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소통 - 삶의 변화를 가져오는 마음근력 훈련
김주환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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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출간되었네요. 내일 택배 받는 것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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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치유, 인간 - 삶이 흔들릴 때 신화가 건네는 치유의 말들
신동흔 지음 / 아카넷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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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즈음 사회적 협동조합에서 기획한 신동흔 교수님의 강의를 들은 적 있다. 한창 여러 강의를 수강하던 중이었기에 따로 기록을 남기지 않았지만, ‘예전부터 구전되었던 옛이야기에서 오늘을 살아갈 지혜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내용이 기억에 남았다. 그 연장선에서 신동흔 교수님의 신작 <신화, 치유, 인간>이 출간되어 반가웠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삶을 일깨우는 영원한 신성의 이야기’인 ‘신화를 거울로 삼아서 자기서사의 속성과 좌표를 살펴보고 나아갈 방향을 찾아보고자 했다’며 이 책의 지필 의도를 밝히고 있다.

“신화 안에는 수많은 ‘나’가 존재한다. (생략) 신화 속 인물들에게서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순간, 신화는 나의 것이 된다.”(p.16)
“신화는 힘이 세다. (생략) 이야기의 주인공은 외적 타자를 넘어서 ‘또 다른 나’로서 의의를 지닌다. 근원적인 나이고 존귀한 나다. 나보다 더 소중한 나. 그와의 서사적 합치를 통해 사람들은 신령한 존재로서 자기를 발견하고 실현한다. 미력함과 무의미함을 넘어서는 본원적인 치유 과정이다.”(p.17)

아득한 시간동안 소멸되지 않고 사람들의 입으로 구전되어 내려온 이야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저자는 ‘존재의 이면을 비춰주는 힘’이라고 표현하는데, 이를 도구로 삼아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며 치유적인 변화를 이룰 수 있다고 한다. 인생에서 맞닥트리는 고난과 장애물은 ‘영웅이 되기 위해 거쳐야할 과정’이라며 위로했던 누군가의 말이 떠오른다. 영웅이란 열매가 맺기 위해서 필요한 거름. 당면한 문제들을 다른 관점에서 보기 위해 노력하며 다소 위안을 얻었었다. 그렇기에 책에서 말하는 자기서사의 문학치유라는 과정이 그리 낯설게만 느껴지지 않았다.

<신화, 치유, 인간>은 그리스 로마, 북유럽, 수메르, 중국, 몽골, 한국 등 세계 여러 신화를 통해 근원적 존재의 이유, 삶에서의 과업과 투쟁, 사랑, 관계, 상실, 죽음 등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흥미로운 신화가 많이 있었지만 다 소개할 순 없으니 몇 가지만 추려보았다.


1장에서는 이 세상과 인간이 어떻게 창조되었는지에 대한 창조신화를 소개하고 있다.
“카오스에서 코스모스로, 원생명에서 현생명으로, 그렇게 세상은 만들어졌다. 그것으로 끝이냐면 그럴 리 없다. 모든 것은 원상태를 향해 움직인다. 지금 떨어져 있는 하늘과 땅은 어느 날 다시 하나가 될 것이다. (생략) 하지만 그것은, 끝이 아니다. 돌아감일 따름이다. 우리가 온 그곳, 아득한 원생명의 세계로의. (생략) 또 다른 영겁을 향해서. 현실의 시간은 유한하지만, 신화의 시간은 영원하다.”
외로움과 고독한 감정이 내면에서 소용돌이치는 시기가 또다시 찾아오면 ‘나’라는 존재가 그렇게 작아 보일 수 없다. 어떤 때는 염세주의에 빠져 지내기도 하고 어떨 때는 마냥 긍정적으로 살아가기도 하는 그 혼란. 모든 것들이 피고 지는 순환의 흐름 속에서 나를 바라보니 덤덤해졌다. 나도 태어났으니 죽음은 자명한데, 영원한 신화적 우주에서 얼마나 짧은 삶인지. 부풀어 있던 고민들이 쉭 꺼져가며 작아 보였다.


