽고, 그뒤 B를 읽으면서 그 슬픔과 그네들의 이야기들이 너무 식상하게 다가오면서 내가 이제 너무 감성이 메말랐나? 라는 생각이 들었던것은... 본래 연애소설을 읽으면 감정이입을 하면서 내가 그 주인공이 되고 그 커플이 되기 마련인데... 내게 있어 A보다 B가 조금은 아쉽게 다가왔던것만은 확실한듯 하다.

스포일러(?)가 되니 그 내용은 적지 않겠지만 A를 읽으며 '별로 안 슬퍼' 라고 생각했지만 어느순간 눈물을 흘리며 안타까워하던 나 자신이 그에 비해 B를 읽을때는 그 감정이 다소 저림을 덜 느꼈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글은 '일본 연애소설의 여왕' 이라고 불리울만큼 고마웠던 이야기인듯 하다.

죽음이 이들을 갈라놓더라도 그들의 이야기까지 갈라놓을수는 없다. 라는 그 내용이 아직도 마음속에 깊게 남는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