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별똥별 ㅣ 창비아동문고 대표동화 1
권정생 지음, 서진선 그림 / 창비 / 2013년 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별똥별>을 읽는 내내 마음이 한가득 따뜻해졌다. 겉보기에 쓸모없어 보이는 작은 존재들이 예쁜 마음씨로 조잘조잘 말하는 것을 보면 누구라도 마음이 녹아내릴 것이다. 나는 책을 읽을 때 내용이 작가와 절대적으로 분리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내용 속에 담겨있는 정서와 뜻은 작가가 건네는 말과 같다. <별똥별> 속 작품들처럼 권정생 작가는 힘들고 어려운 삶을 살아왔다고 한다. 주인공들은 자신의 잘못에 큰 상심을 하거나 눈물을 자주 흘린다. 타인의 눈물에 마음이 약해지며 남을 위한 일의 진정한 가치를 안다. 이것은 권정생의 ‘일부’가 아닐까.
동화책 <별똥별>은 전체적으로 따뜻하고 정겨운 느낌이다. 한국적인 정서와 친근한 배경이 큰 몫을 한다. 주로 우리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인물이나 사물을 주인공으로 표현하고(크고 대단한 힘을 가진 것들이 아닌 약하고 겉보기엔 쓸모없어 보이는 것들), 그것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그렇게 해서 독자들을 그것에 감정이입 시킨다. 주인공들의 성격은 주로 나쁜 것들(못된 말과 행동)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감성적이다. <강아지똥>에서 별을 “영원히 꺼지지 않는 아름다운 불빛.”이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배경묘사가 특히 아름답다. 묘사 부분이 나오면 머릿속에 쉽게 상상이 되면서 언제나 따뜻함이 느껴졌다. 이런 여러 요소가 어우러져 그러한 분위기를 만든 것 같다.
그러면서도 어딘가 짠한 슬픔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바로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별똥별> 대부분의 작품에 ‘죽음’에 대한 묘사가 자주 등장한다. 샛노란 민들레를 피우기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강아지똥, 묘지에서 숨이 끊긴 똬리골댁 할머니가 들국화로 피어나는 장면, 갑순이가 별똥별이 되기 위해 바닷속으로 들어가 자살을 하는 장면 등. 따뜻한 분위기의 서사와 다르게 결말들은 꽤 비극적이다. ‘죽음’ 그 자체는 결코 아름답지 못하다. 하지만 그 ‘죽음’에 어떤 의미가 포함되어 있느냐를 생각해본다면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된다. 죽음에 관해 이야기함으로써 아이들 마음 한구석에 생명의 진중함을 새기고, ‘헛되지 않은 죽음’을 아름답게 승화시켜 유의미한 삶의 가치를 깨닫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죽음으로 인해 끝이 아닌 아름다운 꽃이나 별똥별 등 자연적인 존재로 피어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용이 어둡지만은 않고 희망적이다.
그리고 하나 더, 한국의 역사를 집어넣었다. <별똥별>, <똬리골댁 할머니>, <바닷가 아이들> 등의 작품은 6.25전쟁과 남북통일 염원, 일제강점기 등 한국의 ‘아픈 역사’를 담았다. “전쟁이 지나간 마을은 이토록 무서웠습니다.”라고 말하며 아이들에게 심각했던 역사적 사실도 인지시킨다. 이것은 완벽한 동화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권정생은 이야기꾼이며 교육자 역할까지 충분했다. “하지만 고분고분 따른다고 다 훌륭하게 되는 것도 아니라더라. 옳고 그른 것을 잘 가릴 줄 알아야 한데.“와 같은 교훈적인 문장들까지 있다.
이 책 한권은 아이들에게 수많은 것들을 보여준다. 가르치지 않고 가만히 ‘보여준다.’ 그렇게 해서 내면을 간접적으로 톡톡 건드린다.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은 무언가 속에 반짝거리는 것이 존재할 것 같다. 어릴 때 남동생이 강아지똥을 읽고 강아지똥이 불쌍하다며 눈물을 펑펑 흘렸던 것이 생각난다. 이 책은 투명한 물에 따뜻한 색감을 풀어 넣어 맑고 선명한 색을 띄우는 그런 정직함이 있다. 심장이 말랑말랑해지고 눈물이 아른거린다. 그것이 권정생 작품의 특징이며 아동문학의 매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