2장에서는 자연에 맞서며 적응해 왔던 인간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신으로 표현된 자연의 흉포함, 그러나 그 자연 속에서 생을 이어왔던 인간들. 태초의 거인신과 문명신의 이야기를 역사적 관점에서 볼 때 너무 흥미진진했다.
“제우스는 올림포스 12신 중의 하나로서 한정된 역할을 하며, 많은 경우 그가 아닌 다른 신들이 나서서 움직인다. 이를 문명사적으로 해석하면, 사람들이 원시의 크고 거친 힘에 대하여 다양한 직능별 분화를 이룬 새로운 세계 질서를 구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것은 저절로 이루어진 일이 아니다. 자연의 큰 힘과 싸워온 긴 투쟁의 결과물이다.”(p.86)


3장에서는 여러 영웅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리스로마 신화의 테세우스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미노타우루스라는 미궁 속 괴물을 물리친 테세우스는 말년 운이 그리 좋지 않았다. 정작 자기 내면 속의 미노타우루스를 제압하지 못하고 풀어놓았으니.
“한 인간이 욕망에 사로잡혀 귀나 물의 길로 접어드는 것은 얼마나 흔한 일인지... 그 전락의 속도는 얼마나 걷잡기 어려운 것인지... 황소 괴물 미노타우로스는 동물적으로 뒤틀린 인간의 신화적 상징이다. (생략) 그 짐승은 인간의 내면이라는 깊고 어두운 미궁 속에서 검은 눈을 번득이고 있다”(p.152)
“내 안의 욕망과의 싸움이란 이렇게 힘든 법이다. 눈에 보이는 크고 중요한 과업 앞에 설 때는 오히려 문제되지 않는다. 거기 집중해서 힘을 낼 것이므로. 정말 어렵고 중요한 바는 사소한 일상이다. 일상 속의 소홀함과 범람함이 시나브로 존재를 갉아먹어 결정적으로 무너뜨린다. (생략) 미노타우로스는 어딘가에 늘 도사리고 있다고. 죽어도 새로 살아나게 되어 있다고. 그와의 싸움은 평생을 걸쳐 이어가야 할 존재적 숙명이다.”(p.159)


4장 애정 신화에서 딸이라는 이유로 부모에게 버림 받았다가 부모의 병을 고치기 위해 무수한 고난을 이겨내고 상한 마음을 가진 자들의 신이 된 바리데기가 기억에 남는다. 기구한 그녀의 인생을 보자면 불평, 불만이 안 나올 수가 없는데, 바리데기는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하며, 희생하며 부모를 살리고 자신을 구원하며 나아가 다른 이들을 구원하는 자리에 앉는다. 조그만 내 계획과 기대에 어긋나도 쉽게 마음이 상하는 나에게 있어서 바리데기는 저 먼 곳에 있는 존재일 뿐이지만 그녀가 내게 전하는 말이 있었다.
“나뭇잎이 피고 지는 것은, 비에 젖다가 햇살에 빛나는 것은 그것이 ‘있기’ 때문이다. 시들거나 뿌리 뽑혀서 죽는 일도 마찬가지다. (생략) 여기 이렇게 숨 쉬면서 움직이는 나, 이보다 더 큰 축복이 어디에 있나. // 어둠 대신 빛을 보면, 고통 대신 행복을 보고, 절망 대신 희망을 보면, 병 대신 약을 보면 세상은 달라진다. 우리는 이를 축복이라고 말한다. 그 축복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움직여서 앞으로 나아가야 내 것이 될 수 있다.”(p.221)
"바리여신은 (생략) 사랑은 빛이나 행복에, 희망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빛과 어둠, 행복과 고통, 희망과 절망은 둘이 아닌 하나라고 말한다. 그 모두는 어느 것 하나 예외 없이 하늘이 우리에게 허여한 사랑의 과정이다. 여기 우리의 존재는 그 자체로서 사라이다.“(p.222)



