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여정 - 부와 불평등의 기원 그리고 우리의 미래
오데드 갤로어 지음, 장경덕 옮김 / 시공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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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난로 위 주전자 속 물의 온도가 서서히 올라가는 동안에는 눈에 띄지 않지만, 임계점을 거치는 순간 물은 극적으로 액체에서 기체로 바뀌는 상전이를 거쳤습니다. 맬서스 연대, 수십만 년간의 경제적 정체기를 거치는 동안 발전의 과정은 주전자 속 물이 액체에서 기체로 바뀌기 전 끓어오르듯, 점차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상전이가 경제 발전의 이름으로 나타난 때는 국가 간 차이가 생겨났고, 그 차이가 불평등을 불러오게 됩니다.



기술 발전이 더 많은 인구를 부양하고, 늘어난 인구가 기술을 한층 더 발전시키며 강화되는 되먹임 고리가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문화적 요인은 다름 아닌 '인적 자본'. 교육에 높은 가치를 두고, 미래 지향적 사고를 가지며 노동생산성에 영향을 주는 요인. 그에 대한 폭발적인 형태는 산업혁명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납니다.



산업혁명이 유럽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었던 건 기술과 교역을 시작한 이후 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되었기 때문이며, 이에 따른 문해율의 증가와 인쇄업 확산으로 이어진 인쇄술의 발달은 결과적으로 일정 교육을 받은 인적자본의 필요성을 체감하게끔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기본적 자유와 권리가 고려되었던 것은 결국 경제 발전을 위한 도구로써 처음 등장한 것이라는 씁쓸함은 남았지만, 성별 임금격차의 개선, 아동노동의 금지 등 보편적인 인권의 향상이 이루어지기 시작합니다.



기술의 진보를 위해선 ①인적자본의 투자(교육)를, 투자를 위해서는 ②성평등을 추구해야 한다는 사실은 자연스럽게 ③출산율의 감소를 가져왔고, 무너져가는 환경을 뒤늦게라도 보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제시됩니다.



과연 환경의 보존과 인류의 생존 기간 안에 기술 발전이 인류의 마지막을 더 늦출 수 있을 것인가는, 저 세 요인의 발전 방향에 따른 것입니다.




2부에는 어느 정도 1부와 공통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국가 간 불평등의 원인으로 제시된 지리적, 문화적 요인에는 지리적 조건에 따른 여성의 임금노동 참가가 있었던 것도 그 중 하나입니다.



지리적 요인과 제도/문화적 특성의 상호작용, 인적다양성의 다양한 요인으로 만들어진 불평등이기에 어느 한쪽의 영향만은 아니라 말하지만, 내용을 읽으며 나와 타인이 태어난 지리상의 위치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의 발전이 갖춰지고, 갖춰지는 중인 곳에 살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더 발전된 형태로 보여지는 곳에 살게 된다면 내가 보게 될 삶의 형태는 어떨지도요. 발전의 정도가 더 높은 곳으로 이동하는 건 개인의 힘으로 좀처럼 시도하기 어려운 일이며, 대부분 그저 자신이 존속한 나라의 제도와 문화에 순응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으니까요.



그래서인지 '그러나 무작위적인 사건은 우리 마음속에서 극적이고 중대하게 느껴지더라도 인류의 여정 전체에서는 일시적이며 대체로 제한적 역할만 했다. 그런 사건이 지난 몇 세기 동안 각국 간, 지역 간 경제적 번영의 격차를 불러온 지배적 요인이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라는 이 구절이, 노예화와 강제 이주의 영향을 많이 받은 국가나 지역의 낮은 발전 수준을 초래하게 만든 과거에 면죄부를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인류의 생존을 추구하면서도 이전 행적에 대한 사죄 또한 모두 이루어져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적어도 내가 세상에서 사라지기 전까지는 먹고 살 걱정만 해도 되겠지, 란 과거의 생각은 여전히 바뀌지 않아서, 내가 이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전해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스스로 정립해보는 것이 이 책을 읽은 모두에게 주어질 숙제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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