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가문 메디치 3 - 프랑스를 지배한 여인
마테오 스트루쿨 지음, 이현경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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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권력의 가문 메디치3: 프랑스를 지배한 여인>은 구교와 신교의 대립하던 시대를 살았던 프랑스의 왕비 카테리나 데 메디치를 다루고 있다. 이탈리아 피렌체 상인 가문의 딸인 카테리나가 여러 이해관계 속에서 프랑스의 왕가로 시집을 가게 되고, 왕의 어머니인 왕태후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이 책은 전개가 빠르고 생각보다 흡입력 있어 평소 느릿느릿 읽던 나를 한 시간에 70~100p가량 읽게 만들었다.
소설의 첫 도입부는 어린 카테리나가 그녀의 고모와 함께 메디치가문이 후원하던 건축가 브루넬레스키가 만든 피렌체의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을 바라보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선을 넘는 녀석들’에서 이 대성당 돔의 건축에 얽힌 두 건축가의 경쟁을 다룬 적이 있어 기억이 난다. 선명한 붉은 색 돔이 압력에 의해 무너져 내리지 않게 돔에 작은 구멍을 여러 개 뚫었다는 데, 책 앞부분에 사진이 실려 있어 확인이 가능하다. 도입부에서는 자신의 집안이 메디치 가문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카테리나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장면이 왕태후가 되어 죽음을 맞이할 때 카테리나가 환상처럼 바라보는 장면이어서 울림을 준다.
이탈리아 상인 가문 출신이지만 프랑스의 정점인 왕족으로 살았던 카테리나의 운명과 나라의 상황은 여느 사극 못지않게 재미있다. 프랑스의 왕자 앙리와 결혼한 카테리나는 이방인에 대한 배척, 남편의 외도 때문에 젊은 시절 대부분을 고통 속에서 보낸다. 애첩에 푹 빠져 카테리나를 돌아보지 않는 남편이지만, 그를 사랑하는 카테리나. 이런 카테리나에게 의지가 되는 것은 남편 앙리의 아버지이자 프랑스의 왕 프랑수아 1세의 지지 때문이다.
어느 날 왕세자 프랑수아가 의문의 죽음을 맞게 되고 앙리는 왕세자가 된다. 정황상 카테리나가 의심을 받지만, 프랑수아 1세만은 그녀를 믿어 준다. 남편이 왕세자가 된 상황에서 카테리나는 이혼당하지 않기 위해 아이를 가져야 했다. 그녀는 점성술의 힘을 빌리기 위해 오랫동안 노스트라다무스를 찾는다.
아이만 태어나면 그녀에게 순탄한 상황이 펼쳐질 줄 알았건만, 그녀의 남편이 왕위에 오르고도 애첩 디안에게 휘둘리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디안이 교묘하게 상황을 이끌어 ‘카테리나-앙리-디안’의 기묘한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디안이 있기 때문에 프랑스 궁전에서 안전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카테리나. 자신을 견제할 새로운 왕비를 원하지 않는 디안. 여기에 한 술 더떠서 디안은 카테리나가 정치에 개입하지 못하게 앙리를 부추겨 긴 시간 ‘빵을 굽는 오븐’이 되게 만든다.
보통 사극 드라마에서 대왕대비, 태황후, 왕태후까지 오른 여인은 그들의 권력을 누리던데, 카테리나가 살았던 시대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녀의 말을 빌어보자면, ‘불행은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었기 때문에. 상인 가문 출신 이방인으로 프랑스 왕비가 되었기 때문에. 외모가 아름답지 않기 때문에. 남편의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해온 디안 때문에....
‘사람들은 그녀를 상인으로, 이단자로, 악마의 숭배자, 부패를 일삼는 여자, 살인자로 묘사했다.’(p. 431)
'카테리나에게는 일종의 검은 전설과 음산한 악명이 따라다닌다. 그래서 과거에 그녀는 저주받은 왕비, 검은 왕비, 독살을 자행하던, 어떤 의미에서 보면 악의 상징 같은 여자로 정의되었다. 악은 그녀에게 뿌리 박혀 있다가 위그노 대학살 때 본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냈을지도 모른다.'(p.447)
역사는 그녀를 악녀로 지칭하지만 소설로 접한 카테리나는 상당히 흥미로운 인물이다. 대하사극으로 제작된다면 찾아보고 싶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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