5장 생사 신화에서 ‘죽은 아내를 되살리기 위해 저승에 내려갔던 오르페우스 신화’를 통해 집착을 내려놓고 ‘심리적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훌륭한 리라 연주로 저승의 신을 감동시켜 아내를 이승으로 데려갈 수 있었던 오르페우스. 지하세계에서 이승으로 가는 도중 뒤를 돌아보는 실수를 저질러 아내와 헤어지게 된다. 죽은 아내에 집착해 현실을 보지 못하던 그는 끝내 비참한 죽음을 맞게 된다.
“좋았던 지난날에 대한 집착과 끝모를 현실 부정 속에서 그는 심리적으로 해체된 것이었다. 문학치료식으로 말하면, 폭주 끝에 길을 잃어버린 서사가 어둠 속에서 와해된 상황이다. 세상에는 다시 해가 뜨기 마련이지만, 깊은 동굴 속에 스스로를 가둔 이에게는 남의 일일 따름이다. (생략) 현실 부정을 통해 스스로를 깊은 동굴에 가둘 때 어떤 비극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주는 반면 교사의 신화로 읽는다. 그러면서 문득 자신을 돌아본다. 지금 스스로 동굴에 들어와 웅크리고 있지 않은지를.”(p.251)
오르페우스의 이야기는 나에게 중요한 화두를 던져준다. 동굴 속에서 이제 그만 나오라고. 발버둥치지 말고 과거의 나를 보내주라고.

저자는 우리의 삶이 하나의 신성한 이야기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 이곳’에서 ‘신령한 역사가 깃든 서사’를 ’온전한 나의 삶으로 살아‘내야 한다고 말한다.

“신화 속의 수많은 영웅이 우리 자신에게 의미 있게 들어와 깃들 수 있음을 (생략) 수많은 영웅신화들은 서사적 접속과 연결을 통해 우리의 영원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제각기 서로 다른 관심과 방향으로. 도전을 통한 초극적 자기 실현이라는 하나의 같은 길로. // 중요한 것은 모양새나 결과가 아니다. 움직여 부딪치는 일 그 자체가 중요하다. 어디에서인가 하면 바로 지금 여기에서. 어떻게인가 하면 나 자신의 방법으로.”(p.147~148)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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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삶을 위로할 때 - 더 나은 인생을 위한 철학자의 말들
라메르트 캄파위스 지음, 강민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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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치유할 약제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철학이다. 철학이 있으면 모든 방법과 힘을 활용해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다.” - 키케로.
때로 삶을 살아가다보면 챗바퀴 속을 아무 의심 없이 달리는 햄스터가 된 기분이 듭니다. 태어났으니 살아가는데, 죽을 때까지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면, 공허감이 밀려올 때도 있고, 세상과 유리되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럴 때 자신을 ‘스스로 보살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철학이 필요한 것이겠지요.
<철학이 삶을 위로할 때>은 자신과 타인, 세상과 어우러져 잘 살아가기 위한 18가지 주제에 대한 철학자들의 고민의 결과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던지는 질문을 철학자들은 이미 수백 년 전부터 밤잠을 설치며 고민해’ 왔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의 고민 속에서 작은 위로와 더 나은 삶을 위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저자는 왜 철학을 해야 하는지, 철학한다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서문에 밝히고 있습니다.

