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여행자의 소지품 목록
필립 한든 지음, 김철호 옮김 / 김영사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자유로운 여행자의 소지품 목록- 김영사

 

0.

제목 속의 자유로운 여행자를 보고 여행자들이 자유롭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어디를 향한 여행일까 등 여러 가지 궁금한 점이 생겼고, 나 나름대로 열심히 제목을 바탕으로 내용을 추론해보았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서, 처음에 내가 범한 오류가 두 가지라는 것을 깨달았다. 첫 번째는 여행이라는 것이 내가 생각한 것처럼 좁은 의미의 여행이 아니라는 것이다. 책은 다양한 인물들의 설명과 그들의 소지한 품목을 적은 것으로 구성되는데 그 인물들은 수도승, 작가, 운동가 등으로 다양하다. 그리고 그들이 하는 여행은 타 지역으로의 여행이기도 하지만, 일생에서의 여행이자 사유의 여행으로 보다 포괄적인 의미에서의 여행의 맥락을 가지고 있다. 두 번째는 자유로움이 소유라는 추상적인 개념으로부터의 자유라는 것이다. 나는 자유가 시간에서의 자유로움인지 예산에서의 자유로움인지를 고민했는데, 자유는 결국 무소유를 의미했다. 책 속의 대부분의 사람들의 소지품도 옷가지, 연필, 음식 조금 등 굉장히 간소하게 꾸려져 있었다.

 

1.

하얀색 깔끔한 표지만큼이나 마음에 드는 문장이 많았다. 특히, 책 전반에서 욕심을 지양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가장 와 닿은 문장은 그는 집안에 의자를 세 개만 놓아두었다. 하나는 고독을 위해, 둘은 우정을 위해, 셋은 사교를 위해.’이다. 의자 세 개에 각각 고독과 우정과 사교라는 의미가 부여되면서 의자 세 개는 불필요한 욕심이 아닌 삶을 위해 필요한 소지품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 대상을 삶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요소로 만드는지를 보여주는 구절이라고 느꼈다. , ‘이 책은 누구라도 하룻밤 새에 읽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얄팍하지만, 그러면 여러분이 마땅히 누려야 할 휴식을 잃고 마니, 부디 단숨에 읽지 말라.’라는 문장은 책의 흐름이 끊기기 전에 완독해야 한다는 부담을 잠시 내려놓고, 이 책 생각이 날 때 쯤, 책을 이해하며 읽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했다.

 

2.

여행자라는 제목을 가진 만큼 내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을 것 같다. 나는 여행가기 전에 짐을 꾸리는 시간을 좋아한다. 문제는 짐을 싸다보면 가방이 점점 커진다는 것인데 입지 않던 옷도 여행가서는 입을 것 같아 챙기고, 사진을 찍으려면 화장품도 필요하고, 모기약, 우산, 충전기, 동전지갑 등등 온갖 것들을 다 챙기면 내 26인치 캐리어는 꽉 차버린다. 짐을 많이 가져간 여행은 그것이 없어질까 하는 불안감과 동행한다. 누군가 훔치지는 않을까, 비에 젖지는 않을까하는 마음은 사실 여행에 꼭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크게 우리의 인생이라는 여행도 마찬가지이다. 내게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이것저것 챙기며 살아가다보면 내 인생을 온전히 즐기기 어렵다. 여러 문제에 직면하기도 하고, 감정을 낭비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자유로운 여행자들처럼 물건에, 소유에 집착하지 않는 것은 나의 시간을 오롯이 즐기는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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