“철학은 당신의 삶을 더 편안하게 만들 수 있다. 새로운 관점으로 당신의 세상을 더 풍성하게 만들고, 당신이 타인에게 더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돕는다. 새로운 생각의 틀과 행동양식을 연습하도록 영감을 주고, 스스로를 더 잘 보살필 수 있도록 사고력을 높여줄 수 있다.”(p.11)
18가지 주제 중 제게 가장 유용한 것만 몇 개 추려서 소개하려 합니다. <단단한 나를 만들어주는 철학> 중 ‘분노’에 관한 내용이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저자는 분노를 다루는 방법을 고민했던 아리스토텔레스, 세네카, 마사 누스바움 등의 철학자들의 주장을 소개하며, 분노의 이면에 있는 욕망을 인식해야한다고 말합니다. 분노가 보내는 신호를 잘 살펴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알게 된다면, 분노는 우리의 조언자가 될 수 있다고요. 그의 말은 비폭력대화 1단계 과정에서 ‘자신의 욕구를 인식’하고 그 욕구를 어떻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표현하거나 충족할 수 있는지 고민했던 경험을 떠오르게 합니다. 내 욕구를 무시하는 생활에 익숙했던 탓에 나에게 어떤 욕구가 있는지 파악하는 것조차 어려웠던 기억이 납니다. 결국 ‘분노에 대한 철학’ 편은 자신의 중요 가치(욕구)가 무엇인지, 자신의 성향이 어떤지, 어떤 상황에서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등 ‘자기관찰’이 필요함을 다시금 일깨워주었습니다.
2장 <타인과의 관계를 위한 철학>에서는 ‘믿음’에 대한 내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람들과 만나 대화를 할 때 피해야할 것은 정치와 종교에 대한 것입니다. 가족들과도 종교와 정치적 성향이 다르면 좋게 흐르던 대화를 언성높이며 끝을 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근본기분’에 대해 설명하며, ‘세계관이 다른 사람과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법’에 대해 알려줍니다. 근본기분은 ‘우리의 생각, 인지, 의도, 행동 등을 모두 만들어내는 본질적인 것’이며, 이것이 있어야 사람은 ‘인간적인 존재로서 근본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p.108)고 합니다. 따라서 근본기분은 ‘내면의 가장 깊은 곳에서 우리의 신념과 행동을 결정’(p.109)한다고 합니다. 저자가 소개하는 근본기분에는 불안, 신에 대한 갈망, 의미에 대한 욕구, 감사함, 놀이충동 등이 있습니다. 그는 이런 근본기분을 중심으로 대화를 한다면, 갈등을 넘어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타인의 근본기분을 궁금해 하고 탐구한다면 서로의 세계관에 관한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이 때 서로 자신의 세계관과 근본기분을 말로 표현한다면, 사람들은 똑같은 근본기분에서 완전히 다른 세계관이 탄생할 수 있다는 놀라운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p.109)
3장 <세상과 화해하기 위한 철학> 중 ‘사람’편에서는 ‘인간에 대해 탐구하면 보이는 것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나에 대해 이해할수록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고 다른 사람에 대한 탐구를 할수록 그들에 대해 비난과 질투, 혐오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품기보단 연민과 사랑의 감정이 생겨납니다. 이렇게 본다면 살아가면서 자신, 타인, 세계에 대한 탐구를 멈출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인간의 기본 욕구를 바라보는 관점에 병백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인식하는 편이 좋다. (생략) 인간상을 탐구하면 생각의 폭이 더욱 넓어지고 다른 사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며 서로 훨씬 풍성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게다가 여러 갈등을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다. (생략) 인간상 탐구는 타인의 행동 방식을 보고 우리가 가장 처음 나타내는 반응이 사실은 타인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 숨겨져 있던 표현을 드러내는 것임을 의식하도록 도와준다.”(p.225)

**출판사에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철학이필요한순간 #철학 #불안 #인생 #관계 #에세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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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밤에 고하는 말 -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서서히 멀어지는 연습
매트 헤이그 지음, 최재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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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을 끄는 것들. 일단 눈길을 끌면 소유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비용, 필요성을 따지기 전에 ‘저것을 가져야 돼’라는 욕망이 마음에 피어올라 소비충동을 부추깁니다. 결국 지갑을 열고 물건을 가져오지만 비닐포장지도 뜯지 않고 그대로 둡니다. 잠시간의 만족감과 함께 이것의 필요성은 다 했습니다. 그대로 쌓여 있다 대청소할 때나 잠시 들여다보기도 합니다. 도대체 내가 이걸 왜 구입했을까? 구매한 당사자도 모르는 이유. 저것을 가지지 않으면 어떻게 될 것이라는 생각. 나는 소비사회에 욕망에 휘둘리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하게 인지하지만 또 다른 욕망에 휩쓸려 제대로 생각할 시간도 없습니다.

욕망의 과잉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욕망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욕망의 덫에 걸려 진정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자신을 들여다볼 여유도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현대인의 병인 불안과 우울이라는 것들이 찾아온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 자신의 공황장애, 범불안장애, 우울증 등의 이유를 살펴보며 ‘인간이 이 세상에 살면서 치러야 하는 심리적 대가’에 대해 들여다본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를 미쳐버리게 만드는 이 세상에서 우리 각자가 한 개인으로서 어떻게 하면 제정신을 지키’며 ‘인간답게 살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지요. 그는 전세계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의 작가 매트 헤이그입니다. 저자는 여러 번 공황장애를 경험하며 나름의 극복방법을 발견해 냅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우리의 심리적 정서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깨닫게 됩니다. 수많은 사건과 사고를 전파하며 불안을 부추기는 뉴스,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게 만들고 소비를 부추기는 SNS,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는 생존경쟁 사회와 문화 등. 어느 시대보다 풍족해졌지만 행복보다는 불행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세계의 뇌 속에 들어 있는 신경세포다. 자기 자신을 다른 모든 세포에게 끊임없이 송신해대고 과잉 적재도니 온갖 것을 앞뒤로 떠넘긴다. 우리는 멘붕에 빠진 행성에 거주하는 과부하된 신경세포들이다. 언제 터져버려도 전형 이상할 것이 없는.” (p.178)
"자신과 주변 모든 사람이 똑같은 문제를 지니고 있으면, 그 안에서는 스스로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 감지해내기가 어렵다. (생략) 광기가 사회적 표준이 되면, 분별력을 챙기는 유일한 방법은 과감하게 남들과 차별화하는 것이다. 아니면 현대의 삶으로 인한 그 모든 신체적 잡동사니와 정신적 파편들 저 너머에 존재하는 진짜 자기 자신이 되거나. 용감하게. (중략)
사회의 조류가 우리를 특정 방향으로 끌고 가더라도 만약 그 방향이 우리를 불행에 빠뜨려 헤어나오지 못하게 한다면, 우리는 다른 방법으로 수영하는 법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자신의 진실을 향해, 수많은 딴짓거리가 숨겨둔 진실을 향해 물을 거슬러 갈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생사가 거기에 달려 있을 수도 있다“ (p.108~109)

그렇다면, 우리를 혼란에 빠져들게 하는 이 사회에서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인간 본연의 노래’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또는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자신만의 내적 공간을 만들기,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위한 습관들이기, ‘마음의 잡종사니를 정리하고’ 좀 더 단순한 생활하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분별하고 받아들이기, 두려움과 감정을 수용하기, 깊게 호흡하기, 소음에서 벗어나 고요함 속의 소리를 듣기, 자연과 친해지기 등 여러 가지 ‘행복의 방법’을 소개합니다. ‘세상이 버거울 때 나에게 해주는 말’도 간단하지만 유용한 조언이다. ‘나 자신을 어떤 기준 안에 가두지 말기’, ‘아침밥 거르지 않기’, ‘나만의 특별한 결점 받아들이기’, ‘산책’, ‘죄의식 갖지 말기’ 등. 과거와 미래가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며 수용의 방법을 배우는 것. 자신만의 리듬을 발견해서 세상의 소란에도 ‘나의 소리’를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 매트 헤이그가 말하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진보’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전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 자체로 충분하다. 우리 주변에 도사린 투명 상어들에게 맞서기 위해 더 큰 배를 찾을 필요도 없다. 우리 잣니이 바로 더 큰 배다. 시인 에밀리 디킨슨이 묘사했듯, 뇌는 하늘보다 광대하다. 그 뇌로 현대 사회가 우리 감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항상 주의를 기울이고, 그런 현실을 받아들이고, 변화가 더 유익할 땐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활짝 열린 마음을 지니자." (p.300)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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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또라이로 살겠습니다 - 마흔 살, 성인 ADHD 노동자가 일상을 사는 법
민바람 지음, 신재호 감수 / 루아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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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유투브에서 심리 관련 영상을 자주 찾아보기 때문에 추천으로 종종 ADHD에 관한 영상이 뜹니다. 예전에는 주로 아이들 관련 자료가 대부분이라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성인 ADHD 자료를 찾아 헤매는 어려움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이를 주제로 한 영상이나 책이 많이 보입니다. 참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우아한 또라이로 살겠습니다: 마흔 살, 성인 ADHD 노동자가 일상을 사는 법>은 저자가 30대에 ADHD 진단받기까지의 삶에서 마주쳤던 어려움과 고통, 진단 이후 자신의 삶을 다시 바라보며 일상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공감되는 문장과 단락이 너무 많아 메모하고 밑줄 긋고 형광펜으로 표시하다보니 다른 사람에게 선뜻 보여주거나 빌려주기 어려워졌습니다. 어느 에피소드에선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고, 뜻밖의 위안을 얻기도 했으며, 자신을 이해하고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며 잠시간 반성의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자신을 삶을 공개적인 글로 써내려갈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을 똑바로 들여다보기 위해 노력했다는 반증이 아닐까요. 다양한 주석과 인용문, 참고문헌도 저자가 지나온 시간들을 (감히 어설프게나마) 짐작하게 합니다.

인스타에서 우연히 ‘우·또·살’의 재미있는 표지와 제목에 이끌려 추천 독자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7개의 항목 중 대부분 들어맞았지만, 유독 ‘그 외 아직 이름이 붙지 않은 문제로 혼란을 겪어본 모든 분’이라는 문구가 뇌리에 남았습니다. 제 혼란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지만, 저자의 글이 큰 위로가 됩니다. 그래서 이 책을 쓴 저자에게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서문 마지막 문단이 이 책에 대한 제 느낌을 잘 표현하고 있어 발췌했습니다.

“몸의 고통처럼 마음의 고통도 실재한다. 그리고 아픔은 저마다 그럴 만한 원인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아 모든 게 망상이나 착각 같을지라도, 당장 마땅한 이름을 찾을 수 없더라도. ‘나만 그런 것 같은’ 우리 모두에게 외로움은 어쩌면 기본갑일 테지만, 그래도 바란다.
쉽게 열리지 않는 유리상자 안에 당신과 외로움 둘만 놓여 있는 것이 아니기를. 이 글들이 잠시라도 그 마음 옆에 나란히 앉을 수 있다면 좋겠다.“ (p. 11)

[와 닿았던 문장 중]
🍋모든 삶은 입체적이다. 타인의 경험과 내면에도 수많은 사연이 거미줄처럼 엮여 있다. (생략) 내가 만난 ADHD인들은 모두 ADHD가 있어서 자신과 세상을 이해하는 능력을 더 갖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도 그랬다. 나를 파헤쳐보면서 점점 인간 그 자체를 이해하게 됐다. 머리로 안다고 꼭 삶이 바뀌는 건 아니지만, 안다는 건 중요하다. “풍부한 감각경험에 깊은 통찰력이 더해질 때 비로소 우리는 균형 잡힌 인간으로서 진정으로 성숙할 수” 있다. (p.117~118)

🍋낱낱이 고민하고, 아주 사소한 사건에 오래 잠식되고, 생활 패턴과 기분이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오는 일을 반복한다. 한눈에 알아보고 피해가야 할 진창에 굳이 하나하나 발을 담갔다가 빼고는 매번 발을 씻으면서 걸어간다. 모든 순간이 힘든 건 아니다. 그저 좀 수고로울 뿐. (p.126)

🍋자신의 고통을 두고 ‘이런 일로 힘들다고 해도 될까?’하고 의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통증의 주인마저 통증을 외면하면 나아질 길을 찾기 어려우니까. (p.131)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은 의외로 어려운 건지도 모른다. 알고 있다고 대충 넘기는 것 말고, ‘불가능한 것, 계속 시도해볼 어려운 일, 생각해보지 않았을 뿐 생각만 바꾸면 쉬운 일, 생각보다 잘하고 있는 일’ 등을 하나하나 똑바로 보고 마음에 안착시키는 것. (p.177)

🍋이왕이면 우아한 또라이로 살고 싶다. 소신을 지키고 내 어려움에만 매몰되지 않으면서. 우린 진단명 없이도 적절함의 강박에서 벗어날 자유가 있다. 정상성과 비정상성 사이에 그어놓은 금은 지우고 ‘상식선’을 챙기는 데 집중하는 일. (p.205)

🍋미루기의 개미지옥 탈출법 (p.269)

**저자에게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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